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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런 시작은 어떨까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50회) 『비인간』, 『여름의 루돌프』,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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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7.20)


불현듯(오은) : 단호박을 <어떤,책임>에서 뵙게 된 건 처음이에요. 

단호박 : 제가 고정 멤버로 영입된 건 아니고요. 다음 회부터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어떤,책임> 코너가 운영될 예정입니다. 

불현듯(오은) : 앞으로는 <어떤,책임>에서도 한 권의 책을 세 명이 함께 읽을 텐데요.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저자뿐 아니라 편집자, 마케터, 인쇄소 기장님 등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가잖아요. 그 분들을 모셔서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책의 비화 같은 것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주제는 '이런 시작은 어떨까요?'입니다. 


단호박이 추천하는 책

『비인간』 

최의택 저 | 읻다



최의택 소설가는 선천적으로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요. 근육병의 일종인데요. 선천성이라서 한 번도 스스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현재도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하고 있고요. <한겨레21>에 심층 기사로 작가님의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관심 생기신 분이 있다면, 그 기사로 먼저 이 작가님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비인간』은 최의택 소설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소설집으로는 첫 책이기도 하고, 최의택 작가를 아직 읽어본 적 없는 분이라면 첫 책으로 시작하기 좋은 책 같아서 주제에 맞춰 가지고 왔습니다. 

제목은 읻다 출판사의 김준섭 편집자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대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최의택 소설가가 가장 우려한 지점은 너무 대놓고 소수자, 비인간적 존재들을 향해 비인간이라고 소리 지르는 느낌이었대요. 오히려 이 말이 소수자들을 매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하고요. 김준섭 편집자는 그 우려에 다른 사람이 이렇게 썼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최의택 소설집 제목이면 괜찮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사자성의 문제도 있는 거니까요. 멸칭으로 생각되는 어떤 단어들은 일단 그 멸칭의 대상자인 당사자들이 재전유를 하기가 더 쉽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최의택 작가도 동의하고 제목을 정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모든 소수자들의 의견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이기시기는 해요. 

이 책에는 모두 열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보육교사가 홀로그램 교사인 이야기도 있고요. 「나무의 손」이라는 제목의 단편은 한 대학원생이 곧 폐기가 예정되어 있는 인공지능의 핵심 프로그램을 훔쳐오면서 시작됩니다. 근데 이 인공지능은 원래 잘 개발된 신체를 갖고 있는 인공지능이었던 거죠. 주인공이 프로그램만 빼오면서 신체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컴퓨터에 인공지능을 이식시키고 눈을 달아줍니다. 컴퓨터에 렌즈를 달아주고요. 기계 팔을 컴퓨터에 연결해 줍니다. 그럼으로써 이 인공지능은 원래 자기가 갖고 있던 신체에서 벗어나 눈과 팔을 가지고 있는 어떤 종류의 존재가 돼요. 

주인공은 '나무'라는 이름으로 이 인공지능을 부르기로 하는데요. 이 나무가, 소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귀엽게 나옵니다. 한번은 나무가 혼자 놀고 있는데 팔을 막 움직여요. 그래서 주인공이 뭐 하냐고 물었더니 '무리수'를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최의택 작가님은 약 2021년부터 굉장히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소설집이 꽤 나올 것 같고요. 다음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독창적으로 쓰시는 작가님이에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여름의 루돌프』 

김성라 저 | 사계절



장마가 지나면 땡볕이 찾아오고, 우리는 떠날 것을 또 염두에 두게 되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어울리는 책을 가지고 왔어요. 김성라 작가님의 그림책 『여름의 루돌프』입니다. 예스24에는 이 책이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어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내용이 자전적이기도 하고, 다른 그림책에 비해 글밥이 많기도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고요. 에세이로 읽어도 무방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실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제주도일 텐데요. 김성라 작가님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제주도 이야기를 참고하시면서 여행 계획 세우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김성라 작가님이 제주로 떠나는 광경으로 시작합니다. 제주 할머니 댁에서 밀집 모자를 쓰고 그늘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등장하고요. 단출하게 여행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다 할머니를 만나서 성게도 까고, 할머니의 친구분들과 인사도 하는 평화로운 시간이 있어요. 

