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대한민국, 죽겠다 청소년
요즘 청소년은, 참 힘들다. 학교 갔다가 학원 가고, 학원 마치면 또 학원을 가고, 이제 끝났다 싶으면 또 다른 학원을 향한다. ‘다른 아이들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데,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넌 실패할 수 밖에 없어.’ 부모와 사회에 의해 강요된 현실 속에 숨쉴 여유조차 없다.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나아지기는커녕 대학에 들어가면 스펙 쌓기와 취업 전쟁의 한복판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사회라서, 너무 미안하고.
물어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강화도 살문리의 중학생 사총사도 이런 현실을 피할 수 없다. 도시와는 분명 다르지만 농촌만의 또 다른 현실이 이들 앞에 펼쳐진다. 비단 학업 문제뿐만 아니다. 주인공 유정이는 태어날 때부터 소위 ‘언청이’로 태어나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엄마로부터 버림 받은 후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가정에서 자랐고, 변변치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은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사총사 친구들 또한 갖은 고민과 상처를 안고 중학생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유정이와 친구들의 아파하는 이유를 찬찬히 따져 보면 대부분 아프지 않아도 될 것들이다. 비난 받지 않아도 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어긋난 시선은 수군거리며 손가락질 하게 만든다. 그냥 다른 것일 뿐인데 틀린 거라고 오해하게 한다.
『모두 깜언』은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이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엄마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자녀가 놀림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미국 사람이면 있어 보이고, 베트남 사람이면 무시하는 폭력적인 시선으로 가득하다. 누가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로 하여금 베트남 사람인 엄마를 부끄럽게 만드는가? 오히려 놀리는 아이들과 삐딱한 시선을 대물림 하는 어른들이 더 부끄러울 뿐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수용하고 인정하는 마음, 장애가 있는 사람을 피하고 수군대기 보다 있는 그대로 동일한 인격체로 대하는 건강한 시선. 소설은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위 말하는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꿍어, 꿍안, 꿍떰. 함께라서 참 고맙다
나이는 어리지만 갖가지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힘든 청소년들. 꿈과 사랑보다 눈물과 상처로 가득한 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이를 먹고 자라더라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힘들어질 상황이 그들 앞에 놓여 있어서 더욱 그렇다. 상처와 결핍으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절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혼자 지고 간다면 견딜 수 없겠지만, 함께 마음을 마주하며 인생길을 동행하는 이가 있기 때문에 살 만한 인생이지 않을까.
꿍어, 꿍안, 꿍떰
베트남 사람인 작은엄마가 유정이에게 말한다.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는 것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충분히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일지라도 함께 하는 가족과 벗이 있기에 오늘도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 뭐든 살아있는 건 사랑이 가장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언제나 혼자보단 여럿이 나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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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언김중미 저 | 창비
따뜻하고 씩씩한 김중미표 성장소설이 왔다!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일치시켜 온 작가 김중미는 『모두 깜언』에서 다문화 가정 문제, FTA, 구제역 등 농촌 사회의 여러 이슈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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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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