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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한국은 뭐든 빨리 변하는데, 유독 가족은 왜 안 바뀔까요?" (G. 김지혜 교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54회) 『가족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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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따라 정해지는 가족질서가 "인위적으로 정교하게 기획해 놓은 틀에 사람을 끼워 맞춘 것이지, 사람의 본성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질서라고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가족각본』을 출간하신 김지혜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2023.08.17)


오히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는,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고 해체해야 했을 가족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 이 구호를 들으며 성소수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면, 먼저 며느리는 여자, 사위는 남자여야 한다는 관념을 의심하고 질문해보면 좋겠다. 며느리의 역할을 남자가 하면 왜 안 되며, 사위가 여자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며느리와 사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원치 않는 며느리나 사위를 반대할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교수님의 두 번째 저서 『가족각본』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가족이라는 제도를 의심해본 적 있으신가요? 왜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지, 왜 같은 성별의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는지, 보호자가 이주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혹은 두 명이 아니라 한 명일 때 왜 그 가족은 '비정상' 취급을 받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제도에 이처럼 몇 가지 질문만 던져도 이것이 얼마나 경직된 질서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되는데요. 『가족각본』은 지금까지의 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금부터의 가족이 과연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살펴봅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가족각본』을 쓰신 김지혜 교수님을 모셔서 가족 제도가 가하는 차별과 혐오를 짚고, 자유롭고 평등한 가족이라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인터뷰 - 김지혜 편>

오은 : 방송을 준비하면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다시 또 읽었습니다. 『가족각본』과 『선량한 차별주의자』 두 책 모두에 사랑스러운 마음이 등장하더라고요. 다름 아닌 고양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었어요. 고양이들이 집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주던가요? 

김지혜 : 그렇죠, 경험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렇지만 고양이들이 저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좀 일방적인 사랑 같기도 하고요.(웃음) 가끔 안고 있을 때면 저는 좋은데, 고양이는 참아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참아주는 고양이한테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오은 : 동시에 감사를 표하며 나오는 인물들이 학교에서 교수님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에요. 학생들은 어떤 자극을 주나요? 

김지혜 :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저로서도 많이 배우게 되는 부분이에요. 서로 배우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지나가는 말처럼 하는 말도 굉장히 통찰력 있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족각본』도 그렇고, 『선량한 차별주의자』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제가 다루는 이슈들이 인권에 관한 이슈들이잖아요.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인다는 것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중요한 이야기였는데요. 학생들 덕분에 정말 다른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오은 : 김지혜 교수님 프로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한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현실을 보며,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길을 찾고자 공부해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썼고,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시설사회』를 함께 썼으며, 『헌법의 약속』『사회보장론 입문』을 번역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차별은 저의 오랜 고민이고 계속될 과제일 거예요." 교수님께서 처음 차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김지혜 : 딱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차별은 언제나 주변에 있었던 것 같아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에필로그에 영화 <우리들>을 이야기하면서 교실에서의 차별, 우리가 목격하거나 당하거나 때로는 하기도 했을 그런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요. 차별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또, 『가족각본』의 에필로그에는 지하철의 어떤 아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제가 사회 복지사로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불평등이었어요. 이렇듯 굉장히 막막한 경험들을 했던 것 같고요. 그 외에도 많은 소수자들, 성소수자든 장애인이든, 여러 소수자의 상황들이 너무 막막한데, 이것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거대한 벽 앞에서 고민하는 느낌으로 계속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은 : 『가족각본』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김지혜 : 『가족각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이란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하는 책입니다. 가족 안에서 우리는 각자 주어진 역할이 있잖아요. 어떤 역할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면서 충실히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그런 '역할'에만 집중하다 보면 원래 그 역할을 왜 하게 됐는지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내가 이 역할을 원해서 하는 건지, 다른 삶의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난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게 되는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 책에서는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는 대표적인 등장인물로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았어요. 성소수자가 가족이란 무대에 등장을 하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겠죠. 그래서 책의 시작이 '며느리가 남자라니?'로 시작을 했고요. 그랬을 때 출산은 어떻게 하냐, 혹은 아빠나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아이에 대한 걱정도 하고요. 가족질서가 붕괴된다는 걱정도 하잖아요. 저는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가족제도가 어떤 건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약 해당 역할의 성별이 바뀌어서 가족제도가 무너질 정도라고 느낀다면 지금과 같이 성별을 중심으로 설계된 가족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싶었죠. 

그런 의미에서 『가족각본』은 누군가 미리 짜 놓은 각본 같은 가족제도가 정말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족인지 같이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는 책입니다. 

오은 : 선량한 차별주의자에도 사실 『가족각본』의 내용들이 슬쩍 드러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래서 김지혜 교수님의 관심사가 어떻게 이쪽으로 흐른 것일까 궁금하더라고요. 이 궤적에 대해 들려주세요. 

김지혜 : 일단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차별금지법이었어요. 법 제정을 위해 작년에 단식 농성도 하면서 굉장히 활발한 활동들이 진행됐는데요. 반대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동성결혼을 우려하면서 반대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은 법적으로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별개의 이슈라고 이야기를 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럼에도 좀 궁금해지기는 했어요. 왜 이렇게 가족제도가 바뀌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걸까,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가족에 관한 이슈가 그동안 사실 꽤 많았다는 거예요. 가족제도의 이슈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그렇지 금수저, 흙수저에 관한 이야기, 부모 찬스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사실 가족제도와 얽혀서 일어나는 불평등의 이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제도로서의 가족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봤는지는 좀 의문이 생겼어요. 그 외에도 입양 이슈나 장애인 탈시설 운동이나 계속되는 저출생 이슈 등등 흩어져 있는 이슈가 있고요. 이걸 다 할 수는 분명히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 도대체 어떤 제도이길래 이렇게 많은 배제와 불평등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김지혜 : 제가 작업을 하면서 뜻깊게 읽었던 책인데요. 뿌리의집 출판사에서 2019년에 발간한 『왜 그 아이들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나』라는 책이에요. '아리사오'라는 역사학 교수가 지은 책을 이은지 선생님이 번역해 주신 건데요. 어떤 출생이 사회 규범과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관해 역사적 사료를 굉장히 꼼꼼하게 뒤지셔서 기록해 주신 내용이에요. 입양 같은 경우 특히나 어떻게 보면 일종의 사회 복지 사업이라고 하면서 아동을 위한 선한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은 돌아보면 매우 잔인한 일이기도 했죠. 그런 역사를 돌아보는 책이고요. 저는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이주민, 성소수자, 아동·청소년, 홈리스 등 다양한 소수자 관련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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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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