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그와 인터뷰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 시원해하다”는 평을 한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확하게 묻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지승호는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보다 더 윤리적이고, 바바라 월터스보다 성실하다”, 배우 오지혜는 “20년 된 친구에게도 못한 얘기를 지승호에게는 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독보적인 인터뷰어로 언론, 출판계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때론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쓴 글에는 “남의 말이나 받아 적는 주제에 지 이름 달고 책을 내는 일을 15년간하다니 정말 뻔뻔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즐거움을 누렸지만, 이면에는 언제나 인터뷰에 대한 편견이 따라붙었다. 지승호는 아직도 이 편견과 싸우는 중이다.
『지승호, 더 인터뷰』는 『쉘 위 토크』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인터뷰 모음집으로 지승호가 최근 했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인터뷰 7개를 모은 책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 만화가 강풀, 가수 오지은, 기자 이상호 등 저자 지승호와 같이 오랜 기간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만화가 강풀은 지승호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의미는 독자가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승호의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의미는 독자가 만들고 갖는 것이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와 독자의 간극을 가깝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뷰이에게는 말할 기회를, 독자에게는 들을 기회를 준다. 묻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데, 사람들은 가끔 착각을 한다. 텍스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화려하지 않지만 믿을 수 있는 선수
인터뷰어로 인터뷰를 하다가, 반대로 인터뷰를 당하게 되셨습니다.
매체에 속하지 않고 인터뷰를 하는 게 신기한지, 몇 번 인터뷰를 당한 적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터뷰를 당할 때는 녹취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 편하긴 한데, 내가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부담은 있죠. 대개 사람들은 인터뷰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 준비를 많이 하고 가요. 준비를 많이 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진행하지만, 제대로 준비를 못했을 때는 진행하는 게 힘들고. 어려운 지점들이 있어요.
5년 전 인터뷰집 『쉘 위 토크』를 내고, 앞으로는 인터뷰 모음집을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지승호, 더 인터뷰』를 펴내셨어요.
당시 인터뷰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많았고. 어떤 분들은 좋게 평가하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녹음기를 들고 와서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고 하셨으니까요. 책을 많이 읽고 배웠다는 분들이 더 그런 경우가 많아요. 상처 주는 방법도 더 잘 알고 계셔서 댓글 하나도 잔인하게 다시고(웃음). 제 인터뷰 방식 자체가 인터뷰이한테 조명을 비추고 훑는 스타일인데, 그거 자체가 옳았나? 는 생각도 했는데요. 제가 열 사람이 칭찬해도 한 명이 비난하면, 그 소리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서요. 어떻게 보면 저자도 연예인처럼 되야 하는데.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 건데, 제 성격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5년 전에 했던 결심도 이 생각과 다르지 않았을 텐데. 한 번도 주목을 받아보지도 못했음에도 식상해진 것 같기도 하고(웃음). 욕을 먹더라고 노출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15년간 인터뷰로 만났던 당대 지식인, 방송인, 배우들의 인터뷰평이 대단합니다. 칼럼니스트 김규항은 “지승호는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다. 그는 개척자적인 인터뷰어”라고 말했고, 가수 故 신해철은 “이 양반이 뭔가에 대해 물어보면 ‘이유가 있겠지’하고 편하게 대답한다”고 평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민망해요. 그동안 들은 찬사만 모아 놓았는데, 과했다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책이 좀 나가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렇게라도 버텨야겠다고 생각해서 출판사가 써준 대로 내버려뒀어요. 찜찜한 건, 그 분들의 생각이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일일이 다시 물어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까. 지금 그렇게 나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승호가 뽑은 우리시대 문제적 인물들’이라는 테마로 강준만 전북대 교수, 만화가 강풀, 김난도 서울대 교수, 가수 오지은, 기자 이상호 등 7명의 인터뷰를 책에 실었습니다.
근간에 했던 인터뷰 중에 좋았던 인터뷰를 뽑았어요. 분량 때문에 미처 다 싣지 못했던 인터뷰도 있고요. 일곱 분의 공통점을 꼽자면 한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점일 거예요. 각자 자기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해오신 분들인데, 어떻게 보면 저하고 약간 비슷할 수 있는, 동병상련 같은 느낌을 가진 분들이라고 할까요.
