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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구원, 이 제목이어야 했어요”

『다정한 구원』 리스본, 용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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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는 기획한대로 끝까지 가는 책이 있고요. 제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쪽으로 알아서 걸어가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은 완전히 후자였어요. (2019.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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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경선이 열 살이던 때, 외교관 아버지와 어머니는 막내 임경선을 데리고 리스본에서 1년을 살았다. “갓 마흔 살 눈부신 젊은 시절”(11쪽)을 지나던 부모님은 그곳에서 “가장 온화하고 아름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10쪽) 돌이켜 보면 리스본 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임경선 작가는 그때의 작가 나이가 된 딸과 함께 리스본에 가기로 결심한다. “아무런 유보 없이 평온하고 행복했던” (10쪽) 그 시절을 오롯이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과 12일 동안 보낸 리스본 시절을 담은 책  『다정한 구원』  은 그렇게 쓰였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설명은 “너무 간단한 얘기”라고 말한다. 어째서 구원인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임경선 작가는 극도로 피폐해졌다. 사람에게 상처 받았고, 아주 취약했다. 그런 채로 부모님과 자신의 빛나던 시절을 되짚어보기로 했으므로 리스본행은 결국 그 자체로 애도였던 것. 임경선 작가는 이 시간을 “용서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리스본에 다녀온 지금, “페이지가 넘어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리스본은 많이 기억하고, 많이 울고, 마침내 과거와 화해한 “용서의 시간”이었다.

 

“만약 리스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끝내 정리되지 않았을 거예요. 주변과 떨어져 있어야 했고, 그러려면 부모님과 셋만 살았던, 가장 행복했던 때에 살았던 장소에 가는 것만이 방법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딸을 생각하면서 어쩌다 가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가야만 하는 곳에 갔던 거예요. 이 책은 지금 써야만 했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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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유령과 만난 거예요


리스본에서도 메모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 여행하면서 기록하는 게 힘들진 않으셨어요? 이 여행이 책이 될 거라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출판사 제안이 계기가 되긴 했어요. 작년 8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나서 출판사 분들과 만나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여행 얘기가 나왔는데 문득 리스본이 떠올랐어요. 마침 딸이 제가 리스본에 있던 때와 같은 나이였고요. 그러면서 구체화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바로 결심이 서진 않았어요. 부담스럽기도 했죠. 심지어 책을 써보겠다 하고는 한 시간 후에 번복한 일도 있었어요. 저는 그런 일이 거의 없거든요. 완전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책 이야기를 안 하는데 이번에는 참 이상했어요. 생각해보면 마음이 워낙 취약했던 때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 책도 엄청나게 찾아보고, 글을 쓰고 싶은지 엄청 고민을 했고요. 그 시간이 두 달 정도는 된 것 같은데요. 이 과정이 어찌 보면 제게 호기심이나 의욕을 되찾아준 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책이 되려고 했나 봐요.


책 중에는 기획한대로 끝까지 가는 책이 있고요. 제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쪽으로 알아서 걸어가는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은 완전히 후자였어요. 왜냐하면 처음에는 리스본이나 딸이 주연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기대했던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주연이었어요. 결국은 제 상처를 다 풀고 온 거죠. 추억을 되짚어보면서 자기 치유를 했다, 이건 너무 간단한 얘기고요. 제가 부모님께 용서를 빌고, 또 부모님을 용서하는, 용서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을 떠올리는 부분이 저도 좋더라고요. 엄마를 추억하면서 엄마의 좋은 면모도 살피지만 동시에 단점들도 살피면서 솔직하게 기억하는 대목이 있었죠.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러한 정서적 방관 덕분에 나는 자립심, 책임감, 적응력, 추진력, 생활력을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갖추게 되었다.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그 탓에 물이 새는 항아리에 끝없이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고 싶어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커버리고 말았다.(145-146쪽)

 

동시에 이것이 과연 불평할 일인가, 하는 죄책감도 있어요. 엄마는 엄마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나는 마음에 안 들었던 거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를 탓할 순 없다, 이런 생각까지 이른 나이에 다 했던 것 같아요. 어린 아이로서 제대로 투정을 한 번도 안 하고 자란 거죠. 너무 조숙했어요. 그런 여러 가지 면에서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리스본에서 얻은 가장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선물은 내가 부모님께 용서를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인 거죠. 오히려 딸은 나중에 휴지 건네주는 느낌의 역할이었어요.(웃음)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부모님의 유령과 그곳에서 만난 거예요. 그곳에서 내내 그분들과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부모님과 용서의 시간을 보내니까 그제야 비로소 애도가 끝나더라고요. 돌아온 뒤 책을 쓰면서 또 한 번 정리가 되고요.

