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사람들] 책을 사랑하는 마케터가 오래 남는다
<채널예스>에서 대한민국 출판계를 이끌고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1편은 문학동네에서 10년째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방미연 기획마케팅부 차장입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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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다는 거, 정말 잘 아는데요. 이걸 독자들이 알아야 말이죠.”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읽고 싶은데 책의 존재를 몰라서 못 읽으면 얼마나 서러운가? 이 답답함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바로 ‘출판마케터’다. 따끈따끈한 신간을 가장 먼저 받아보고, 독자들이 책을 선택할 수 있게 가장 적절한 위치에 적합한 카피로 소개하는 사람. 저자와 독자의 만남을 기획하는 출판마케터의 하루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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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책이 가장 재밌어서 행복하다는 방미연 마케터

 

 

10년차 출판마케터의 하루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10년을 근무한 방미연 마케터. 그녀의 하루는 전국 서점에서 오는 주문을 확인하는 일로 시작된다. 간혹 유명 작가가 TV에서 책을 소개한 다음날이면, 주문이 3배 이상으로 뛴다. 지난 4월에는 <인간의 조건2>에 출연한 곽정은 작가가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추천한 덕분에 문학동네 임프린트인 이봄은 반색했다.

 

주문을 확인한 후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책 재고를 파악한 후 서점 구매팀에 연락을 하는 일. 또 신간을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 회의와 책 관련 기사 모니터, 거래처 구매팀과 온라인서점 MD들과의 미팅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예전에는 편집자와 저자가 주축이 되어 책을 기획했다면, 요즘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터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요. 책의 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판촉 방법까지 면밀하게 검토를 하는 편이에요. 또 마케터는 출판사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 직접 책을 판매하고 있는 서점에 가거나 MD들을 많이 만나요. 신간 배본량을 정하고 광고는 어떻게 하고,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지에 관해 협의합니다.”

 

최근 출판 마케팅은 모바일에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거나 웹을 통해 책을 구입했던 독자들이 점점 구매 수단으로 모바일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구매가 늘어나는 만큼, 광고와 홍보도 모바일이 중심이 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신문광고만 잘하면 책이 팔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일간지는 물론이고 방송, 모바일을 통한 전 매체에서 입체적으로 마케팅 플랜을 짜야 성공할 수 있어요. 더욱이 전자책을 보는 독자 분들이 늘고 있으니 더욱 모바일 마케팅에 힘을 쏟을 수밖에요.”

 

 

책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


첫 직장생활을 잡지사에서 시작한 방미연 마케터는 지금까지 출판마케터가 된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 문학동네에서 일해서 가장 좋은 점은 재밌는 책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문학동네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책을 사지 않아도 매달 서재가 꽉 찬다.

 

“신간 도서가 나오면 회사에서 전 직원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거든요. 문학동네에 워낙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서 주는 책만 읽어도 정말 바빠요. 제가 출판마케터로 오래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저희 회사에서 나오는 책이 가장 재밌기 때문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오래 남는 마케터들을 보면 대부분 원래부터 문학동네 마니아인 경우가 많아요. 마케터가 되면 정말 다양한 방면의 작가들을 만나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거든요. 일을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죠.”

 

방미연 마케터는 종종 출판마케터 지망생들의 취업 관련 문의 메일을 받곤 한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냐는 물음에 가장 강조하는 것은 “책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아야 한다”는 것. 방 마케터는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주변에 그 책을 추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사람일수록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해요. 또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는 게 마케터의 숙제인데요. 힘들면서 매력적인 일이죠. 이건 책 속에서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주변에 있는 모든 광고매체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어요. 한 상품을 어떤 방식과 목소리로,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유심히 보면 그 상품의 마케팅을 기획한 사람들의 의도가 보여요. 그리고 그 상품이 진짜 잘 팔리고 있는지도 확인해봐요.”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방미연 마케터가 추천하는 건, 우선 대표적인 SNS를 시작해보는 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을 추천한다. 팔로워 수가 많아질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뷰나 사진을 올리면서 꾸준히 네티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만 꾸준히 올려도 나중엔 엄청나게 늘어요. 제 트위터만 해도 처음엔 팔로잉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매일매일 책 사진과 문장을 올리고 팔로잉했더니, 지금은 팔로워가 7천 명이 넘었어요. 요즘도 새 책이 나오면 일단 SNS에 가장 먼저 올려요. 이 때 반응을 보면 대충 이 책이 얼마나 팔릴지가 감이 오거든요. 제 SNS에서는 반응이 없더라도, 메인 페이지에서 책을 검색해서 수두룩하게 나오면 ‘아, 이제 입소문이 시작됐구나!’ 알 수 있죠. 대중의 반응을 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터에게는 SNS가 필수에요.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깃층의 포커스인터뷰가 가능하니까요.”

