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현, 그녀가 들려주는 첫 번째 사랑 이야기
뛰어난 소화력으로 각 곡의 감성에 맞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한소현의 앨범도 함께 들어보시죠.
글ㆍ사진 이즘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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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현


다채로움은 한소현의 가장 큰 무기다. 라운지 밴드 서드 코스트의 메인보컬, 각종 OST 참여,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의 객원보컬 등 다양한 참여를 통해 음악적 편식과는 거리가 멈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채로움은 양날의 검으로도 작용하는데,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한소현이라는 독자적인 이름을 각인시키지 못한 것은 뛰어난 적응력이 오히려 고유의 색을 흐리게 만드는 결과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솔로 데뷔 앨범 은 이제까지의 활동을 한소현이라는 브랜드 아래 집합시켜 정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변화나 홀로 서기 등의 도전적인 길보다는 우선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선택했다. 앨범의 모든 곡을 한소현 스스로가 작곡했지만, 같은 서드 코스트의 멤버 권성민을 프로듀서로 기용함으로서 음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했다.

앨범은 어쿠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하여 넓은 스펙트럼의 구성으로 목소리의 다채로움을 강조한다. 서드 코스트 음악의 주요 요소였던 재즈적 감성은 보사노바 풍의 「Oh my darling」 과 「Go away」 에서 선명하게 발현된다. 특히 「Oh my darling」 에서 이러한 감성이 진하게 느껴지고, 「Go away」 에는 약간의 인디 포크적 감성이 곁들여져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대중적 접점의 영역을 넓히는 곡이 달콤한 「Night & day」 와 「잘자요」 다. 각각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곡들이지만 한소현은 ‘연기’하듯 각 곡들에 맞는 감성을 불러내어 소화하는 뛰어난 이해력을 보여준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타이틀 싱글 「미안해」 다. 구성을 확대한 밴드 사운드는 주를 이루는 어쿠스틱한 감성과도 어울리지 않고, 가라앉은 감성과 애절한 목소리는 여전히 훌륭한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앨범의 전체 분위기와도 맞지 않다. 정작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곡이 타이틀 싱글이 아닌 「Oh my darling」 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선택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홍보나 타이틀 곡 선정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갈수록 여성 솔로 보컬이 희귀해져가는 가요계에 한소현의 등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기존에 탑재된 ‘다채로움’에 일관성과 하나의 계기만 더해진다면,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화려한 음악 세계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리라 기대해 본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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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현 #Oh my darling #미안해 #서드 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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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