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촉발한 재택근무제 확산과 대이직 사태 및 디지털 전환, 뒤이은 AI 혁명…. 기업 환경을 둘러싼 변화의 진폭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사장’으로 통칭되는 경영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마인드 강의가 아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문제 인식과 명확한 해결책이다. 『사장의 별의 순간』은 대격변의 시대에 인재와 조직에 관한 경영자의 고민과 이에 대한 실천적 해답을 담은 책이다. 사장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인재의 발굴부터 영입과 관리, 조직의 구성과 운영, 시스템 구축에 이르는 54개의 경영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과 명쾌한 답변은 많은 경영자와 이들을 이해하려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제공할 것이다.
‘별의 순간’이라는 말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쓰면서 회자되기 시작한 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알려진 용어를 경영서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있는지요?
저도 대선 전 뉴스를 통해 이 용어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연원을 찾아보니 독일어권에서는 꽤 널리 활용되는 말이더군요. 김종인 위원장이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이라 이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단어가 주는 힘이 강렬해 오랜만에 책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이를 제목으로 활용했습니다.
별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과학자라면 위대한 발견일 것이고, 종교인이라면 득도, 인문학자라면 통찰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영자에게 별은 무엇일까요. 일시에 일확천금을 버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틀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경영자가 잡고 싶어 하는 별이라 여깁니다.
갑자기 문리를 깨쳐 문제를 해결하는 ‘아하 경험(aha experience)’은 경영에 적용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별의 순간은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돌보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은 기계나 침팬지가 아닌 사람을 통해 돌아가기 때문이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러 기업 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사람이 전부”라는 제 오랜 지론에는 이론이 없었습니다. 그분들 모두 예외 없이 코로나로 인한 여러 변화로 인해 오히려 인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제목이 이전 내놓았던 『사장의 생각』, 『사장의 원칙』 등 경영자를 위한 일련의 저술과 맥을 같이 하되, 적용 시기를 포스트코로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됐으면 합니다.
헤드헌팅회사를 20여 년간 운영하며 특히 기업에서의 ‘인재’ 문제와 관련해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고 강연 활동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9년에 『사장의 원칙』을 출간한 뒤 4년 사이에 한국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었습니다. 인재 전문가로서 이것이 한국 사회와 기업에 어떤 변화의 흐름을 가져왔다고 보시는지요?
코로나 팬데믹이 휘몰아친 지난 몇 년 동안 겪은 혼돈은 굳이 설명이 불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그 한복판에 놓여 있던 ‘시대의 증인’이니까요. 모든 것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저는 직장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대퇴직 시대’,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가 난무하는 전대미문의 경영 환경을 이전의 틀로 헤쳐 나간다는 건 무모한 일이지요. 엔데믹 상태로 전환된 올해 초 이후를 살펴봐도 상황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뉴노멀 경영 환경에 맞닥트린 것입니다.
책을 통해 경영자와 관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한마디로 말해 ‘한번 바뀐 바람의 방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새 판을 짜지 않고서는 어느 기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인재상이 지금과 같을 수 없다면, 인재의 기준을 새로 정하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자는 겁니다. 이 책이 많은 경영자와 관리자들에게 그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사장의 별의 순간』은 지금 시대의 경영자가 품을 법한 54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모두 긴요하고 의미 있는 질문이겠습니다만, 이번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 하나의 질문을 뽑는다면 무엇일까요?
참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요(웃음). 굳이 이야기한다면 질문 하나가 아니라 ‘펜데믹 이후 사장을 괴롭히는 것들’을 다룬 2장 전체를 꼽고 싶습니다. 책에 저 경험과 제가 책임지고 있는 회사 얘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질문들은 다른 경영자와의 상담 내용과 함께, 경영자로서 제가 경험한 것을 재구성한 것도 섞여 있습니다. 코로나 당시 제가 있는 헤드헌팅회사에는 이전과 비교해 훨씬 많은 인재 의뢰가 기업들로부터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의 들고 나는 일은 저희 회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부분을 얘기하는 지는 책을 살펴보면 대략 짐작하실 겁니다.
하나 더, 고용 유연성과 고용 안정에 대해 평소 생각을 이야기 한 부분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자들도 한 번쯤 귀 기울일 만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책을 본 어떤 기업인은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쓰셨더라”고 얘기하더군요.