 

책 나오고 트위터에 “그런 책이 있습니다. 이건 누가 뭐래도 스스로를 살려내기 위해 쓴 이야기구나, 싶은 책이. 이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절박함이 드는 책이. 말하자면  『다정한 구원』  이 저에겐 그런 책입니다.”라고 쓰셨잖아요. 쓰기까지의 고민과는 달리 결국은 엄청 큰 의미가 된 거네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 리스본에 가기 전까지 시기적으로 워낙 힘든 때였어요. 그 억눌린 마음이 가득 찬 상태에서 여행을 간 거거든요. 희한한 건 엄마가 돌아가신 건 한참 전 일이고, 아빠가 돌아가신 건데 두 분이 같이 돌아가신 느낌이더라고요. 부모세대가 끝났다는 실감이 왔어요. 리스본은 언니, 오빠 없이 저와 부모님, 셋만 살았던 곳이거든요. 다들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막내인 저만 데리고 온 거죠. 그게 리스본과 오사카였는데요. 제가 외동딸로 지내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그곳에 다시 가서 다행이에요.

 

그런 마음을 독자도 읽었던 것 같아요. “슬픔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dmswls1006)라는 리뷰를 봤거든요. 아마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셨던 것 같고, 하지만 그 슬픔을 외면해왔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책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는 거죠.


원래 블로그 리뷰는 보지만 인터넷 서점 리뷰는 거의 안 봐요. 비판이건 칭찬이건 제게 큰 의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가제본 리뷰 이벤트를 해서 거의 처음 리뷰를 봤어요. 너무 놀랐어요. 책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책의 주제가 삶과 죽음, 부모와 자식이라는 복잡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그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거든요. 마음이 건드려지면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죠. 바로 그걸 공유해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도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화학적 순환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 분들이 다시 저한테 깨달음을 주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요. 진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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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주는 친절


여행지로써 리스본은 어땠나요?


사람들이 정말 순박해요. 정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데요. 참 순정해요. 수줍으면서도 친절하고 다정한 기질이 있어요. 오래 지내다 보면 당연히 여러 가지 부딪히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리스본에서는 불쾌한 적도 한 번도 없었고요. 사람들의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요.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주는 친절이 너무 고마운 거예요. 리스본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많은데요. 한 번은 자전거 타는 청년이 차를 딱 막아주더니 지나가라는 손짓을 하는 거예요. 그게 전혀 과하지 않고요. 한 인간 대 인간으로 배려해주는 거였어요. 그런 사람들 곁에 있다 보니까 엄청난 위안이 되더라고요. 리스본은 확실히 그런 면이 있어요.

 

짧게 등장하더라도 다정했던 사람들 이야기가 많았어요.


또 그 시절 아빠의 친구였던 소진화 아저씨도 있었고요. 벌써 책을 보내드렸어요. 아저씨가 등장한 대목을 표시해서 보내드리는데 의외로 많더라고요.(웃음) 정말 좋았던 게 한국 와서 책이 나왔다고 아저씨한테 연락을 드리는데요. 부모님 대신 이 책을 받아주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누군가는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부모님은 이 책을 받아주실 수 없잖아요. 대신 받아주실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어요. 거기 그대로 계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게다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 진짜 좋았어요.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보고 “깊은 아름다움을 감지한다. 모두가 변해간다 해도, 우리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209쪽)라고도 하셨죠.


돌길 같은 게 그렇죠. 그래서 하이힐 신은 사람들이 없어요. 하지만 그냥 두는 거죠. 호텔 같은 곳에서도 진짜 오랜만에 보는 두툼한 유리로 된 물병과 잔을 봤거든요. 그런 것들이 참 좋더라고요. 때가 되면 변하기도 해야겠지만 변치 않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안도 같은 것이 있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너무 빨리 변하잖아요. 사람은 그렇게 빨리 변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인위적인 요구에 의해서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강박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얕게 변한다고 할까요. 내면 깊은 곳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괴리가 생기고, 여러 갈등이 있는 거죠. 저는 좋은 것들은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스본도 예전에 비해서는 변하긴 했어요. 하지만 각자가 자기 속도대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바꿔나가는 것이죠. 그런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있었어요. 리스본은 이제 저에게 그저 ‘살았던 곳’이 아니라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어요.

 

 

이 책의 주제는


제목을 ‘다정한 구원’이라고 붙인 이유도 듣고 싶어요.


우선 가제는 그냥 ‘리스본 이야기’였고요. 그런데 쓰고 보니 이 이야기가 그냥 리스본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여러 제목을 고민하다 의견이 ‘다정한 구원’으로 모아졌죠. 처음엔 ‘구원’이라는 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한참 고민을 하는데 출판사 홍보팀에서 이 제목에 대한 너무 좋은 해석을 해주셨어요. 구원이 이 에세이의 핵심단어라고 생각한다면서요. 제가 그 말에 완전히 설득됐어요. 정말 그랬거든요. 이 책의 주제는 이것, 구원인 거죠. 무대만 리스본이었을 뿐 다시 보니까 이 제목이었어야 했더라고요. 너무 희한해요. 다행히 이 제목을 독자 분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책에 엄마가 작가님에게 롤렉스시계를 풀어주시던 장면이 나오잖아요. 소중한 유산이죠. 한편 작가님이 딸에게 줄 유산은 이 책이 될 거란 생각을 했어요.


