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글램 스팽키, 마음이 가는 대로

글림 스팽키(Glim Spanky) 『Bizarre Carnival』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1세기의 비트닉스, 힙스터의 반대편을 바라보다. (2018. 03. 28)

large.jpg

 

 

‘비트닉스처럼 지금 알몸이 되어 사랑에 춤추자’ 이런 가사를 1990년대 생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이 일견 어색할 수 있겠지만, 현 세대 청년들의 박탈감은 반세기 전의 비트 제너레이션의 주창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정표를 기성세대가 수거해간 탓에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방랑자들의 헛헛한 외침. 네버 영 비치의 <A Good Time> 리뷰에서 언급했듯 꿈에 대한 찬가가 공허하게 들리는 시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유사한 과정을 겪었던 과거의 자신들이다.

 

서치모스나 네버 영 비치 등으로 대표되는 시티 팝 리바이벌 신이 자국의 시티 팝과 뉴 뮤직에 포커싱을 하고 있다면, 이들은 시선은 1960년대 영미 사이키델릭과 블루스, 하드록 사조로 향한다. 보컬/기타 포지션의 마츠오 레미, 기타 포지션의 카메모토 히로키로 이루어진 이 2인조는 유산의 재해석을 통한 독특한 음악스타일로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이들. 거친 질감으로 존재감을 알린 <Sunrise Journey>(2015)와 제이팝의 감성을 적극 반영한 <Next One>(2016)을 거쳐 내놓은 세 번째 작품은, 1집과 2집의 장점을 각각 발췌해 영리하게 융합시킨다.

 

블루지한 기타리프와 고루한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인트로를 장식하는 「The Wall」만 해도 이들의 지향점이 확고함을 알 수 있다. 후반부의 퍼즈기타가 좀처럼 현재에 발붙일 순간을 주지 않는 「Bizarre Carnival」의 구성과 기타 톤은 그야말로 <Sgt.peppers lonley hearts club band>의 오마주. 로-파이한 느낌을 잘 살려냄과 동시에 후렴 멜로디를 다소 누르고 곡 전체를 조망하는 프로듀싱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트랙이다. 대중성을 고려하다 개성까지 깎아 내버렸던 전작에 실망을 느꼈던 이들도 분명 만족스러워 할 만한 사운드다.

이어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나 버즈(The Byrds)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포크록 「The Trip「은 탐 중심의 드럼과 공간감 있는 코러스의 활용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슬로우 넘버인데, ‘눈꺼풀 뒤에 황금의 심장이 떠올라/ 그 옆에서 닐(닐 영)이 웃어주고 있어’라는 가사로 자신들의 우상을 기리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런가하면 목소리의 격렬함과 디스토션이 대등하게 합을 겨루는 「Velvet Theater」와 「End roll」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들의 사이키델릭 사랑이 겉만 보고 따라하는 허수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진득함과 깊이다.

 

전반부에 자신들의 초심을 살려냈다면, 라이브에서 호평받을 만한 파퓰러함은 후반부에 작렬한다. ‘모든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나’라는 주제의식을 스트레이트한 곡조에 풀어넣은 「ビㅡトニクス(Beatniks)」야말로 마츠오 레미라는 보컬리스트의 호쾌함이 극대화되는 부분. 그런가하면 영미 포크락 사운드와 쇼와시대 가요곡 선율의 매끄러운 조합을 보여주는 「美しいい棘(아름다운 장미)」에서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젊음을 찬란함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처럼 자신들의 사상은 ‘헤멤’에 있음에도, 그 헤멤이 유의미한 것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제이팝의 영향에 있으면서도 본인들의 정체성을 각 곡에 적절히 녹여냄으로서 ‘글림 스팽키의 완성형’을 이룩해 냈다는 것이 바로 이 신보의 의의다.

이들의 가사엔 현란한 비유도 없고 지나치게 내면으로 침잠하지도 않는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밴드 철학의 기원은 인위의 배제로부터 시작된다. 송곳처럼 파고드는 보컬, 갖가지 감정이 스며든 디스토션으로 공들여 만들어 낸 일본식 사이키델릭 리바이벌은 그렇기에 거부감 없이 수많은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힙스터의 가치가 타인들에게 향해 있다면, 비트닉스는 이를 전면에서 부정하며 자유의지의 탈환이야말로 지상과제라 말한다. 신보에 담긴 결과물들은 이러한 움직임의 기수에 선다. 러닝타임이 끝나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트렌드의 발굴과 전파를 통한 현 시대의 변혁이 아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내면의 여행임을.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방구석에서 만나는 한국미술의 거장들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방구석 미술관』 이 한국 편으로 돌아왔다. 이중섭, 나혜석, 장욱진, 김환기 등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10인의 삶과 그 예술 세계를 들여다본다. 혼돈과 격동의 시대에 탄생한 작품 속에서 한국인만이 가진 고유의 예술혼을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클 샌델, 다시 정의를 묻다

현대 많은 사회에서 합의하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차등'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마이클 샌델은 미국에서 능력주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공 배후에는 계급, 학력 등 다양한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회를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지옥이었다

모두를 울린 '인천 라면 형제' 사건. 아이들은 어떻게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을까? 성장과 소속감의 상실, 자율의 박탈, 친구와의 단절, 부모와의 갈등 등 코로나19로 어른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세밀하게 포착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 마음 보고서.

올리브 키터리지가 돌아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 여전히 괴팍하고 매력적인, ‘올리브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주인공과 그 곁의 삶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인생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지만 그렇게 함께하는 세상은 또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책은 보여준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