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테마(tetema) < Geocidal >
실험에 대한 가치는 대체로 결과보다는 과정 위에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과학자는 보람을 챙기기 쉬운 직업일는지도 모르겠다. 용납하기 어려운 현재에 미래의 가능성을 잘만 섞어내면 의미는 고스란히 따라온다. 물론 노고를 폄하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말만 이렇게 꺼냈다 할 뿐이지 사실 개인적으로도 확실성의 종말을 더 기대하고 선호하는 편이다. 다만 여기서 꺼내고 싶은 요지는, 실험에 따르는 과정지향, 미래지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무차별적인 찬양이라는 사각지대가 시야 안에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테테마의 첫 앨범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앨범이다. 다각도로 재료를 교차시킨 음의 혼합과 그 안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운드스케이핑, 하나의 주제로 모든 트랙이 연결되는 옴니버스 구성은 작품에 충분한 값어치를 부여한다.

페이스 노 모어, 미스터 벙글, 판토마스 등을 거친 소문난 록 계의 괴작가 마이크 패튼과 현대음악가 안소니 파테라스 사이에서 평이한 사운드가 나올리 없다. < Geocidal >은 흔히들 말하는 아방가르드 팝에 닿아있는 작품이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도를 기초로, 강하게 부각시킨 퍼커션 섹션, 뒤틀린 목소리와 전자음들이 끊임 없이 횡행한다. 혼란, 위화, 당혹은 당연한 부산물이다. 여기에 「Irundi」와 「Tenz」 같은 트랙에서는 월드 뮤직의 요소를, '「Pure war」에서는 마이크 패튼이 오랫동안 구사했던 하드코어의 스타일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소리의 콜라주. 게다가 트랙 별 러닝타임도 들쑥날쑥 그 자체다. 이러한 어지러움 속에 우리를 가둔 채 2인조 실험단은 열한 번의 위협을 가한다.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앨범 전반에 깔린 긴장감은 작품의 제목, 지구 파괴라는 테마와 더 없이 어울린다. 갖은 형태의 곡들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개개의 트랙마다 불안은 상이한 형태를 갖고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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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파괴하는 행위, 이 앨범의 테마로 관념이 연합하길 바랄 테다. 이 과정에서 탈규범의 방법론은 통상의 규칙만큼이나 직설적인 효과를 보인다. 기발한데다가 나름 독자적이기까지 한 창작이다. 문제는 이들의 의도가 현실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일정한 맥락이 제시돼야한다는 점에 있다. 예술 작품이라기보다 소음 뭉치로 인식될 공산이 큰 탓이다. 그러나, 다행이다. 이 음반은 재밌는(?) 사운드 구성 뿐 아니라 문맥을 제시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하며 남다른 의미를 획득했다. 이게 대체 무어냐는 물음을 넘어 어떤 내용이냐는 해석의 단계에 이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충분히 인정이 따를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제 더 나아가, 사각지대를 민망해하지 않고도 음악의 앞날까지 얘기할 수 있게 됐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브라이언 이노, 페레 우부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음반도 시간에 비례하는 값을 갖는다. 난해함만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상당한 실험의 집합체다. 내일에 더 부각될 앨범. 그러나 오늘 들어도 충분함이 응당 따른다.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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