 

방미연 마케터가 출판마케터 지망생에게 반드시 꼭 남기는 조언은 바로 ‘체력 관리’다. 책이 나오면 신간 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책 20권을 들고 다니는 건 기본이다. 마케터들의 손에 박인 굳은살 두께로 연차 가늠이 가능할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좋아했던 신경숙 작가의 신간을 홍보하고, 언니네이발관 이석원 작가의 북 콘서트를 기획하는 건 더없이 행복했던 일이자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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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출간됐을 때, 동료들과 로드 코스프레 행사를 진행했다

 

 

책으로 가득한 호텔을 만들고 싶다


방미연 마케터는 네이버 블로그 ‘다다의 책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본업이 마케터인 만큼 재밌게읽은 책들은 개인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간혹 포털사이트에 블로그가 소개되기도 하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홍보한 책들이 화제를 모으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다.

 

“최근에 문학동네 계열사인 애니북스에서 난다 작가님의 『어쿠스틱 라이프 8』이 출간됐어요.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다시 1권부터 정주행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대로 『어쿠스틱 라이프』 덕후가 되어가고 있죠(웃음). 작가님이 저와 동갑인 아기엄마라 더욱이 공감이 많이 돼요.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많은데, 그 중에 꼭 읽어보려고 하는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이에요. 예전부터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좋아했어요. 진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선생님의 책은 읽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마음을 먹고 읽어볼 계획이에요.”

 

방미연 마케터의 꿈은 언젠가 호텔을 짓는 일이다. 책으로 가득한 오래된 성 같은 호텔을 만들고 싶다. 북노마드에서 출간한 『프렌치 테이블』을 읽은 후로는 매우 현실적인 꿈으로 생각하고 있다.

 

“굳이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발리에 지을 수도 있고 프랑스에 있는 고성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프렌치 테이블』이란 책을 보면 이 꿈이 그렇게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실제로 호주 가족이 프랑스의 오래된 성 하나를 사서 호텔처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모두가 언젠가는 한번쯤 머물고 싶어하는 파라다이스 같은 장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 책 팔고 뿌듯했다!

방미연 마케터가 뽑은 추억의 책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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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출간 전 이 책을 굉장히 문학적이고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처음에 회사는 큰 판매를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편집자와 아주 긴밀히 작업을 해서 표지와 카피도 마케팅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었고 예스24 문학MD의 다락편지 메일이 폭발적인 효과를 내서 출간되자마자 종합 1위를 찍었어요. 그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저 | 문학동네

자기계발서를 마케팅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지요. 이지성 작가와 함께 실제로 ‘꿈은 이루어진다’의 힘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판매가 안 되던 책이었는데 작가님과 함께 열심히 홍보하고 노력하니 세상이 책을 알아주더라고요. 인문고전 독서열풍을 불러오게 할 정도로 47만 부가 넘게 나갔습니다. 속편인 『생각하는 인문학』과 함께 지금도 꾸준한 판매를 보여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당신의 조각들

타블로 저 | 달

타블로 작가가 낸 첫 소설책입니다. 그 당시 저자와의 저녁식사 이벤트를 예약판매에 걸었었지요. 그 팬덤 효과는 실로 놀라웠어요. 예판 끝나고 바로 종합 1위 등극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뮤지션이 쓴 순문학이라 그렇게 많이 팔릴까 고민했는데 작품도 좋아서 반응이 대단했지요. 타블로 작가님과 함께 홍보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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