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 생활 탐구
[요즘 독서 생활 탐구] 군산북페어 김광철, ‘초대하고 모이는 실천’으로서 북페어
군산북페어가 생각하는 북페어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글: 신연선 사진: 군산북페어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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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북페어

2024년, 군산에서 처음으로 북페어가 열렸습니다. 페어 참가비 없음, 동일한 크기의 부스 제공, 부스 운영 제한 없음, 입장료 무료... 올해까지 단 두 번의 행사가 열린 것인데 ‘군산북페어’라는 이름은 단연 ‘북페어의 북페어’(군산북페어 2025 환영의 말)가 된 듯합니다. 북페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실천의 장으로 기능하는 북페어가 가능할까요? 군산북페어를 기획한 김광철 프로파간다 출판사 대표는 이러한 질문을 북페어 현장에 펼쳐놓습니다. 특히 지난 8월 ‘군산북페어 2025’에서는 〈아트 북 페어 나우〉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경쟁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지식, 경험,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하는 것의 의미를 따져보았죠. 


묵직한 질문들을 품었지만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북페어를 경험해보는 일일 겁니다. 뜻밖의 만남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을 탄생시키니까요. 그래서 “세상엔 우리가 존재조차 모르는 책이 무수히 있고, 우리의 좁은 시야를 밝혀줄, 잠들어 있는 욕망을 깨워 줄 그 책들과 조우하는 행운을 경험하길” 김광철 대표는 권하고 있습니다. 


ⓒ 김광철



자유로움, 초연함이 퍼지는 북페어


지난 8월 30일과 31일에 열린 ‘군산북페어 2025’에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참가자와 방문자 모두의 열기였습니다. 일찍부터 프로그램 매진과 오픈런 소식이 이어졌고요. 공간을 울리는 음악과 북페어 내내 맑았던 날씨까지(엄청난 구름이 있었죠!),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오래 남을 기억을 선사했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은 ‘군산북페어 2025’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혹독한 자기 착취와 그에 따른 각종 후유증.(웃음) 모든 북페어는 마치 사람처럼 저마다 개성을 갖기 마련인데요. 군산북페어는 처음부터 흥이 좀 있고 어딘가 분방한 무드가 넘치는 행사가 되길 원했습니다. DJ를 초청해 음악을 트는 것은 도서 관련 행사에 따르는 숙연함을 피하고, 음악이 선사하는 자유로움을 행사장으로 끌어 들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지요. 관련해, 저희는 북페어 운영 측면에서 ‘자율’에 방점을 확실히 찍고 있어요. 한국의 북페어 중에서는 가장 규제가 적은 행사일 듯싶습니다. 그래서 조금 어수선하지만 이른바 ‘관리형’ 북페어에서 경험하기 힘든 탈규범적인 무엇이 느껴진다는 방문기가 좀 있습니다.(관리형 북페어는 입구에서부터 사람을 가만 두지 않지요) 군산북페어가 열리는 장소에서만큼은 가부장적 위계와 규칙 같은 것에 가능한 초연한 공간이기를 바랐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짜는 것보다 북페어 기저에 흐르는 이런 종류의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뜻깊게 기억하는 ‘군산북페어 2025’는 그런 무드가 발현된 몇 조각의 장면들입니다. 저에겐 아름답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눈맞춤작가단&정강이’라는 청소년 부스와 상하이의 ‘51 Personae’, 오사카의 ‘칼로 북숍&카페’ 등이었어요. 더불어 퀴어와 여성,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이슈가 중요하게 펼쳐졌고요. 

북페어 부스 신청자 가운데 어떤 팀을 초청할지(저희는 ‘선정’이란 말은 쓰지 않습니다) 결정하는 것은 엄청나게 곤혹스러운 과정이에요. 겪어 보면 아실 텐데,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욕을 한 바가지 먹게 될 거란 생각을 하면 더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특정한 세계관을 반영하는 유니버스를 구성할 특권이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지요. 


규모, 연혁과 상관없이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참가팀을 초청하고 싶고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출판사, 서점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지역적 분포가 고르게 펼쳐 지도록 노력합니다. 동시대 현안과 관련해, 세상을 향해 발언하고자 하는 신청팀에겐 암묵적으로 가산점이 주어지죠. 저희는 외람되지만,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출판의 자유’라는 명제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분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가시화하고 싶습니다.  

 

〈아트 북 페어 나우〉 전시도 집중해서 관람하게 되었는데요. 올해 행사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어요. 

