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다. 준수하나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막 성장하려는 찰나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과 콘셉트가 그들의 강점이었는데, 이번 미니 앨범은 조미료를 빼다보니 간을 맞출 최소한의 나트륨마저 빠뜨린 느낌이다. 개별적인 곡으로 봐도, 전체적인 구성을 봐도 분명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딱히 좋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애매함. 여전히 이 굴레를 이들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이게 무슨 일이야」로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린 매끈한 구성과 귀에 꽂히는 후크로 하여금 발전의 실마리를 찾나 싶었는데, 그 때 발견했던 이들의 흡입력을 이후 작품들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타이틀인 「Solo day」를 예로 들어보자. 구성 자체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어쿠스틱과 디스토션이 모나지 않게 어우러진 기타소리도 좋고, 그루브한 비트와 적절하게 삽입된 휘파람 소리에 중간에 잠시 긴장감을 주는 완급조절도 지루함을 덜어준다. 결국 문제는 밋밋한 멜로디와 클라이맥스를 살려내지 못하는 프로듀싱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여태껏 이들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주파수를 그리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분명 의도한 후렴구가 있는데도, 이를 잘 부각시키지 못해 곡이 가진 임팩트를 스스로 감추는 느낌. 이 곡 역시 후렴에서 보컬의 볼륨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기승전결의 흐름은 희미해지고 일순간 고저 없는 평탄한 흐름의 노래로 정착하고 만다. 앨범 내의 여섯 곡을 좋게 들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사와 선율을 기억해내기 어려운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게 무슨 일이야」에서는 이 부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기타 반주만으로 3분 30초를 채운 「내가 뭐가 돼」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잘 돼가」나 「드라이브」는 요즘 스타일의 알앤비와 힙합 수급에 실패하고 있다. 칭찬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물 한잔」인데, 이 곡에서만큼은 구심점이 확실한 이유다. 벌스에 이어 바로 이어지는 랩, 브릿지를 거쳐 후렴구로 가는 그 흐름이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킬링 포인트가 확실해 듣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가져다준다. 앞서 삐끗한 블랙뮤직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섭외한 「You」 또한 부담스럽지 않게, 또 세련되게 본인들의 색깔로 소화해냈다.
음반 판매량은 높은 순위에 올라도 음원은 그다지 등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팬덤형 그룹. 아직까지 이 팀이 벗어나지 못하는 그늘이다.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스스로 작사, 작곡을 소화해내는 몇 안 되는 아이돌이긴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나 프로듀서라는 이름표가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아니면 단지 '다른 아이돌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홀로서기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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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부레옥잠
201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