삶과 죽음,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순환이니까요. 결국 인생에 관한 이야기죠. 이 책은 사람의 한 인생에 대한 얘기 같아요. 물론 딸은 한참 커야 이해하겠지만요. 저는 정말 딸에게 물려줄 게 책밖에 없잖아요. 얘는 한 마디로 계 탄 거예요.(웃음) 

 

엄마 아빠는 그 시절 행복했었구나. 서투르게나마 나는 사랑받았었구나. 그리고, 나도 앞으로 내 아이를 힘껏 사랑해주어야겠다.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이미 이것으로 너무나 충분한 것을.
그러니까 윤서야. 이제는 너의 시대야.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256-257쪽)

 

무엇보다 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이었으니까요. 그 애가 제 어렸을 때와 똑같이 생겼어요. 노는 걸 보면 제가 저를 보고 있는 셈인 거예요. 저의 열 살 때가 고스란히 소환이 돼요. 딸이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부모님이 또 소환이 되고요. 리스본에서 정말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어요. 어렸을 때의 나를 다시 만나고,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죠. 너 참 씩씩했구나, 잘 놀았구나, 행복했구나, 이런 것을 깨닫는 일이었어요. 또 아이가 옆에 있음으로 인해 갖게 되는 편안함도 컸고요. 딸이 보호자 같았거든요. 감정적으로 아주 취약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도록 잡아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딸이 했던 그 대사 있잖아요.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51쪽) 너무 좋죠. 전날 넘어져서 다치는 바람에 오늘 새로운 일정을 하는 게 자신이 없다고 하는 엄마에게 딸이 한 말이에요.


아이들의 한 마디는 확 잡아끄는 게 있어요. 사람은 아이 때 가장 훌륭한 인격이라고도 하잖아요. 어릴수록 자연에 가까운데 자연에 가깝다는 건 세상의 이치를 이미 알고 있다는 거예요. 배울 것도 없이 말이죠. 또 제가 엄마 생각을 많이 한 날 자려고 누워서 딸에게 묻잖아요. 내가 너한테 상처 준 적 있느냐고요. 저는 정말 “응”, 이 대답을 상상도 못했어요. 워낙 친하기도 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요. 그 답을 듣고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내가 엄마를 원망했듯 딸도 저한테 상처 받은 부분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갑자기 아이가 너무 애틋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음으로써 내가 엄마한테 상처 받은 부분이 치유가 되는 것 같았어요. 나도 별 거 없구나(웃음), 관계라는 게 그런 거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 
 
지금 작가님 나이가 됐을 딸을 상상하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그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딸의 서른 살 이후를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뭘 바란 적도 없고요. 굳이 바라는 것이라면 일을 꼭 가졌으면 한다는 거예요. 오래오래 일을 하라고요. 일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니까요. 가족, 사랑 다 중요하지만 우리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일이거든요. 일이 좋아야 해요. 나와 잘 맞고, 잘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이 삶의 질과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요. 일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는 뒤에 올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겠네요.


맞아요.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부모님과의 관계가 한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잖아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거나 상처 받기 싫어서 관계를 끊거나 하시고요. 하지만 모든 부모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것도 아니고요. 그들도 자신들의 문제에 힘들어하고, 자식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것을 베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에게 사랑 받고 싶은 것은 본능이라 절대 변하지 않을 부모에게 아직도 희망을 못 버리는 건데요. 대부분은 안 바뀌거든요. 마흔 전에는 정리를 해야 해요. 그냥 결핍을 받아들이고, 결핍을 너그럽게 감싸줄 수 있는 다른 것을 찾도록 해야죠.

 

이 말씀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원래는 서른 전에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많이 늦춘 거예요.(웃음) 마흔 이후까지 정리를 못하는 건 적당한 나의 불행에 의존하는 거거든요. 부디 다 떨쳐내시기를, 떨쳐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책은 제 개인의 경험이긴 하지만 제가 들려주는 것처럼 읽히잖아요. 그러니까 저랑 같이 리스본 여행을 하시면서 가능하다면 마음속에 있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상처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해보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다시 생각하는 것, 그게 스스로에게 해주는 구원이죠.



 

 

다정한 구원임경선 저 | 미디어창비
상실의 아픔을 충분히 돌본 후에야 생(生)에 대한 감사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자연의 섭리처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딸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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