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키니 “독서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윔피 키드> 시리즈 저자 제프 키니 방한
12월 13일 오전 서울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윔피 키드> 시리즈의 저자 제프 키니의 첫 국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2월 13일 오전 서울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윔피 키드』 시리즈의 저자 제프 키니의 첫 국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윔피 키드』 시리즈는 공책에 그린 듯한 디자인과 간단한 선으로만 이루어진 캐릭터 등 다른 만화와 차별화된 스토리와 형식을 가진 책이다. 지금까지 47개국에 번역되어 1억 8천만 부가 팔렸고, 저자는 <타임>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윔피 키드』의 주인공인 ‘그레그’는 평범한 중학생 소년으로, 집에서는 심술궂은 형 로드릭과 응석받이 동생 매니 사이에 낀 신세다. 학교에서는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치이고 여자애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러나 2004년 어린이 교육용 사이트인 펀브레인닷컴(FunBrain.com)에 웹툰 형식으로 먼저 연재된 사고뭉치 그레그의 이야기에 어린이 독자들은 열광했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에 온 저자 제프 키니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왜 작고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세우셨나요?
그레그는 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저도 결점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첫 번째 시리즈를 쓸 당시 『해리 포터』를 읽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주인공 해리포터는 수세에 몰린 약자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용감하고 유능하며 심지어 퀴디치 같은 운동도 잘하는 만능 인물로 그려지고 있어요. 저는 그런 주인공보다, 정말 약하고 부족한 주인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미국의 만화를 생각하면 슈퍼히어로물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기존의 히어로물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도 만화 입문은 슈퍼 히어로물로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에 읽은 게 『도널드 덕』이었죠. 하지만 저는 『도널드 덕』이 더 재미있었어요. 작고 볼품없을 수 있는 캐릭터가 히어로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성공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이의 눈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 가는 방법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 요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포맷을 들 수 있죠. 기존 만화 장르와 다르게 글과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가 상호작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하고요. 세 번째로는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책을 쓰려고 노력한 진정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정성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내려다보면서 쓴 게 아니라, 아이들의 눈에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을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내자고 하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꼬박 팔 년을 매달려 첫 번째 책을 저술했는데, 처음에는 성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의 책을 만들고자 했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출판 담당자가 아동용 책으로 나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고요. 아동용으로 내면서 책의 내용을 특별히 손질하지는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요즘 어린 독자에게도 충분히 다가갈 만한 이야기였고, 제 감성 자체가 여전히 어린이 감성이었던 것 같아요.
『윔피 키드』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단순한 그림체인데요. 작가님의 그림체를 스스로 생각하시기에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점수를 매길 순 없겠지만, 어렸을 때 끄적거리는 걸 좋아하던 때부터 단순하게 그리기를 버릇했었어요. 이후 만화 작업 이론에 관해 실질적으로 배워나가면서 만화가 단순함의 미학을 살린 예술 장르라는 걸 배울 수 있었고요. 지금도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면 가능한 단순함의 미학을 유지하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선은 가능하면 적게 그려서 ‘버릴 게 없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책을 읽어야 독서에 취미가 생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안 읽고 게임만 한다고 걱정이 많습니다. 부모로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독서 지도 방법이 있나요?
정말 좋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아들이 둘 있는데요. 아이들은 정말 빠르게 큰다는 걸 느낍니다. 큰 아이는 이미 키가 저만큼 커서 징그럽기도 하고요. 제 아들 중 하나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꼭 스포츠와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기본적인 방침은, 책을 읽을 때 내용 자체에 관심이 있어야 책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심 분야에 대해서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요. 특히나 책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중요합니다. 이 성취감에 기인해서 아이들은 또 다른 책을 찾고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됩니다.
아이들의 심리가 잘 나오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나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신다면 어떤가요?
책 자체가 ‘그레그’의 관점으로 쓰였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믿을 만하지 않고 모범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책에서 명시적으로 주인공이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다루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아이를 보면서 닮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함께 웃는 것에 그칩니다.
처음 출간할 때에도 부모님들이 그레그를 어린 독자들이 롤모델처럼 생각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곧 잠식되었는데, 왜냐하면 학부모들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이들이 충분히 판단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걸 이해하셨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학부모 입장에서도 이 책이 아이들을 독서의 세계로 더 이끌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국 학생들이 굉장히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 커리큘럼 자체도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고 들었고요. 어린 시절을 거쳐 온 어른으로서, 즐거움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보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제프 키니는 한국의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윔피 키드』 작품을 소개하고 캐릭터를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조희연 교육감과의 대담을 비롯해 고궁 투어, 사인회, 작가와의 만남,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소화했다.
윔피키드제프 키니 글그림/김선희 역 | 아이세움
<윔피 키드> 시리즈는 공책에 그린 듯한 디자인과 간단한 선으로만 이루어진 캐릭터 등 다른 만화와 차별화된 스토리와 형식을 가진 책이다. 지금까지 47개국에 번역되어 1억 8천만 부가 팔렸고, 저자는 <타임>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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