단행본으로 인터뷰가 묶어지면, 평생 기록으로 남는 거잖아요. 부담스럽게 생각한 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강준만 교수님 인터뷰는 정말 싣고 싶었는데, 혹시나 허락을 안 해주실 것 같기도 해서 ‘책으로 내고 나서 매를 맞자’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인물과사상 측으로부터 “먼저 이야기를 했으면 흔쾌히 허락하셨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웃음)
<인터넷 한겨레>의 하나리포터로 글을 쓰기 시작해, 웹진 <시비걸기>, 여성주간신문 <우먼타임즈>, 월간 <아웃사이더>,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다 ‘전문 인터뷰어’가 되셨어요. 지금까지 『마주치다 눈뜨다』, 『유시민을 만나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 『신해철의 쾌변독설』, 『괜찮다, 다 괜찮다』 등 40여 권의 책을 썼고, 최근에는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이대로 가면 또 진다』, 『만화, 세상을 그리다』 등을 펴냈어요. 정말 방대한 작업을 하고 계신데,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가 궁금한 사람들을 만나요. 제 나름대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만나죠. 인터뷰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히 인터뷰이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연구를 많이 하면,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어요. 가시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 좋은 기록도 많이 남겨진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터뷰는 꽤 고된 일입니다. 책을 낸 저자의 경우에는 책을 읽어야 하고, 최근에 한 인터뷰 기사 등 근황을 다 찾아봐야 하고. 질문지를 먼저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철저하게 질문을 구성해야 하고,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녹취를 풀어야 하고. 틀린 문장은 다시 쓰고, 반복되는 이야기는 빼야 하고요. 하지만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인터뷰의 매력입니다.
최근에 한 월간지에서 서간집을 내신 이명세 감독님과 채호기 시인의 인터뷰를 부탁해왔어요. 준비할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는데, 평소 이명세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에 수락했죠. 인터뷰를 책으로 묶을 때는 대개 질문을 5백 개 정도 만들어가요.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 질문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시간이 끝도 없이 길어질 때도 있죠.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쓸 때, 인터뷰만 50시간을 했는데. 녹취를 푼다고 하면 두 세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요. 10시간 정도를 쭉 이어서 해본 것 같은데. 50시간 인터뷰를 했다고 하면, 꼬박 풀어도 10일 이상이 걸리는 거니까요.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하면 시간이 지체되니까 되도록 빨리 녹취를 풀어 놓으려고 해요.
인터뷰를 하는 분들을 보면 ‘필자’를 언급하며 사견을 많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지승호 작가님의 글을 읽어보면 되도록 인터뷰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 검열을 많이 해요. 움츠러드는 거일 수도 있고요. 인터뷰어가 감독이라고 치면, 인터뷰이의 어떤 면을 이끌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언젠가 진중권 교수님이 제 기사를 두고 “인터뷰어의 고유한 시각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평해주셨는데, 인터뷰어가 굳이 “나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걸 또 한 번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그 느낌을 질문과 답에 녹여서 기사를 쓰면,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잖아요. 인터뷰어가 해석을 또 한 번 해주면 아무래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거죠. 다큐에서도 내레이션이 너무 많이 나오면 재미가 없잖아요. 정말 잘 쓴 건, 이 사람이 슬프고 좋구나를 인터뷰를 읽고 나서 느낄 수 있게 하는 거 아닐까요. 흔한 비유지만, 야구선수들이 허슬 플레이를 하면 관중들이 화끈하다고 좋아하지만, 감독이 정말 좋아하는 선수는 타구의 방향을 예측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거든요. 관중은 모르지만 감독은 아는 거죠. 화려하지 않지만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누구라는 걸.
전문 인터뷰어로 지승호 작가님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네요.
대부분 인터뷰이들이 인터뷰가 끝나면 저에게 호감을 갖는데, 안정감 때문일 거예요. 편집자 분들 입장에서도 일단 맡기면 원고가 나오고 책이 나오니까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건데, 이상하게 한국 사회는 느려 보이고 성실한 걸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 면이 있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저거보다 나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경기에 나갔을 때는 아닐 수 있거든요.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게 다를 수 있어요. 뭔가 투덜거리는 것 같아서 슬프지만(웃음). 정말 그냥 받아 적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왜 이렇게 편하고 좋은 일을 사람들이 안 하는 걸까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일인데요.
인터뷰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쉽게 말을 하진 않더라고요.
그렇죠.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생각보다 육체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인데, 사회적 보상이 낮기 때문에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노동에 대한 존중은 있어야 하는데, 그다지 인정을 안 하죠. 큰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래하려면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이의 과거 기사들을 많이 참고하게 되는데요. 다른 기자들이 쓴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 어떤가요?
