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문학은 여전히 서사의 힘 강해”
단편 모음집, 하면 왠지 전공 학자들이 읽어야 할 책처럼 느껴지지만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작가의 삶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문학사를 넘어 풍속사, 문화사, 사회사를 아우르기에 여러 독자가 관심을 둘 만하다.
글 : 손민규(인문 PD) 사진 : 손민규(인문 PD)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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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이하 ‘명단편 101’) 출간 관련 기자 간담회가 1월 28일 서울 마포구 카페콤마 2호점에서 열렸다. 간담회에는 황석영 작가와 함께 신수정 문학 평론가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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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문학동네 카페에서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3년 동안 연재했던 글이다.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황석영 작가는 기존 해설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했다. 이미 한국 문학의 단편을 묶은 시도는 몇 차례 있었으나 문학동네에서 나온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함께 소개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삶을 다룸으로써 이 책은 단순히 문학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현대 풍속사, 문화사, 사회사를 복원해냈다. 이는 1943년에 태어나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하며 많은 문인과 오래 교류해온 황석영 작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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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국 근대 문학의 시작을 염상섭으로 잡았다. 대개 이광수나 김동인에서 시작하는 문학사와 달리 『명단편 101』은 염상섭을 첫 작가로 다룬다. 근대적 자아가 형성된 시점을 1919년 3ㆍ1 운동으로 보고, 이 사건을 형상화한 문학 작품을 『만세전』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명단편 101』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황석영이 인식하는 한국 문학사와, 그의 문학관이다. 황석영 작가의 선배, 동료, 후배를 그가 어떻게 평가할지도 독자라면 궁금할 내용이다. 신수정 문학 평론가는 『명단편 101』“문학사로 보는 황석영론”이라고 평했다.

 

셋째, 최근 작품을 많이 다뤘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명단편 101』에서 8~10권은 1990년대 이후 작가로,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인이다. 황석영 작가에게 최근 작품과 작가를 다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90년대 그는 독일에 체류하기도 했고, 옥살이를 하기도 했기에 이 시기의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명단편 101』을 펴내면서 황 작가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폈다. 단편만이 아니라 그 작가의 장편까지 읽어나가며 글을 써내려갔다. 힘들 만도 하지만 황 작가는 “젊은 피를 수혈한” 느낌이라며 덕분에 말년 문학이 탄탄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는 이제는 다소 상투적인 화두인 ‘문학의 위기’에 관해서 의견을 말했다. 황석영은 한국 문학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위기가 있을 때마다 뚫고 넘어섰다는 걸 강조했다. 그렇기에 한국 문학은 위대하고 근사하다는 게 황 작가의 진단. 실제로 한국문학은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에 비교한다면 여전히 서사가 가진 힘이 있다고 한다. 1980년대를 지나며 일본문학은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구분이 없어지면서 영향력을 잃었고, 중국문학은 여전히 검열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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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편 101』을 쓰면서 이틀밤을 새기도 했다는 황석영 작가도 어느덧 일흔을 넘었다. “화장실 다녀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갔다”고 농담을 건넨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는 ‘말년 문학’이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글을 쓰는 중이다. 올해도 경장편 한 편이 나올 예정이니, 그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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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황석영 편 | 문학동네
기존의 국문학사나 세간의 평가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현재 독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된 작품들에는 유명한 작가의 지명도 높은 단편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작가의 숨은 단편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각 권의 말미에는 시대와 작품을 아우르는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해설이 덧붙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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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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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31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책이라니 여태껏 출간된 한국 작가들의 단편을 황석영씨가 선별하셨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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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빛

2015.01.31

김애란이 언급된 것이 주목되네요. 황석영 작가도 많이 늙었군요..
이틀 밤을 새서 글을 쓰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그 근원의 힘이 문학이 가진 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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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2015.01.31

황석영 작가님이 엄선하신 작품이니만큼 우리가 꼭 필독해야 할 주옥같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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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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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1943년 만주 창춘(長春)에서 태어나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인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되어 문학활동을 본격화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등 문학사에 획을 긋는 걸작들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 1976년 전남으로 이주해 해남과 광주에서 집필과 현장문화운동을 병행하던 중 1979년 계엄법 위반으로 검거되고 당국의 권고로 1981년 제주도로 이주했다. 1982년 다시 광주로 돌아와 5월항쟁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각종 활동을 펼쳤다. 1985년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출판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저자로 나선 뒤 유럽과 미국, 북한으로 이어지는 긴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 석방되었다. 1989년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다룬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변혁을 꿈꾸며 투쟁했던 이들의 삶을 다룬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재개하여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역작들을 선보이며 소설형식에 대한 쉼없는 탐구정신, 식지 않는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오래된 정원』, 『객지』, 『손님』,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낯익은 세상』, 『해질 무렵』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 『손님』, 『심청, 연꽃의 길』,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 페미나상 후보에 올랐으며,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등이 있다. 또한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문학 작품들 가운데 빼어난 단편 101편을 직접 가려 뽑고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10권)과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행로를 되돌아본 자전 『수인』(전2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