주인공의 할머니가 60년 넘게 해녀 생활을 하고 계시거든요. 손녀가 보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현업에 종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좀 그만 쉬시라고 말을 하거든요. 그런데 주인공이 발견하기에 거기 있는 모든 할머니들은 쉬는 법이 없어요. 쉰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계시는 거죠. 식당에 가서 누굴 도와준다거나 사람들을 안내한다거나 하다못해 집 안에만 있지 않고 밖에 나가서 걷는 식으로 움직이고 계세요. 손녀는 할머니가 안쓰럽고, 너무 오랫동안 노동하는 삶을 사셨으니까 조금 쉬시라고 하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60년 물질허멍 이제도록 살아신디 경 쉽게 끊어져."

이 말은 '60년 물질하면서 이제껏 살았는데 그렇게 쉽게 끊어지겠니'라는 의미예요. 할머니는 물질이 관성이 되어버린 거예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밀물인지 썰물인지를 파악하고 언제 들어갈 때가 제일 좋은지 살피는 게 일과가 된 거죠. 

이 책의 백미는 루돌프가 무엇인지와 할머니에게 스쿠터를 배우는 장면입니다. 할머니 친구분들이 놀러 갈 때 주인공에게 면허증이 있는지, 운전하는지 물어요.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은 해본 적 없다고 하니까 스쿠터를 가르쳐주겠다면서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 분들이 주인공을 데리고 나가죠. 그렇게 스무 바퀴, 서른 바퀴를 돌면서 운전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장면들이 등장을 하고요. 루돌프가 두 번째 백미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자세한 것은 책을 통해 만나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휴가의 시작으로 『여름의 루돌프』를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양재화 저 | 어떤책



다크투어는 공식적으로는 '다크투어리즘'이라고도 하는데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크투어리즘은 이렇습니다. 넓게는 인간 사이의 어두운 측면, 곧 죽음과 비극에 관련된 역사적 장소를 여행하는 모든 형태를 의미하고요. 좁게는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보다는 조금 더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이나 학살 현장 또는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던 장소를 찾아 그 사건을 기리면서 교훈을 되새기는 여행을 말한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을 한다거나 학문적으로 들어가는 그런 책은 아니고요. 비교적 여행 에세이에 가까운데 그러면서도 해당 여행지의 역사적인 배경들을 굉장히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요.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그리고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고루 만족스럽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는 저자가 그간 다녀온 다크투어 현장 여섯 곳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장은 예레반 아르메니아인 제노사이드 기념관, 2장은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박물관, 3장 캄보디아 청아익과 투올슬렝 제노사이드 박물관, 4장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와 모스타르, 5장 칠레의 기억과 인권 박물관과 아르헨티나의 오월 광장, 그리고 6장 제주 4.3평화기념관과 북촌리 너븐숭이 유적지. 

읽으면서 진짜 둔중한 충격을 받았어요. 요즘은 국경의 경계도 거의 없고 역사의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운 사람도 별로 없잖아요.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와 그 역사를 품은 현장의 지금, 현재 모습을 보면서 세계를 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다크투어가 우리 사회에 부족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 내가 국내외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과 비인권적 행위에 분노하고 가슴 아파한다면 그것은 많은 부분 여행이 가르쳐준 것들 덕분이다. 공감도 학습이 필요한 일이며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훌륭한 선생이다.

진짜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고요. 이 책으로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여행에 다양한 목적이 있겠죠. 관광도 있고, 휴양도 있고, 미식여행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 가운데 우리가 어떤 곳에서 그곳에 벌어졌던 폭력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고 여행을 한다면 그것도 정말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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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비인간
최의택 저
?濱?
여름의 루돌프
여름의 루돌프
김성라 저
사계절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양재화 저
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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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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