자료를 찾기 위해 읽기도 하지만 인터뷰 자체가 재밌어서 보는 경우도 많은데요. 재밌을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있어요. ‘왜 인터뷰를 이렇게 하지? 독자들이 이런 인터뷰를 좋아하나?’ 그런 생각도 드는데, ‘이런 점은 나보다 훨씬 낫구나’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최근에는 슬로우뉴스에서 박순찬 화백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점이 새롭더라고요. 박 화백의 이야기를 다른 텍스트와 연결해서 엮어낸 걸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인터뷰를 굳이 두 개로 분류하자면, 인물에 초점을 둔 인터뷰와 이슈에 초점을 둔 인터뷰로 나눌 수 있는데요. 어떤 인터뷰가 더 편한가요.
아무래도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죠. 하지만 그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팔로우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겉도는 이야기가 되죠. 만약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 “힘드셨겠어요”라고 하면 그 분의 감정은 전달할 수 있겠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는 전하기 어렵겠죠.
평소 좋아하는 인물을 만났을 때는 아무래도 더 기사를 잘 쓰고 싶을 텐데요.
더 정확하게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죠.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을 인터뷰이로 만날 때는 어떤가요.
저는 사람 자체를 미워하지 않아요. 저와 정치적 입장이 다를 때 얄미울 때도 있지만, 그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가진 권력이 커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요.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제가 궁금한 사람이면 거의 해요. 굳이 구분하진 않아요. 제가 변희재 씨 인터뷰도 몇 번 했는데요. 그렇게 밉지는 않아요.
인터뷰를 하고 원고를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시나요?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줘요. 대개 팩트가 다른 걸 고치거나, 이건 뺐으면 좋겠다고 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요. 하지만 너무 왜곡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지승호 작가님이 인터뷰로 쌓아온 이력이 상당한데, 원고를 보여달라고 하면 ‘나를 못 믿나?’하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요. 서운하기도 할 것 같고요.
그런 건 인터뷰이의 성격인 것 같아요. 진중권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얘기한 게 어떻게 나가든 관심이 없는 분이거든요. 오해와 비난, 이런 거에 초월한 분이세요. 하지만 어떤 비난에 대해 민감한 분들은 어쩔 수 없어요. 김난도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를 할 때, 표현 하나하나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쓰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너무 과도한 비난을 들었으니까요. 인터뷰를 할 때도 조심스러워 하셨는데 응해주셨고, 책에 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원고를 보고 싶어 하셨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이해가 가니까요. 보여드렸죠.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묻고, 듣는 작업입니다. 계속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보면, 간혹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자제하시나요?
예전에는 좀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그 사람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인터뷰 서문에 쓰거나, 내가 따로 글을 쓰는 게 낫죠. 인터뷰이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텍스트로는 길게 쓸 때가 있는데, 그 외에는 되도록 자제해요. 예전에 표창원 교수님과 『공범들의 도시』를 냈는데, 이건 제가 한국사회의 범죄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한 거예요. 표창원 교수님의 이야기를 끌어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거죠. 한국사회가 범죄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주먹구구식,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수사기관의 인권의식이 없다는 걸 지적한 건, 제 의견이죠. 그런데 리뷰를 보면 놀라운 게, 같은 책을 봐도 너무 극단적으로 다른 이야기들을 해요. 어떤 분은 “얘는 왜 자꾸 표창원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하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자꾸 답변을 유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터뷰어가 하는 일이 없다”는 리뷰를 읽은 적도 있어요. (웃음)
오랫동안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글쎄요. 아직까지 주목을 받지 못해서 그럴 지도요. 튀고 싶은 자의식을 눌렀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방송으로 치면 일인자가 됐을 때, 그걸 유지한다는 게 더 어렵잖아요. 욕망이 없을 순 없겠죠. 하지만 눌러야 편해지니까요. 약간의 스타성이 생겼다면 수익도 좋아지고 일을 하기 더 수월했을지 몰라요. 그런데 조금 뜨면, 훅 가잖아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한 번 의원에 당선되면 두 번째 꿈이 재선 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인 것처럼. 저 사람이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아요. 더 큰 꿈을 꾸라고 하죠. 그래야 옆에서 자기도 이득이 생기니까. 그런데 이런 걸 받아들이면 사람이 훅 가요. 어느 정도 떴을 때 절제를 못하면, 끝인 것 같아요. 오래하려면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지승호 작가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데요. 인터뷰어로서 단점이 있다면.
너무 많죠. 외국어를 배운다고 친다면, 말을 잘 못한다고 해도 외국인들에게 말도 붙여보고 부딪혀봐야 하는데, 그런 거를 못해요. 말을 붙이기 전에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결국 시도를 못하는 편인데, 그게 인터뷰어로서 엄청난 단점이에요.
기자 분들을 보면 의외로 내성적인 분들도 많아요.
