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아세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장경덕 감수 | 시공사
왜 어떤 나라는 부자인데, 어떤 나라는 가난한 걸까요? 이 책의 저자들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경제적 차이를 만들어 낸 원인을 ‘제도’에서 찾습니다. 16세기 이후 유럽인들에 의해 식민지가 된 지역들을 분석한 결과, 남아메리카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부유했던 지역에는 소수 유럽인이 정착해 착취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착취적 제도 하에서는 소수에게만 재산권과 생산수단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발전이나 혁신을 막아 경제 성장을 저해했습니다. 반면, 북아메리카처럼 인구 밀도가 낮고 유럽인 정착이 활발했던 지역에는 포용적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포용적 제도 하에서는 재산권의 보호를 통해 개인과 기업이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경쟁과 창업의 자유가 보장되어 기술 발전을 촉진하게 됩니다.
과거 식민화 이전에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지역은 식민지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소수 엘리트 중심의 착취적 제도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해 현재도 해당 지역에는 빈곤, 부패, 법치 결여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식민지에 도입된 ‘제도’가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 공로를 인정받아, 저자들은 202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습니다. 잘 쓰여진 책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므로, 꼭 한 번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저/김승진 역 | 생각의힘
많은 사람들이 남녀 간의 소득 격차를 차별이나 편견 탓으로 돌리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 편견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소득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없습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성별 격차에 관한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남녀 간 소득 격차의 범인은 두 군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부부가 육아의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와 관련해 내리는 의사결정이며, 다른 하나는 육아를 위해 일시적으로 커리어를 쉬게 되었을 때 생기는 금전적인 비용입니다. 이 비용이 클 수록 부부는 시간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을 포기하고 한 명이 육아의 책임을 떠맡은 쪽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희생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었습니다.
저자는 남녀 간 소득 격차는 결국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 간에 육아를 위해 시간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깨지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가정에서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지면 일터에서의 성평등도 버려집니다. 그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돈을 적게 벌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입니다. 아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부 간에 시간의 공평성이 지켜진다면 여성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달성할 수 있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모습의 가정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저/김승진 역 | 생각의힘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개발경제학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부부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이 책에서 이주, 무역, 불평등, 조세, 경제성장, 정부의 역할, 자동화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는 지금까지 늘 약자들을 위해 연구해 온 그들의 이력이 잘 묻어나고 있습니다.
첵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다양한 편견들의 사례가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에게 현금을 지원할 경우, 필요한 데 돈을 쓰지 않고 엉뚱한 데 낭비할 게 뻔하므로, 현금 대신 현물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라는 편견에 대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인종, 성별, 소속 집단에 대한 자기 강화적인 차별과 타 집단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이 들면 그들에게서 비난 거리를 찾아내서 내 생각을 정당화하려는 동기 부여된 믿음 등도 소개됩니다.
저자들은 편견이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 고통에 대한, 우리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에 대한 방어적인 반응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 또는 사회 전반에는 어떤 편견들이 존재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편견들에 대처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통해 힘든 시대를 헤쳐 나가고자 하는 따뜻한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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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곤 (교수)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주로 거시경제, 국제금융, 국방예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콜로라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학부생들에게 중급 거시경제학을 7학기 동안 가르쳤으며, 한국에서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경제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