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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피니즈 브렉퍼스트, 추상화처럼 그린 필청 트랙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자신이 설계한 세상을 탄탄한 구조의 앨범으로 구현하고 잘 계산한 편곡으로 살을 붙여 제격인 보컬로 마무리하니 날의 감정이 그대로 들려온다. (2018. 04. 04)
다소 난해한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적 영감은 ‘죽음’에서 비롯된다. 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돌보며 그 이별의 과정을 25분 남짓한 짧은 러닝 타임으로 담아낸 1집 <Psychopomp>에서도, 그 후 1년 만에 발매된 이번 정규 2집도, 중심은 죽음에서 시작된 감정의 서술이다. 화려한 사운드도 없이 부정확한 발음과 노이즈로 가득 찬 선율 속에서 일궈낸 성취가 바로 이 감정의 ‘청각화’인 것이다.
저승사자로 번역되는 데뷔작은 추상화에 가까웠다. 대체로 2~3분 정도의 곡들은 서사보다는 순간에 집중했고 감정적이었으며 잔잔하다가도 거칠었다. 장르적 토대는 슈게이징. 「Everybody wants to love you」 같이 일렉트릭 기타로 댄서블한 리듬감을 앞세우고, 「Jane cum」처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표현할 때도 바탕에는 웅웅거리는 드론 사운드를 담아 어두운 감정을 살렸다. 여기에 날카롭고 선명하게 내지르는 보컬과 신경질적인 보이스 칼라는 죽음 앞의 불안정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번 2집은 그 확장판이다. 곡 사이 배치된 인터루드나 노이즈 깔린 사운드 등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음반의 구조를 더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6분 이상의 재생 시간 동안 총 3번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반복을 통해 청자를 기묘한 행성 속으로 이끄는 「Diving woman」, 신시사이저와 토크박스로 로봇과 대화하는 설정을 준 「Machinist」, 우주의 소리를 담은 「Planetary ambience」 등 수록곡은 ‘또 다른 행성으로부터의 소리’라는 타이틀을 잘 다져낸다.
후반부 「The body is a blade」와 「Till death」 「This house」와 「Here come the tubular belles」의 배경 잡음을 같게 해 두 곡을 한 곡처럼 이어낸 노이즈의 활용도 돋보인다. 이러한 섬세한 편곡은 지나치게 몽롱한 사운드에 힘이 풀리는 「Boyish」 「Jimmy fallon big!」의 연약함을 무마하며 앨범의 얼개를 쌓는다. 2배로 늘린 재생시간 동안 호흡을 쌓고, 음색만 바뀐 재니스 조플린인 양 절절하게 부르는 「Till death」는 그래서 필청 트랙이다.
직접 어머니와 죽음에 관해 언급하는 건 두곡 뿐이지만(「Till death」 「This house」) 거기서 파생된 감정들을 전반에 고루 적어냈다. 서정성의 매개체인 ‘행성의 소리’라는 설정과 잔향 가득한 편곡도 훌륭하다. 자신이 설계한 세상을 탄탄한 구조의 앨범으로 구현하고 잘 계산한 편곡으로 살을 붙여 제격인 보컬로 마무리하니 날의 감정이 그대로 들려온다. 작년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한 고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의 해외판 소규모 슈게이징 버전.
관련태그: 재피니즈 브렉퍼스트,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Psychopomp, Thi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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