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휴가를 쓰고 나왔던 직장인, 이번에는 출판사 대표로 출연한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54회) 『여행의 장면』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8.17)
캘리 :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 유유히 출판사의 대표이자 <오은의 옹기종기> 출연자이시기도 한 이지은 대표님입니다.
불현듯(오은) : 지난번에 출연하실 때는 작가로서 출연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출판사 대표로서 출연을 하셨어요. 나올 때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지은 : 그때는 제가 휴가를 쓰고 나왔던 직장인의 입장이었는데요. 오늘은 대표로서 떳떳하게, 내 책 내가 홍보하고 내가 팔러 간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웃음)
고수리, 김신지, 봉현, 서한나, 서해인, 수신지, 오하나, 이다혜, 이연, 임진아 저 | 유유히
불현듯(오은) :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어요. 일단 표지가 너무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느낌이잖아요. 비행기가 구름처럼 펼쳐져 있고요. 팬데믹이 끝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먼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지은 : 『여행의 장면』은 총 10명의 작가님들이 참여한 앤솔로지예요. 출판사를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당장 원고를 받아올 작가님이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집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니까요. 그러면 앤솔로지로 기획해서 글을 한 편씩 받으면 책을 빨리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있었어요.
그 다음에 주제를 뭘로 할까라고 생각했을 때는 불현듯 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시기가 열렸으니까요. 코로나 이전에 시기에 독자 분들이 좋아하던 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휴가철에 들고 떠나는 그런 작고 가벼운 책으로 만들어서 그 책이 독자님들 손에 쥐어지면 좋겠다고요.
불현듯(오은) :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물론 코로나 때 여행을 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행에 대한 갈망이 엄청나게 커졌을 테지만요. 여행에 대한 책이 기존에 많이 출간됐기 때문에 어떤 점을 차별화해야 될까 고민하시지 않았을까 하고요. 처음에 기획하실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셨는지도 궁금했어요.
이지은 : 여행이 귀찮고, 이제 여행 안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맞아, 여행에 이런 좋은 점이 있어서 떠났었지'라는, 여행의 감각을 환기시켜주는 이야기들을 써주실 수 있는 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제 스스로가 여행이 궁금한 분들 위주로 섭외를 하기도 했죠. 그렇게 10명의 작가님들이 다양한 개성으로 자신의 여행의 장면을 담아주신 책이 되었습니다.
캘리 :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게 이런 거였어요. 여행 앤솔러지를 읽을 때 으레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어떤 여행지를 담았겠구나, 어떤 여행의 에피소드가 있겠구나, 생각할 법한데요. 첫 글부터 그렇지가 않아요. 여행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를 배웅했던 순간에 대한 글을 수신지 작가님께서 쓰셨거든요. 그래서 『여행의 장면』은 아주 여행의 다양한 순간들, 그러니까 여행지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여행을 하는 마음이나 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감각처럼 되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걸 첫 글부터 느낄 수가 있었어요.
불현듯(오은) : 저도 그랬어요. 제목이 『여행의 장면』이잖아요. 우리가 여행을 다녀오면 떠오르는 게 영상 수준의 길이일 수도 있으나 보통은 어떤 스틸, 장면이잖아요. 요즘은 동영상 시대이긴 하지만 어떤 스틸처럼 책의 컨셉을 '장면'으로 가져간 게 참 좋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감각들이 한 데 모여 있어서 더 좋았어요. 혹시 그런 것들을 작가님들 섭외할 때 미리 전하셨던 건가요?
이지은 : 전혀 그러지 않았어요. 작가님들께 연락을 드릴 때는 아까 말씀드린 정도로만 기획 의도를 전했어요. 바쁜 일상에서의 쉼,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비일상을 담은 이야기들을 써 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죠. 저도 원고를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얘기를 써주셨어!' 하면서 놀라는 기쁨도 있었어요.
불현듯(오은) : 대표님도 여행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기획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어요.
이지은 : 네, 제가 여행을 너무 좋아하고요. 편집자를 하기 전에도 어떤 책을 제일 많이 읽었나 하면 여행 에세이였어요. 내가 가지 않은 곳을 누군가 경험한 뒤 그것을 보여주면 저에게도 로망이 생기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가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어 갈 때도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그래서 책을 기획할 때도 독자 분들이 그런 감각을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게 여행 에세이였던 것 같아요.
