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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진정한 이야기꾼의 마력을 펼치다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박현숙 청소년소설 『구미호 식당』으로 이야기꾼의 마력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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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한번 지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이 나에게 머물 때, 그 시간 안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할 일이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산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 (2018.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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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는 초등학생 독자 팬이 굉장히 많으시죠. 작품마다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읽기라고 느끼지도 못하고 빠져듭니다. 박현숙 작가의 책들만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많습니다.

 

박현숙 작가는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가가 되었고, 제1회 살림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그 시간 마치 새로운 세상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베스트셀러 『수상한 시리즈』 는 신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이 엄청납니다. 아직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하시니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작가입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실까 하고요. 그런 이야기의 힘에서 만들어진 것이 청소년소설 『구미호 식당』  이며, 제목부터 흥미를 끌어냅니다.

 

소설은 작가의 학창 시절 기억 속에 있었던 그 아이가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그 아이를 칼 858 폭파 사건으로 잃고,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낼 기회를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에 대한 후회.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지나간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음을 이 소설에 고백했어요.

 

작가의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시간’이 어떻게 『구미호 식당』 으로 흥미진진하게 변신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들어가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된 두 사람.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중간계에서 서호를 만나 식지 않는 피 한 모금과 사십구일을 맞바꾸기로 하고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와 도영의 사연은 무엇일까요? 간절하게 사십구일을 살고자 하는 아저씨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여기는 도영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죽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구미호 식당』 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갑자기 죽은 두 사람이 저승으로 가기 전에 49일 동안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에 머무는 이야기예요. 중간계에 살면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난 후 떠나게 되지요. 자신의 사랑을 상대편이 받아주지 않는 거에 대해 불만이었던 아저씨와 15년 동안의 살아온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고, 남은 생 역시 그럴 거라고 믿는 중학생 아이의 49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아 살아가면서 어떤 것에 무게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에요.


 ‘중간계’가 나오는데, 어떻게 ‘중간계’를 장치로 사용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구미호를 떠올리신 것도요. 궁금해요.

 

항상 생각해오던 세계가 있었어요. 여러 종교에서는 물론 한국 신화 같은 이야기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가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걸 믿든 믿지 않든 그런 것을 떠나서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되면 내가 살던 세계에 대한 미련이랄까, 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살았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거든요. 그런 부분을 죽고 나서 후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때 아주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잠깐의 시간을 얻어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살던 곳으로 완전히 복귀한다는 것은 어쩐지 어떠한 규칙에 어긋나는 거 같았죠. 삶과 죽음은 엄연히 다른 거잖아요. 그렇게 중간계가 설정된 거죠. 책이 나오고 나서 왜 하필 ‘구미호 식당’이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어요.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구미호가 종종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제게 구미호는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신비한 존재로 각인되었던 거 같아요. 만나고 싶어서 구미호가 나온다는 장소에 자주 갔었거든요. 작가가 되고 나서 구미호 이야기를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책에 실린 작가의 창작 노트를 보면 작가님과 주인공 도형의 연결고리가 느껴지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나요?

 

학창 시절 참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무릎이 안 좋아 수술을 몇 번이나 하고 결석이 잦았었지요. 그런데도 항상 밝은 아이였어요. 그 모습이 참 좋았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지요. 다리가 다 나은 아이는 굉장히 활동적이었어요. 3년 동안 줄곧 반장을 했던 거 같아요. 저는 그 아이를 그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했어요. 꼭 같이 다니고 놀고 그래야 좋은 친구가 되는 거는 아니잖아요. 그 아이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 눈이 마주치면 서로 따뜻하게 웃어주는 게 전부였지만 그런 것만으로도 마음을 나누기에는 충분하다고 믿었어요. 결정적인 것은 그 아이와 제가 같은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언제든 정말 친하게 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믿었던 거죠. 그런데 그 아이가 칼 858 폭파사건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소식을 접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단 한 번도 그 아이의 마음을 확인한 적 없고 그 아이의 마음도 확인한 적 없어요. 그저 그럴 것이라는 짐작만 했을 뿐이죠. 내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때야 깨달았죠. 구미호 식당에 등장하는 도영이 역시 가족이나 친구,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그럴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아이였죠. 그러다 보니 자신이 몰랐던 부분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런 도영이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죠. 그래서 중간계에 머물게 했고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알고 떠나게 했지요.

 

이 소설은 내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는데, 그렇다면 선생님은 무엇을 하실 거예요?

