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난 후 좋아지는 음식재료들이 있죠. 어른의 맛이랄까요? 일단, 가지, 흐물흐물한 것이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는데, 어느새 그릴 자국 선명하게 구워진 가지도 좋고, 살짝 데쳐 물기 꼭 짠 후 된장 양념이나 간장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도 맛있고, 기름 약간 두르고 마늘, 양파와 가지를 굴 소스와 간장과 참기름만 넣어 볶아도 맛있잖아요. 물론,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보랏빛 채소가 갖고 있는 풍부한 안토시아닌을 마음껏 흡수할 수 있고 말이죠. 또, 어릴 땐 이 과일도 먹나? 싶었던 무화과, “그대여, 이렇게 바람이 서글피 부는 날에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가 익어가는 날에도~” 노래에만 존재하는 과일이었던 무화과도 왠지 이제는 무화과 날 철이면 과일가게 앞에서 언제쯤 나오나 서성이게 되는 과일이 돼 버렸어요.
저에게는,,, 그리고 바다의 우유, 굴도 어른이 돼야 맛을 알게 된 해산물이었어요. 사실 굴 시식의 첫 시도는 지금 생각해도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물컹물컹한 것이 입에 넣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거든요. 몸에 좋으니까 먹어야 한다는 엄마 말에 눈 꼭 감고, 꿀꺽! 그리고 느껴지는 그 비릿함은 왠지 속을 느글거리게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물론 지금은 없어서 못 먹고, 겨울이면 그 바다의 향이 그립기까지 하지만요.
왜 어른이 돼야 찾게 되는 맛, 어른이 돼야 익숙해지는 맛, 어른이 돼야 좋아지는 맛이 생기는 걸까요? 그건 고단한 밥벌이에 익숙해져 있고, 익숙한 사랑에 길들여져 있고, 작은 행복에 둔감해진 채, 많은 것에 대해 너무 힘겨워진 탓에, 새로운 맛, 신선한 맛에 눈을 뜨게 된 건, 바로 나름의 본능이 아닐까?란 생각은 너무 비약일까요? 뭐, 물론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우리의 미각 본능처럼, 사소해서 지나쳐버릴 만한 행복은 손톱 세운 채, 날 세운 채, 지켜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어른의 맛, 오늘은 이 가운데 굴과 관련된 요리를 해 볼까 해요. 어릴 적 고모들이 <석화>라는 말로 굴을 부르더군요. 석화=굴, 굴을 굴이라 부르지 않고 무척 생소한 <석화>라는 이름은 한자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석화,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 직역하면 <돌꽃>이란 뜻이죠. 바닷가 바윗돌에 핀 꽃, 너무 예쁜 이름이죠? 또, 돌이나 너럭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굴>이라 하는데요. 이 어리굴로 젓갈을 담으면 밥도둑 어리굴젓이 되는 거죠. 서양 사람들은 굴을 ‘바다의 우유’, 한때는 강장제로 여겼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사실 아미노산과 아연,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 비타민 D, 영양소가 너무너무 풍부한 굴~ 오늘은 굴을 이용한 굴짬뽕라면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송년 잇 아이템! 굴짬뽕라면(2-3인분)
재료: 라면(하얀 짬뽕라면) 2봉지, 스프 2봉지, 버섯 1개, 청경채 4개, 쪽파 5쪽, 홍고추 2개, 굴 2줌, 물 6-7컵
1. 청경채는 밑동을 자르고 준비, 쪽파도 송송,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세요.
(버섯 대신 숙주를 넣어도 좋아요.)
2. 홍고추(좀 더 칼칼하게 하고 싶다면 청양고추도 넣어주세요.)는 송송 썰고 굴은 흐르는 물에 2~3번 씻어 주세요.
(굴은 껍데기가 씹힐 수 있으니까 잘 씻어주세요.)
3. 물은 그냥 라면 끓일 때보다 좀 많이 잡아주시고요.
(본인의 입맛에 맞춰주세요. 끓여 먹다 보면 맞춰지더라고요. 간은 절대 금물! 굴 때문에 짭조름~ 해 간은 딱 맞아요.)
4. 라면과 스프 넣고 3분 정도 끓인 다음 굴을 넣고 끓어오르면 불을 조금 낮추고 버섯과 청경채를 넣어 한소끔 끓여주세요.
5. 마지막으로 홍고추, 쪽파를 넣어주면 완성됩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바다의 우유 굴짬뽕라면, 별미겠죠? 출출할 때 식사로도 좋지만, 이제 송년회 모임 많을 시기, 해장이 필요할 시기, 아주 유용한 송년 잇 아이템이 되실 거예요.
딱 한 장, 남아있는 달력, 이제 정말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 챙겨갈 수 있는 한 달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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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요리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잡다한 것에 손을 뻗어가며, 매일매일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 프리랜서 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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