군산북페어에 대해 저희는 “2010년 이후 열렸던 한국 북페어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대안적 행사” 라는 식으로 말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 발언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 대답 중 하나가 ‘아트 북 페어 나우’ 전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전시의 부제 ‘북페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 짐작하듯 안으로는 자기 채찍질을 겸한 탐구를, 북페어 공동체를 향해서는 북페어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공동의 성찰을 제안하는 의도가 있는 셈이지요. 전시에 설치한 문장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전시는 결국 이런 문제 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고, 군산북페어의 행로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군산북페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목도, 판매량, 성공을 둘러싼 암묵적인 경쟁은 시급성이 아닌 상업적 가능성에 근거해 행사에서 선보일 프로젝트를 선보일 문화를 낳는다. 굿즈, 머천다이즈, 판매에 유리한 디자인을 갖춘 작업물이 더 모험적이고 복잡한 콘텐트보다 중요시되곤 한다. 지금의 모델을 재고하면서 경쟁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지식, 경험,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하는 구조를 상상해 본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베를린 ‘위 메이크 잇’ 운영자 모리츠 그륀케의 기고 중) 

 

ⓒ 군산북페어



부딪히며 탄생할 변화의 가능성


그런 의미에서 군산북페어가 참여자들을 서로 만나도록 한다는 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책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네트워킹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부스의 일정한 크기와 부스 간 간격 등 행사장 안에서의 만남도 여러모로 고심하셨다고 생각했는데요. 

북페어를 ‘도서의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시각도 인정하긴 하지만, 저희는 그런 북페어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그저 조금만 관심이 있습니다.(웃음)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북페어는 맥이 빠지니까요. 독자와 만나는 광장으로 북페어를 규정하는 것도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상호작용의 회로가 단순하다는 측면에서요. 참가사 사이의 만남과 교류는 군산북페어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데요. ‘업자’끼리의 부딪힘이 우리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가능성 때문입니다. 가령, “편집에서 선형적인 서사를 배제하고, 여러 유형의 정보 세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개별 정보를 취합케 하는” 독자의 자율성에 기반한 에디팅 형식을 누구에게 듣겠어요. 서점의 경우라면, 누군가 “주변 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인근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다루는 책의 폭이 점점 더 넓어지는” 북큐레이션의 임의성에 대해 말해 준다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만남이 왜 중요할까요? 창작자들의 만남으로 어떤 가능성을 기대하시나요? 

모종의 영감은 같은 문제를 안고 투쟁하는 업계 동료들로부터 온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진짜 피지컬한 만남이 필요하지요. 한편으로 지난해 ‘책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네트워킹 이벤트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어요. ‘파티’ 형식의 단점인데요. 결국 친구가 아니라 숙취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말이 쉽지, 교류의 방식이 간단치 않다고 느낍니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대화에 집중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벌써부터 3회가 기다려지네요.(웃음)  

 

대표님이 운영하는 출판사 프로파간다에서 출간하는 잡지 <GRAPHIC>의 구성과 맞닿는 부분이 읽히기도 해요. <GRAPHIC>은 하나의 주제 안에서 여러 콘텐츠를 다루고 있잖아요. 덕분에 다양한 장면들이 마찰하고, 어울리면서 새로움이 발생한다고 느꼈거든요. ‘북페어’라는 주제(집중)와 참가사의 자율적인 부스 구성(개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참가사들을 하나의 스프레드로 간주한다면, 북페어는 일련의 스프레드가 제본된 잡지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100 스프레드(팀)가 묶인 무더기, 하나하나 개성을 발하지만 전체로서 표명하는 메시지가 선연한 미디어. 잡지를 편집하는 것이나 북페어를 조직, 운영하는 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고 느낍니다. 간단히 말하면 다양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되, 그것이 저널리즘에 기반한 ‘의제’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참가사의 자율적인 부스 운영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실제로 저희는 참가사가 임의로 연합부스를 조직하는 걸 금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세팅한 초청팀 구성의 빈틈이 채워지길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스프레드 사이에 삽입된 간지처럼 모종의 흐름에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균열이 일어나길 바라면서요.


ⓒ 군산북페어



적정한 규모, 친밀한 분위기, 날카로운 문제 의식 


군산이라는 지역에 대해 ‘혼종 경계도시’라고 하신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페어에 군산이라는 지역성을 어떻게 담아내고자 하세요? 포스터에 담고자 했던 군산의 이미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근대도시 군산의 정체성을 포스터에 담는 방안으로 우리는 개항 이후 이곳에 형성된 도시 구조를 떠올렸습니다. 전면에 패턴처럼 깔린 그리드가 눈에 띄는데요. 일제강점기 군산의 중심지였던 구도심의 격자형 도로 구조를 의미합니다. 지난 해 포스터의 붉은 컬러는 3대 석양이라는 선유도의 노을을, 그리드를 가로지르는 곡선은 금강 하구의 유장한 물결을 상징하고요. 올해 메인 컬러는 파란색인데, 해양 도시의 기상을 담은 것이고요. 군산시 컬러이기도 합니다. 