기업이 혁신을 일구려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모아들인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흔히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로 ‘연봉’을 떠올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서적 이슈’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서적 이슈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떠나게 만드는지, 그것을 해소 또는 방지할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달리 용어를 찾지 못해 MZ세대란 표현을 저 역시 쓰긴 했습니다만, 상당수 기업은 40세 이하의 젊은 직원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현재 책임자에 앉아 있는 이들과 사뭇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지식이 전수되는 방식을 고수해서는 이들을 붙잡지 못합니다. 권위를 앞세우는 리더십으로는 영락없이 ‘라떼 타령 늘어놓는 꼰대’ 딱지를 피할 수 없습니다. 넘쳐나는 정보로 무장한 젊은 직원들은 자신의 위치를 매번 점검하고 누군가와 비교합니다. 결국 이들은 직장이 아닌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노마드라고 봐야 합니다. 회사가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에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능력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과감히 책임자로 발탁한다는 정책을 펼치지 않고서는 성과를 내는 젊은 인재를 들일 방법도 없습니다. 이들의 혁신성을 내부에서 소화하지 못하면 조직의 안정은 물론이고 성장도 쉽지 않습니다. 곧 이 연령대의 직원들이 기업의 중추가 될 테니까요. ‘좋은 회사’는 인재를 잘 찾아서 내 편으로 들이고,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특히 책의 여러 부분에서 기존 연공서열제의 혁파를 강조하셨더군요.
책 전반에서 성과 중심 조직 운영과 직무 중심제, 팀제 운영을 기업 혁신의 기본값으로 전제했습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기업은 성과를 기반으로 존속하며, 성과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반사회적 행위가 아닌 한 경영자가 못 펼칠 의사 결정은 없습니다. 저마다의 상황에 맞춰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얘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가장 비합리적인 정책이 바로 연공서열제입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조인 일본에서조차 파기한 지 오래고, 서구 기업들은 아예 채택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제도입니다. 대규모 공채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 제도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는 점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기업에서 이 이슈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인화성 강한 사안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언제까지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곳곳에 연공서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를 적은 까닭입니다.
최근까지 기업에서 인재와 관련한 문제는 ‘워라밸’, ‘MZ세대’, ‘조용한 사직’, ‘디지털 전환’ 등 형태는 다양했지만 여지없이 강력한 여파를 사회에 끼치며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 왔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어떠한 큰 흐름 안에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그리고 그 흐름은 종국에는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변화’겠지요. 4차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은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그 변화는 현재도 추진력을 잃지 않고 가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 업종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인재’들이 절실해졌습니다. 이 인재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오고, 살고 있고, 살아갈 세대입니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것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조용한 사직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일한 만큼 받고 싶다는 ‘공정한 보상’,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그것이지요. 조용한 사직을 선택한 직장인은 ‘내가 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회사가 그만큼 월급을 주지는 않는데 왜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하지’라고 생각합니다. 보상과 워라밸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직업관도 다릅니다. 그들은 직장보다 자기 삶을 더욱 중시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이 자신이 정한 직업에 따라 얼마든지 직장을 옮깁니다. 인내와 수용을 미덕으로 삼고 미래를 보며 살았던 기성세대는 공정과 효율을 추구하며 현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이 세대가 좌우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진취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그리고 디지털 전환과 그 변화의 핵심에 자리한 MZ세대는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를 외면하고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는 낡은 마인드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변화의 끝이 ‘빛나는 별의 순간’이 될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게 할지는 이 수많은 문제의 핵심에 ‘인재’가 놓여 있음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반드시 필요한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 주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대격변의 시대는 경영자들에게 인재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누구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리느냐가 여러분 회사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인재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태도, 최적을 넘어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는 방법, 인재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게끔 조직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방법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처럼 격변하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 낸 것도 사람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도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왕에 일어난 변화는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재들과 함께 빛나는 별과 같은 순간을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신현만 국내외 5,000여 주요 기업에 경영자와 핵심인재를 추천하고 있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 회장이다. 언론인이자 리더십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와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정치부와 사회부를 거쳐 경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사장실 비서부장과 기획부장으로 일했다. 한겨레신문 자회사인 한겨레커뮤니케이션스를 설립해 초대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제주간지 <Economy21>과 증권투자주간지 <Think Money>, 여성 골프월간지 <Golf for Women>을 발행하고 기업평가와 컨설팅사업을 전개했다. 아시아경제 사장을 역임했으며 열린사이버대학교의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재 커리어케어(www.careercare.co.kr)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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