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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시대가 시작되다

캐롤 킹 vs 조니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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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인류는 여성 권위는 고사하고 인종차별이라는 우를 범했다. 음악계에선 이 흑백의 구분을 백인에게 사랑받은 흑인 뮤지션인 재즈의 루이 암스트롱과 블루스의 척 베리 등을 통해 인식의 벽을 허물었다. 그렇다면 여성과 뮤지션이라는 이 험난한 과업을 어떻게 대중의 인정으로 이끌었을까?

다양한 록 페스티벌로 2013년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 중 ‘색깔’이 가장 뚜렷했던 곳은 단연 6월 15일 여가수들로만 무대를 꾸린 ‘2013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렌카, 리사 오노, 이효리, 윤하, 요조 등 저마다의 국적과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들이 한데 모인 이 공연은 1997년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이 중심이 되어 펼쳐진 릴리스 페어(Lilith Fair)의 한국판이다. 유대인 전설 속 아담의 조강지처였던 릴리스를 빌린 페스티벌의 타이틀은 여성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한 무언의 외침까지 담고 있다.

이렇게 국내 음악시장 또한 오직 여성 싱어송라이터들로 거대한 페스티벌을 만들 만큼 여가수의 파워는 증가했다. 사회적으로도 현대 사회의 인간상을 양성(兩性)성으로 표본 삼는 요즘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인류는 여성 권위는 고사하고 인종차별이라는 우를 범했다. 음악계에선 이 흑백의 구분을 백인에게 사랑받은 흑인 뮤지션인 재즈의 루이 암스트롱과 블루스의 척 베리 등을 통해 인식의 벽을 허물었다. 그렇다면 여성과 뮤지션이라는 이 험난한 과업을 어떻게 대중의 인정으로 이끌었을까? 1971년 캐롤 킹의 <Tapestry>와 조니 미첼의 <Blue>가 그 위대한 환호를 받아냈다.


캐롤 킹은 팝 역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다.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1950년대 말,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그 흐름을 주도했으며 게리 고핀과 역사적인 작곡 듀오를 이룬 그는 몽키스의 「Pleasant valley Sunday」와 비틀즈에 의해 다시 불려진 쿠키스의 「Chains」 등 수많은 명곡을 낳았다. 「You mean everything to me」로 유명한 닐 세다카의 「Oh, Carol!」은 음악적 동료인 그녀를 모델로 한 곡이기도 하다.

닐 영과 함께 캐나다가 배출한 인류의 자산인 조니 미첼은 포크의 여류 작가다. 서정시 같은 가사와 청아한 목소리를 엮은 음악은 진솔한 내면을 관통했다. 그 역시 많은 뮤지션과 음악적 교류를 이뤘으며 미국 포크 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의 「Woodstock」이 바로 조니 미첼의 작품이다. 미술 전공의 이력답게 음반 커버를 손수 그리며 종합 예술인으로서 재능을 뽐내기도 했다.

이 두 뮤지션은 1971년 작 <Tapestry><Blue>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를 열었다. 같은 해 각각 3월, 6월에 발표된 두 음반은 각 계절에 어울리는 온도를 지녀 그들의 내면의 설득력을 높였다. 포근하듯 쓸쓸한 <Tapestry>는 1970년대 베이비 붐 세대의 변화한 결혼제도라는 사회적 배경을 타고 독신자와 이혼자의 고독과 소외감을 달랬다. 실제로 캐롤 킹은 작곡 파트너이자 배우자였던 게리 고핀과 이혼한 상태였으며 넘버 원 히트송 「So far away」와 「It's too late」는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애절함으로 승화시켰다.


반면 조니 미첼의 <Blue>는 맑고 깨끗하다. 장기인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포크의 깔끔한 사운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음반에 색체를 부각했다. 제목과 동명의 「Blue」와 「Little green」 그리고 「California」와 「River」까지 소리로 풍경화를 그렸으며 가사 또한 색과 빛, 풍경을 함축하는 단어를 써 그 분위기를 자연스레 조성한다.

캐롤 킹과 조니 미첼은 섬세한 감성과 자기 소리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적 키워드를 제시했다. 침전된 정서를 대화로 어루만지는 캐롤 킹은 「You've got a friend」의 가사처럼 쓸쓸함을 달랜다. 이는 「We're all alone」을 부른 보즈 스캑스와 「The Stranger」를 부른 빌리 조엘의 고독한 도시의 삶을 표현한 시티 뮤직과 일맥상통하는 감정선이다. 더불어 피아노를 주요 악기로 팝과 소프트 록 심지어 흑인 장르까지 오가기에 음악 범주는 광범위하다. 이는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불러 유명한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과 리듬앤블루스 넘버 「Way over yonder」에서 확인된다. 때문에 고르지 않은 그의 가창은 이 같은 곡에서 소울풀 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조니 미첼은 진솔한 독백이다. <Blue>가 나올 당시 그는 보호되지 않는 사생활에 강한 척, 행복한 척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으며 이 영향에 「A case of you」와 「California」의 가사엔 외로움이 내재되었다. 그렇지만 우울 정서로 감성에 구걸하지 않고 단지 자기 고백을 통해 음악적 깊이만 더한다. 사나운 인상에 반전되는 무대 위의 낙천적인 조니 미첼처럼 자기 소리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젖어있다. 훗날 1970년대 중반엔 재즈, 1980년대에는 신스 팝으로 거취를 옮기기도 했지만 1971년 <Blue>의 조니 미첼은 기타의 코드를 잡지 않는 개방현을 자주 이용하며 그만의 소리를 구축했다.

개인의 디스코그래피 중 정점을 찍은 <Tapestry><Blue>는 대중음악사적에서도 큰 충격파를 가했다. 여성 싱어의 대모인 아레사 프랭클린과 여성 팝 스타의 정수를 보여준 마돈나의 사이에서 싱어송라이터의 여취를 풍겼고 다양한 음악들로 즐거웠던 1970년대를 더욱 풍족하게 만들었다. 특히 <Tapestry>는 1970년대 음반 판매고에서 플리우트 맥의 <Rumours>와 비지스의 <Saturday Night Fever>를 이은 3위를 차지했으며 1972년 그래미 어워즈에선 주요부문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음악’을 독식하기도 했다. 미국 유명 음악잡지 《롤링 스톤》지의 ‘역대 명반 500선’에서 <Blue><Tapestry>가 30위, 36위에 상위 랭크되고 이것이 솔로 여성 뮤지션으로서 첫 번째, 두 번째라는 점. 바로 그들이 지닌 의미와 가치이다.

캐롤 킹과 조니 미첼에 영접한 음악을 관장하는 여신 뮤즈는 <Tapestry><Blue>로 그 존재를 증명했다. 그들만의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깨질 듯 섬세한 감성으로 도자기 같은 명반과 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했으며 순수한 예술혼과 창작욕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합성어의 균형을 잡았다. 1971년,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는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시작되었다.

2013/08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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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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