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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원한 여름 동화! 『출렁출렁 문어섬』

『출렁출렁 문어섬』 김지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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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 문어섬』은 문어의 특별한 생김새를 활용해 보는 재미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여름 그림책이다. 문어 다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끄럼틀과 뱅글뱅글 돌아가는 식탁이 되고, 오돌토돌한 문어 빨판은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분수구가 되었다가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의자로 변한다. (2023.08.10)

김지현 작가

'문어'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여덟 개의 다리, 오돌토돌한 빨판,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먹물까지! 『출렁출렁 문어섬』은 문어의 특별한 생김새를 활용해 보는 재미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여름 그림책이다. 문어 다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끄럼틀과 뱅글뱅글 돌아가는 식탁이 되고, 오돌토돌한 문어 빨판은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분수구가 되었다가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의자로 변한다. 생기 있는 묘사력에 한 번, 커다란 문어와 올망졸망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크기 대비가 보여 주는 시원한 연출력 또 한 번. 다채롭게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김지현 작가를 만났다.



『출렁출렁 문어섬』은 다른 작품에 비해 작가님 손에 오래 머문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작업 기간이 길어진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 작품을 처음 생각한 건 2020년쯤이었어요. 1년에 한 번씩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팔레트' 작가 스터디 모임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지요. 저는 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했어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탈출하는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이 작품을 구상할 때가 한창 코로나로 움직임에 제한된 시기였고, 그러다 보니 더더욱 어디론가 떠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없는 여행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패키지여행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대로 이야기가 풀리지 않았어요. '문어섬'이라는 장소가 실제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모든 것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지요. 그래서 한참 덮어 두었어요. 하지만 아쉬움이 계속 남았고, 문어에 대해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문어는 색과 크기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무척 영리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점점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책을 묵혀 두는 서랍이 따로 있는데, 그 서랍에 정말 여러 번 넣었다 꺼내어 만든 책이에요. 전시 기간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작은 소책자를 만들기도 했어요. 제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원고이기에 제게는 도전이었고 그만큼 애정이 깊은 책입니다.

이번 신작의 주인공이 귀여운 고양이 가족이에요. 전작에서도 동물이 주인공이었는데요. 동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업을 할 때 반드시 동물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는 않아요. 초기 원고에서는 주인공이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 누워있는 아이와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의 친구였고요. 아이와 고양이가 먹다 남은 참외를 타고 '시원 해수욕장'이라는 곳으로 떠나는 내용이었거든요. 『출렁출렁 문어섬』의 경우 이야기가 수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이 주인공으로 결정되었어요. 물론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면 작가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은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주인공이라면 할 수 없는 일, 고정 관념, 규범 등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전작이었던 『어떡해 의상실』에서도 동물이 주인공이었던 이유는 주된 이야기가 몸의 결점이나 불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외모에만 치중한 고민으로 부각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특징이 이미 정해진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더 적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 야옹이는 항상 바쁜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시는 걸까요? 이외에 아옹다옹 남매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아빠 야옹이는 빵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에요. 빵이 쉼 없이 생성되는, 한시도 쉬지 않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언제나 바쁘기만 한 아빠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캐릭터예요. 다정하지만 덤벙대고, 놀고 즐기는데 서툰 편이에요. 이런 성격을 알고 책을 보면, 아빠가 낚시섬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낚지 못한다거나 문어 미끄럼틀을 탈 때 좀 무서워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아옹이와 다옹이는 이름처럼 아옹다옹 지내는 쌍둥이 남매입니다. 두 명 다 아빠와는 반대되는 성격이에요. 아옹이는 호기심이 많고 호불호가 확실하지요. 다옹이는 아주 개구쟁이예요. 뭐든지 혼자 다 하고 싶어 하고 리더십이 있는 인물입니다. 아옹다옹 가족의 특징을 알고 책을 다시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보일 거예요.

