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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영화의 대변자임을 보여주는 작품

<20세기 여성(20th Century Women)>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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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이 등장했던 1960년대와 70년대 펑크의 종말을 목격한 베이비 붐 세대 여성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영화다. (2018.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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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27일 개봉한 2016년 작품 <우리의 20세기>는 낮은 스크린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다양성 영화 흥행 성적 1위를 거두며 선방했다. 로큰롤이 등장했던 1960년대와 70년대 펑크의 종말을 목격한 베이비 붐 세대 여성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 영화의 원제는 <20세기 여성(20th Century Women)>이다.

 

1960년대 인디 록과 펑크의 청사진을 제시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197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뉴 웨이브 그룹 데보(Devo)의 티셔츠를 입고 토킹 헤즈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20대 사진작가 지망생 애비(Abbie), 책과 담배, 섹스를 즐기는 신비로운 금발 소녀 줄리, 알려지지 않은 재즈 고전을 주크박스에서 고를 만큼 옛 음악을 사랑하는 멋진 노년 여성 도로시아와 그녀의 아들 제이미가 한 집에서 서로의 인생을 나누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물의 심리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Take on me」로 유명한 노르웨이 그룹 아하와 미국 펑크 신의 흐름을 따르던 영국 밴드 레인코츠를 좋아하는 뉴로맨틱스 마니아 제이미가 처음 반항을 했을 때는 점스(The Germs)의 과격하게 질주하는 하드코어 「Media blitz」가 흘러나오고, 애비가 레코드로 틀던 수지 앤더 밴시즈(Siouxsie and the banshees)의 「Love in a void」는 성적 욕망만을 채우던 윌리엄과의 관계를 암시한다. ‘사랑은 공허한 것!’ 음침하고 단순한 펑크 코드에 맞춰 울부짖는 수지 수의 보컬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섹스를 이용하는 애비의 상태를 대변한다.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감독 마이크 밀스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음악뿐만이 아니라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Basin street blues」나 베니 굿맨의 연주곡 「In a sentimental mood」와 같은 스탠다드 고전과 「So blue love」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이전 아티스트의 음악을 발굴해 원하는 장면에 적절히 안배하는 것은 물론, 유명 밴드의 비인기 곡을 척척 골라내며 음악광의 면모를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토킹 헤즈의 「Psycho killer」나 싱글 차트 15위를 차지한 데이비드 보위의 히트송 「Space oddity」 대신 「The big country」, 「DJ」 등 귀에 익숙하지 않은 곡들을 삽입해 동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음악적 합일점을 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감독의 탁월한 안목 덕분에 채도가 낮은 파스텔 톤 영상미에 어울리는 옛 노래들은 향수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며, 과거를 단순히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의 스토리에 맞게 영화 <비기너스>에서 음악 감독을 맡았던 작곡가 닐 로저(Neill Roger)의 미래지향적인 오리지널 트랙이 중간중간 위치해 과거와 미래의 가교 구실을 해준다. 그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Modern people」의 풍부한 현악 편곡에 한때 인터넷을 떠돈 행성 소리, 기계음을 덧입혀 미래지향적인 1979년의 샌타 바버라(Santa Barbara, 1979)를 연출해 음반의 매력을 배가했다. 음악이 영화의 대변자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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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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