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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로북스, 달려] 책 장사를 할 때 중요한 것들

<월간 채널예스>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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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책을 팔려면 숫자를 잘 알아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결국 장사를 시작했다면 무조건 이익을 낼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0.09.07)


‘장사’를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하면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이라고 나온다. 나는 책을 팔아 이익을 얻고 있으니 책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한때는 내가 책이라는 중요한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서, ‘책 장사’라고 말하는 게 조금 싫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책 외에도 세상에는 중요한 물건들이 수없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말이 아주 싫지는 않아졌다. 

7년 정도 책 장사를 쭉 이어오다 보니 책 장사에 필요한 중요한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된 거라 누군가 책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꼭 가서 말해주고 싶은 그런 거랄까? 물론 이건 책을 파는 일에만 중요한 건 아니고, 모든 장사에 공통으로 적용이 되는 이야기인 거 같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책을 팔려면 숫자를 잘 알아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결국 장사를 시작했다면 무조건 이익을 낼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점을 여는 사람들 대부분이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단순히 책이 좋아서 시작한 사람들일 거라는 건 물론 잘 안다. 그런 일에 ‘돈’이라는 세속적인 것을 갖다 붙이는 것에 반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익이 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아하던 일도 회의가 느껴지고 결국 그 일이 싫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게 있는데 이익이란 내 인건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또한 처음 서점을 만들 때 들었던 비용도 모두 빼야 한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2년(24개월)이고, 오픈할 때 비용이 총 2400만 원이 들었다면 한 달에 100만 원씩은 한 달에 나가는 지출 비용에 포함 시켜야 한다. 그 모든 비용을 뺀 나머지가 진짜 수익이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서점 주인들은 본인의 인건비나, 초기 투자 비용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그걸 수익이라고 착각했다. 그들 대부분은 장사의 기본인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명확히 적어두지도 않았고, 심지어 개인 통장과 서점 통장을 나눠두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러면 단순히 책 판매가 늘어난다고 해서 절대 더 많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사의 기본은 숫자다. 책을 파는 일 역시 장사라서, 활자보다는 숫자를 잘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운영 시간인데, 문을 여닫는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 한다. 늦잠을 자서 문을 늦게 여는 행위도 있으면 안 되고, 손님이 없다고 문을 일찍 닫고 가는 경우도 절대 있으면 안 된다. 서점을 혼자 운영하던 시절 나는 제대로 운영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는 부끄럽게도 꽤 나중에야 알았다. 장사는 사람 간의 신뢰를 지키는 일과 같아서 운영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즉 그 장사를 포기하는 일과도 같다. 손님 한 명이 운영 시간에 잘 맞춰 왔음에도 두 번 정도 헛걸음을 하게 되면 그 손님은 그 서점에 다시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어떤 비즈니스던지 시간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는 이유도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인 것처럼 서점 운영 역시 손님들과의 어떤 약속인 것이다. 그러니 운영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만큼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내 기분’이다. 장사할 때 내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기분이 좋고 행복한 상태여야 서점에 오는 사람들도 기분 좋게 그 공간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상대의 기분은 사람에게도, 그 공간에도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끔 서점 창업 강의를 하러 가면 나는 손님이 머무는 공간보다 주인의 공간을 더 신경 써서 인테리어 하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 공간에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사람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기에 그 공간은 반드시 편하고, 내 취향에 잘 맞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기분이 좋으면 다른 이들에게도 더욱 관대하고, 잘 대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내가 몸이 안 좋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다른 이에게 잘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늘 무엇보다 내 기분과 몸 상태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두려고 애쓴다. 에너지 있게 책을 신나게 소개하고, 손님들을 밝게 맞이할 힘은 모두 내 좋은 기분에서 나온다. 

물론 위의 열거한 세 가지 일 외에도 서점에는 청소 같은 중요한 일들이 많다. 서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큐레이팅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위의 3가지를 잘하게 되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 장사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도 영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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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병철(오키로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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