문어섬에는 다람쥐 부부와 무당벌레 아줌마, 토끼 가족, 생쥐, 강아지, 돼지 등 많은 여행객이 등장합니다. 쇼핑을 하거나 신혼여행을 즐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왔다고 들었는데요. 책 곳곳에 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책을 만들 때 캐릭터를 캐스팅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인공, 조연이나 엑스트라까지도 역할을 미리 설정해 두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캐스팅 교체를 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고양이 가족이라면 다람쥐 신혼부부는 신스틸러라고 볼 수 있어요. 다람쥐 부부는 바로 어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온 터라 책 전체에서 사랑이 넘쳐나는 역할을 해 주고 있어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배를 타고 오갈 때도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고, 뭘 먹거나 어떤 활동을 할 때도 서로만을 바라보지요. 이 부부의 여행을 따라가 봐도 색다른 에피소드를 떠올릴 수 있게 공을 많이 들인 서브 주인공 즉 조연이랍니다.

무당벌레 아줌마는 '어디라도 여행사'의 사장님이에요. 전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기념품을 사고 새로운 물건을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그러다 여행 가이드가 되었어요. 달변가이고 말이 빠르며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 사장님이 되고 나서는 일이 너무 많아져서 손님들을 좀 기계적으로 대하는 편이지만 경험이 많고 능숙하기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설정을 해 뒀어요. 그래서 책에 나오는 무당벌레의 말을 들어 보면 좀 기계적으로 느껴질지도 몰라요.


『출렁출렁 문어섬』 8색 8섬 스케치

처음 문어섬이라고 들었을 때, 커다란 문어 한 마리에 여덟 개의 다리가 꿈틀대는 장면을 상상 했는데요. 문어섬을 여덟 개로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원래 문어섬은 하나의 섬이었어요. 하지만 한 마리의 문어 안에 미끄럼틀, 먹물, 먹거리 장소 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때 다도해 해상 국립 공원에 가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다섯 개의 섬으로 방향을 전환했지요. 훨씬 많은 이야기와 특징을 설정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업하면서 문어 다리가 여덟 개이다 보니 섬도 여덟 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섬에 이름을 붙이고 섬의 조력자들(수송 문어, 달팽이, 바다사자 아저씨) 등을 넣으면서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답니다.

웅진주니어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가고 싶은 문어섬을 고르는 이벤트 페이지가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이 지금 떠나고 싶은 문어섬은 어디인가요?

저도 그 이벤트에 다양한 답글이 달린 것을 보고 놀랐어요. 무척 흥미로웠지요. 저는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바닷가를 바라보거나 산책하면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쪽이지요. 그래서 쉼섬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마도 아주 오래 그곳에서 머무르면서 문어섬 구경을 할 것 같아요. 해초 주스가 어떤 맛인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쉼섬에서 보는 다른 문어섬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문어 다리 위에 누워서 마음껏 여름을 즐기고 싶어요.

『출렁출렁 문어섬』을 더욱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한,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지 그 바람도 전해 주세요.

그림책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독자들의 즐거움입니다. 제가 만든 세상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는 마음이 크지요. 『출렁출렁 문어섬』을 통해서는 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고 싶어요. 지금 해야 할 일, 공부, 숙제, 답답한 마음, 더운 날의 짜증 모두를 잠시만 옆에 두고 책에서만큼은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어디라도 여행사'의 팸플릿처럼 최단 시간 최대 활동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책의 흐름을 따라서 천천히, 하지만 때로는 패키지 여행을 떠난 것처럼 숨 가쁘게 페이지마다 꽉 차 있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찾아보며 읽었으면 좋겠어요. 또, 공감이 가거나 좋아하는 캐릭터의 입장을 따라가 보면서 어떤 마음일까 상상해 보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볼 때마다 새로운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현 (글·그림)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그림을 그리고 상상을 하고 이야기 짓습니다. 주로 어린이 책과 출판물의 일러스트레이션 및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어떡해 의상실』 등이 있습니다.




출렁출렁 문어섬
출렁출렁 문어섬
김지현 글그림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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