 

이 책을 쓰면서도 내내 생각했어요. 나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찾아가 볼 것인가? 결론은 글을 쓰고 있을 거 같아요. 글을 쓰고 계속 책으로 출간되어도 항상 뭔가 부족하거든요. 저 자신이나 독자들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작품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죠. 내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면 마지막 작품을 쓰고 있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희망이 되어 줄 책이 되길 꿈꾸면서요.


주인공 도형이 말고도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의 독특한 사연이 많아요. 어떻게 아저씨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나요?

 

작품을 구상하며 사람의 마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사실 흘러가는 마음은 본인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상대방이 내 마음과 똑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거죠. 책에도 나왔듯 사람의 마음은 붙잡아 둘 수 없는 조각달과 같은 거잖아요. 조각달은 시간이 지나며 반달도 되고 보름달도 되어요. 조각달만으로 살 수는 없어요. 사람의 마음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변하게 되어 있어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결국 불행해지는 거라고 봐요. 아저씨의 사랑이 상대방에게는 불행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서 그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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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의 메뉴 크림말랑, 참돔탕수육, 짤리오떼는 진짜 존재하는 음식인가요? 샘도 요리를 잘하시나요?


아마 이런 이름의 요리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만들어 냈거든요. 하지만 제가 모르고 있지만 실제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책에 등장하는 아저씨가 처음 지영을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때의 마음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그 마음에 어울리는 음식 이름을 생각해 내고 싶었거든요. 누군가를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때 마음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포실포실하고 고소할 거 같았어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요리 이름이 크림말랑이에요. 저는 요리는 잘 하지 못해요. 요리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잘한다고 보는데 저는 밥하는 시간까지 아깝거든요.


『구미호 식당』 에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형 도수, 스쿠터타기 비밀을 공유했던 친구 수찬, 한겨울 집에서 쫓겨나 얼어 죽을 뻔했던 도형을 지켜준 옆집 개, 크림말랑 사연, 아저씨와 김지영 씨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샘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신 이야기는요?

 

도영이와 수찬이의 관계였어요. 도영이는 수찬이와 자신이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좋은 감정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둘은 가정폭력이라는 남에게 들춰내기 껄끄러운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도 있지만 말을 통해 확실하게 알기를 바랐어요. 그건 저와 제 친구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이고 이 작품을 쓰고자 했던 씨앗이었으니까요.


조금 늦게 등단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제, 어떤 계기로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백일장에 나가면 항상 장원이었죠. 중학교 때 엄마는 장원 떡을 자주 만드셨을 정도였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삶을 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글 쓰는 걸 좋아했던 것조차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어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해 1월 1일, 신문에 실린 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읽게 되었어요. 그때서야 잊고 있었던 꿈이 생각났어요. 그해 12월에 신춘문예에 작품을 보내게 되었고, 당선이 되어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사십대 중반이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먼저 꿈을 간직하고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나라에서 작가로 살아가기는 녹록치 않거든요.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제외하면 인세수입이나 원고료로 실제 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작가의 꿈을 가진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현실에 밀려 그 꿈을 잠시 내려놓게 되고 시간이 가면서 아주 잊게 되지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어떤 계기로 ‘나도 그런 꿈을 가진 적이 있었지.’ 이렇게 추억 속에서 꿈을 만나게 되지요. 그저 꿈은 꿈일 뿐이라며 자신을 위로해요.

 

자신의 꿈을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 반은 이룬 거나 마찬가지예요. 나머지 반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거예요. 글 쓰는 거에도 유행이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쓴 책이 판매가 많이 되고 그 작가의 인지도가 올라가는 걸 보면 자신도 그렇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죠. 하지만 결국 끝까지 기억되는 작가는 자신의 색깔대로 묵묵히 쓰는 작가예요. 글을 쓰면서 자신이 잘 쓰는 또는 좋아하는 장르가 뭔지 찾아내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봐요.


선생님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저는 독자가 사랑하고 독자가 기억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 책을 읽는 독자가 깊이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는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동화도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연령층별로 책이 나뉘고 청소년문학 역시 연령대별로 생각과 가치의 차이가 있을 거예요. 글을 쓸 때 책 속 등장인물의 연령대에 따라 그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파악하는 걸 게을리하지 말아야 해요. 결국은 독자가 기억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과 통하네요. 부지런하고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구미호 식당박현숙 글 | 특별한서재
도영이와 수찬이가 늦게나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할머니와 도수의 진심을 알게 함으로써 작가는 비로소 오랜 숙제를 한 듯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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