캘리 : 10명의 작가 분들을 섭외하셨는데요. 섭외를 거절하신 분이나, 섭외할 때의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이지은 : 거절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섭외 비하인드가 있는데요. 거절하신 분이 한 다섯 분 정도 계셨어요. 현재 일정이 안 되거나 책 출간일이 겹치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었고요. 섭외를 할 때 10분을 모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한 분 한 분 섭외를 성공할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작가님 이름을 포스트잇에 크게 써서 벽에다 붙였어요. 나중에 작가님들께 그 얘기를 했더니 김신지 작가님이 무슨 범인 잡느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불현듯(오은) : 글의 배치를 보니까 수신지 작가님 글이 처음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글의 순서를 정할 때도 약간 고심하셨을 것 같거든요. 국내에서 국외로 가느냐, 이런 것도 있을 수 있고요. 여정을 떠나기 전과 막 시작했을 때, 도착했을 때 순서도 있을 수 있겠죠.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을 텐데 글을 배치를 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지은 : 일단 수신지 작가님께서 1등으로 마감을 해주셨어요. 작가님은 아무래도 에세이로 쓰는 건 처음이기도 하셔서 혹시 만화를 조금 그려도 될까요, 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만화까지 볼 수 있다면 더욱 영광이라고 말씀을 드렸고요. 그렇게 해서 원고를 주셨는데 1등으로 도착한 이야기가 비행기를 타기 전 에피소드로 딱 오니까 보자마자 이건 첫 번째 에피소드라고 생각을 했어요. 프롤로그 격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잘 맞겠구나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다음 이다혜 작가님이 마감을 해주셨는데 여행의 어떤 감각과 선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이 글은 여행이 다 마무리되고 난 다음에 느끼는, 다시 생각해 보는 이야기니까 닫는 글이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처음과 끝이 딱 정해지고 난 다음에 다른 작가님들의 글 중에 독자 분들이 따라 읽으실 때의 흐름을 잘 이어가려고 했어요.
캘리 : 김신지 작가님의 글과 서한나 작가님의 글 얘기를 하고 싶어요. 나란히 보면 너무 다르잖아요. 받아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이지은 : 맞아요, 일단 두 분의 여행지가 태국으로 겹쳐서 괜찮을지 생각하면서 글을 열었는데요. 김신지 작가님은 정말 제가 늘 좋아하던 작가님의 글답게 '마중'이라는 키워드로, 작가님이 혼자 떠난 여행에서 시작해 둘이 되어서 같이 여행을 한 이야기, 더불어 조금 더 소도시로 들어간 곳에서의 이야기를 적어주셨잖아요. 역시 김신지 작가님이다, 했죠.
한편으로 서한나 작가님은 현장성이 굉장했어요. 지금 당장 내가 서한나 작가님 팔짱을 끼고 같이 태국의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약간 낯설어서 '이 글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하면서 여러 번 읽었는데요. 읽을수록 이 낯선 이야기가 태국의 밤거리로 저를 순식간에 데려가는 마법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같이 참여하신 작가님들이 가장 좋은 이야기로 서한나 작가님 글을 꼽아주시기도 했어요.
불현듯(오은) : 앤솔러지가 그런 것 같아요. 10명의 작가님들 다 내로라 하는 작가님들이고, 글 솜씨 하면 손가락에 꼽을 만한 분들일 텐데 그래도 이렇게 모아 한 권의 책이 되니까 글들끼리 연결되고, 뭔가 붙고 하는 것들이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이지은 : 책을 만들 때는 저 혼자 이 다양한 맛을 즐기면서 작업을 했죠. 제가 작가님들께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서로의 글을 안 보여줬어요. 순서도 안 보여주고요. 그래서 책이 나오고 난 다음에 이 책을 보내 드렸을 때 진짜로 다른 작가님들 글이 너무 궁금하게끔 한 거죠. 특히나 이 작가님들이야말로 『여행의 장면』을 가장 잘 읽어줄 독자이기도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요. 책이 나오고 다들 너무 즐겁게 읽으시고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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