그렇긴 해요. 예전에 이시형 박사님이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남 앞에 잘 못 서는 사람이니까 훨씬 더 준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할지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인터뷰는 어차피 듣는 작업이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내성적인 사람이 더 잘 맞을지도 몰라요. 역설적이지만, 그런 분들이 더 오랫동안 하고 더 잘되는 경우가 있고요. 부족한 부분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는 장점이 될 수 있죠.
전문 인터뷰어를 꿈꾸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먼저 길을 개척한 선배 입장에서 조언을 하신다면.
강풀 작가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랑 비슷해요. 무조건 만들어야 해요. 실전으로 써보고 사람들한테 욕도 먹어봐야 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어요. 인터뷰는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체에 들어가면 제약을 받긴 하지만, 매체 안에서 훈련을 받는 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저도 8개월 정도 <우먼타임스>에서 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승호, 더 인터뷰』에서 강풀 작가는 “만화가는 좀 덜 나이 드는 직업”이라고 표현했어요. 인터뷰어는 어떤 직업인 것 같나요.
어쩔 수 없이 겸손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해서 듣겠다는 사람은 뭔가가 있는 사람이잖아요. 인터뷰이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놀라워요. 기본적으로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마음만 갖고 있다면 인터뷰를 제대로 못하죠. 일정하게 줄다리기도 해야 하고요. 자기가 너무 작아지면 인터뷰도 못해요. 나름의 자존감이 있어야 해요. 정신과의사들이 밥은 혼자 먹는다고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어야 한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거죠. 자기도 그게 트라우마가 되니까 카운슬링을 받기도 하고. 듣기만 하다 보면 지칠 수 있는 거죠. 인터뷰도 그런 직업인 것 같아요. 매력적이지만 힘들죠.
예전 인터뷰를 보니, 배우 송강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는데. 아직 못 만나셨죠?
워낙 인터뷰를 안 하시는 분이셔서. 예전에 김지운 영화감독님과 인터뷰를 하고, “송강호 씨, 섭외 좀 안 될까요?”라고 부탁을 드린 적이 있어요. 김지운 감독님이 저한테 송강호 씨한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고 캡처를 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지승호란 인터뷰어랑 인터뷰를 했는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돼서 좋았다. 인터뷰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그런데 답은 없었어요. 얼마 전에 <씨네21> 창간 20주년 인터뷰에 나왔던데, 그건 송강호 씨랑 두 편 이상 영화를 찍은 감독들이랑 한 거니까요. 뭐, 언젠가 제 인터뷰가 더 쌓여지면 송강호 씨가 인터뷰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여러 후보 중의 한 명은 되겠죠.
혹시 이 인터뷰를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밝히신다면.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대화가 되는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주변에서 “너 그렇게 말해도 괜찮겠냐”는 반응이더라고요. 시대가 하 수상한 건지. 당연히 괜찮은데 사람들이 굉장히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걸 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책을 故 신해철, 故 최동원 님께 바친다고 쓰셨는데, 두 분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지승호, 더 인터뷰』가 저에게는 꽤 의미 있는 책이니까요. 좋아했던 사람들한테 이런 식으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평소 ‘인터뷰’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게 되겠죠. ‘인터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인터뷰는 기술이 아니고 태도”라는 거예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나를 존중하고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면 누구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침묵도 대화라고 하잖아요. 친구랑 대화를 하는 것도 일종의 인터뷰에요. 친구가 울고 있는데, 자꾸만 너 왜 우니?”라고 물으면, 폭력일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친구가 울음을 그쳤을 때, “할 이야기 없어?”라고 묻는 게 낫죠. 상대의 상태에 맞춰 존중하면서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해요. 애정이 있다고 자꾸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걸 “너 걱정돼서 그래”라고 꼬치꼬치 캐묻는 건 좋지 않아요. <한겨레>에서 하고 있는데, 인터뷰의 최고봉이 ‘가족 인터뷰’라고 하잖아요. 꼭 직업으로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관계 속에서 인터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이야기를 하는 것과 공부하고 생각한 다음에 대화를 하는 건 완전히 달라요. 꼭 신상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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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더 인터뷰지승호 저 | 비아북
『지승호, 더 인터뷰』에는 전문 인터뷰어로 15년을 활동하며 40여 권이 넘는 인터뷰집을 낸 지승호만의 내공과 노하우가 결집되어 있다. 저자는 그동안 어떤 주제별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책은 내기는 했었지만, 이처럼 저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다루고, 인터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직하게 인터뷰어로서 외길을 걸어온 지승호의 긴 인터뷰 역사를 총결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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