아시는 대로 군산은 일제강점기 곡식 수탈을 위해 조성한 계획도시이자 해방 이후에는 미군들의 병참기지로, 근대화 과정에서는 산업자본이 번성했던 역사와 정체성이 도시 곳곳에 시간의 흔적들로 새겨져 있습니다. 장소에 남아 있는 기록들과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경관이 ‘혼종’ 이미지를 무작위로 발산하는 곳이지요. 저희는 북페어 포스터에서 군산의 연원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길 바랐고, 팬시 일색 국내 북페어 포스터 군에 속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GRAPHIC> 2025년 여름호는 세계의 아트 북 페어를 다루고 있죠. 그리고 입구에 이런 질문이 등장합니다. “만약에 아트 북 페어가 그저 공간이나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면? 만약에 그 자체로 실천이 된다면 – 초대하고 모이는 실천이 된다면? 만약에 중립성을 가장하길 그만둔다면?” 이 질문에 머물면서, 질문하기 자체로 아주 전복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대표님은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세계적인 차원에서 북페어의 미학과 지향점이 변모하는 중인 듯합니다. 20여 명의 출판인을 초청해 발표, 워크숍, 식사를 통해 국내외 출판 플랫폼을 연결하고자 하는 로테르담의 ‘북스 아 브릿지(Books Are Bridges)’를 필두로 소규모, 관계 중심의 북페어가 부상하고 있고요.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40팀을 초청해 포럼과 마켓을 각각 이틀씩 진행한 북북페스티벌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인 셈이에요. 규모의 경제가 수반하는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질문에 언급하신 종류의 질문이 나오는 시점이죠.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해요. 규모와 외양에 치중한 북페어가 철저히 위계적이고 자기편의적으로 행사를 운영하는 걸 보는 것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습니다. 거기 있으면,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관객몰이로 가려지지 않는 북페어의 어두운 면 중 하나라고 봅니다. ‘초대하고 모이는 실천’은 엄청난 넓이와 층고를 가진 매머드 행사장에선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군산북페어의 앞으로의 모습이 더 궁금해집니다. 

군산북페어의 경우, 규모를 키우자는 의견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이 정도가 한계치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약간 줄이고 싶습니다. 충분히 잘 되고 있으니, 부스비와 소정의 입장료를 받는 형태로 ‘독립’하자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중산층 문화 엘리트의 입맛에 맞는 세련된 이벤트라면 지금도 충분히 많지 않나요? 접근성과 관련해 저희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2024년 ‘전주책쾌’에서 ‘사랑과 혁명 - 여기는 군산’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하셨죠. 북페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생물적 관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북페어 중 특별히 관심을 둔 장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혹은 다른 북페어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방문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적정한 규모, 친밀한 분위기, 날카로운 문제 의식이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북페어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쇄 예술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 출판∙서점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궁극적으로는 출판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더욱 좋겠지요. 우리 모두 소셜 미디어에 갇혀 있는 지금, 역설적으로 대상 간의 물리적 접촉이 간절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 저는 북페어 문화가 ‘에콜화’ 되지 않고, 누구에게든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주최측의 사명 중 하나라고 여깁니다. 아는 사람들의 친목회 같은 북페어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군산북페어



북페어의 존재 이유 


군산북페어는 군산의 지역 서점들이 함께 하는 ‘군산책문화발전소’의 기획으로 시작된 것이죠. 군산책문화발전소에서는 군산초단편문학상에 관여하기도 하고요. 수상작품집이 프로파간다에서 출간되어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도는 어떻게 시작된 기획인지, 나아가 어떤 환경을 꿈꾸는지 듣고 싶습니다. 

북페어를 론칭하기에 앞서 행사를 공동으로 준비하고, 운영하자는 신사협정 같은 것이 필요했고요. 그때 생겨난 조직이 북페어 운영을 위한 회사, 동네서점 서점 13곳이 참여한 군산책문화발전소입니다. 군산북페어가 지역에 뿌리내린 서점들의 연합체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북페어가 공동체적인 성격을 갖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군산초단편문학상은 군산을 대표하는 독립서점 마리서사가 주최하고, 군산책문화발전소 회원들이 후원, 조력하는 행사입니다. 여름에 걸쳐, 모든 걸 마무리하고 수상자들을 초청한 시상식에 앉아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요. 신자유주의적인 투입과 산출 논리의 반대편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들이 모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말이에요. 앞으로도 군산책문화발전소가 느슨한 친목단체로서 문화 관계자들을 연결, 결속하는 것으로 이 지역 지원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역할이 주어진다면… 해야죠.(웃음)  

 

지금까지 북페어를 기획하고 운영하시는 마음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요. 마지막으로, 북페어에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자랑인데, 군산북페어는 관객 분포가 서울과 꽤 다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인 서울과 달리, 이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을 포함해, 연령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 호기심을 탑재한 중고등학생, 뭐하는지 궁금해서 찾아온 동네 부동산 아저씨, 지역 젊은이와 연로한 문화 단체 인사가 섞여 있지요. 좋다고 생각해요. 동네 학생들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도 고향에서 열린 이 북페어를 추억하겠지, 생각이 듭니다. 북페어 준비에 따른 노고가 한번에 보상 받는 기분이 들지요. 


어느 북페어든 상관없이, 부디 오셔서 잊지 못할 기억 한 조각 만들어 가시길 바라봅니다. 책을 사라는 얘기인데요.(웃음) 이때 책은 이벤트를 가득 채웠던 열기를 소환하는 기념품이자 매개체가 됩니다. 출판인들을 지원하는 의미도 중차대하지요. 세상엔 우리가 존재조차 모르는 책이 무수히 있고, 우리의 좁은 시야를 밝혀줄, 잠들어 있는 욕망을 깨워 줄 그 책들과 조우하는 행운을 경험하길 권해 드립니다. 북페어의 존재 이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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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에세이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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