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나는 대학 부속유치원의 원장으로 유치원 교실의 아이들과 다시 생활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놀이하며 즐겁게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곤거리는 말소리를 오랜만에 듣게 되어 매우 행복했다. 1990년에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의 교수가 되었고 1994년 여름, 젊은 나이에 부속유치원장이 되어 8년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후 10년간은 유아교육과 교수로서 좋은 유치원 선생님을 양성하는 데 힘쓰며 지냈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온 유치원에서, 나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다정하게 얼굴을 마주 보며 생글거리고, 함께 놀이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즐거웠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친구에게 “너랑 안 놀아!”라고 볼멘소리로 말하고, 선생님은 그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안쓰러운 얼굴로 타이르는 모습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 즈음에 다시 집어 든 선배 유아교육자 비비언 페일리의 『You Can’t Say You Can’t Play』를 읽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유치원 교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문제의 말 “너랑 안 놀아!”를 “우리 같이 놀자!”로 풀어 나간 페일리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아이들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하지 못한 채 무심코 말을 내뱉고 감정대로 행동한다. 그런데 페일리 선생님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훈계를 늘어놓는 대신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기>라는 규칙을 모든 아이가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이끌어 간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육자의 마음가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울러 선생님과 부모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또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워 가는지도 알려 준다.
그동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왕따, 학교 폭력과 같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했다. 따돌림은 따돌림당하는 아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교육이 불러온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태어나 사회적 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소이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 주는 어른들을 신뢰하며 어른들이 하는 말에 순수하게 귀 기울인다. 따라서 아직 도덕관념이 자리 잡히지 않은 유치원에서부터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라는 개념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주변의 모든 사람과 행복하고 조화롭게 생활하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숙제인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너랑 안 놀아!”라고 말하며 친구를 따돌리는 유치원 아이들의 교실을 넘어서, 유치원 시절 따돌림당하여 쓰라렸던 초등학교 아이들의 기억으로, 그리고 페일리 선생님의 유치원 시절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린 시절 “너랑 안 놀아!”라는 말을 들었거나 누군가를 향해 그런 말을 했던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선생님과 부모의 마음으로, “너랑 안 놀아!”라는 말을 들을 때의 슬프고 외로운 마음과 “우리 같이 놀자!”라는 말을 들을 때의 행복하고 훈훈한 마음을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실이나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따돌림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옮기면서, 페일리 선생님 반 아이들과 비슷한 미국에서의 유치원 시절 경험담을 들려준 조카 도현이와 『따돌림 없는 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도록 애써 준 샘터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 따돌림 없는 교실 비비언 거신 페일리 저/신은수 역 | 샘터
이 책의 저자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방인’이라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알아 왔던 아이들과는 어딘가 다른 점이 그 아이를 멀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곧 덧붙인다. “아니,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다르지 않다. 이방인으로 대우받기 때문에 이방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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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수
빛나는보석
201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