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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나는 월급사실주의 작가”

<월간 채널예스> 9월호 커버 스토리 첫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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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이 소리를 듣는 게 마음속에서 늘 겁이 나는 분들이 보면 좋겠어요. 남들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고 할까 봐, 머뭇거려지는 분들에게 “이 정도까지는 이상하다는 소리 안 들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기자 출신 전업 작가, 1일 8시간 글쓰기, 4개 문학상 석권. 지난해 소설가 장강명이 소비한 수식어는 독보적이었다. 2015년에 출간된 단행본만 3권, 올해도 같은 숫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장강명이 처음으로 쓴 에세이다. ‘신혼여행’을 소재로 한 책을 쓸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 “이 책에 다른 분들께 전하는 교훈이 있다면, ‘여행지에서는 음식을 너무 많이 사 오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주장은 없습니다”라고 썼다. 이 생뚱한 한마디는 과연 장강명답다.

 

읽을수록 궁금한 작가, 장강명의 첫 에세이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주장도 교훈도 충고도 없는데, ‘아차’ 싶은 공감의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작가는 평소 ‘가격 대비 성능비’를 따지는 사람이다. 자신이 읽은 책을 ‘일독 권유 지수’로 별점을 매긴다. 독자들도 한번 매겨보자. 누구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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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재즈를 연주한 느낌

 

첫 에세이인데요. 신혼여행을 소재로 쓰실 줄은 몰랐어요.

 

(웃음) 원고는 꽤 일찍 썼는데, 책이 될 만한 이야기인지 확신이 없었어요. 소설을 쓰다 지칠 때는 에세이를 썼어요. 제가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일기도 1년에 책 1권 분량씩 쓰거든요. 소설을 쓰다 보면 피곤한 게 있는데 작년에 『댓글부대』를 쓸 때, 정말 힘들더라고요. 책 내용 때문인지 마음이 좀 어두워지고, 제가 그렇게까지 꼬인 사람은 아닌데 정신건강이 막 안 좋아지고요. 그래서 스스로 힐링하려고 쓴 책이에요. 아내한테 신혼여행을 소재로 에세이를 써볼까 한다고 했더니, “그걸 어떻게 쓰겠다는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저도 의문이었어요. 3박5일 신혼여행 이야기가 책이 될지. 하지만 큰 생각을 하지 않고 욕심 없이 썼어요. 소설 쓰다 짜증 날 때 에세이 20매 정도 쓰고 다시 소설 쓰고, 그랬어요.

 

편한 마음으로 쓰신 것 같지만, 제목처럼 말랑말랑한 에세이는 아니에요.


당시 두 가지 이야기를 염두에 두었어요. 하나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1년간 아무도 안 만나고 유배된 것 같은 생활을 했을 때의 이야기고요. 다른 하나는 신혼여행이었어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신혼여행도 5년 만에 갔으니까요. 저희 부부에게는 의미 있었죠.

 

신혼여행을 떠나신 게 2년 전, 가을이에요. 여행하면서도 “언젠가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하긴 했지만 심각하게는 아니었어요. 늘 그런생각은 해요. ‘이거 언제 써먹을 수 있겠는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책을 보는데,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책이 나오기 사흘 전인가,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지금 취소해달라고 할까? 책을 불살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생각이 좀 없는 거죠.(웃음) 저지른 다음에 생각해버리고. 앞으로 이 책에 관한 서평은 겁이 나서 못 볼 것 같아요. 네이버에서 사전 연재를 했는데, 댓글을 안 읽었어요. 이 책은 ‘어떤 결과물을 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어어’ 하다가 내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도 그런 것 같고요.

 

결혼, 신혼여행을 소재로 했지만, 곳곳에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아 좋았습니다.


저도 이 책이 마음에 들긴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용도가 아니라, 제가 완결 지은 글로서요. 왜냐하면 솔직했고 저의 여러 생각을 넣었지만 크게 주장하는 바가 없으니까요. 뭔가 통일된 느낌은 없지만, ‘그냥 이 정도가 좋다’는 느낌이에요.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형식이 정해진 교향곡이 아니라 자유로운 재즈 연주 같은 걸 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작가님의 부모님이 좀 걱정됩니다. 아내와 부모를 두고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한 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지금은 약간 후회합니다. 사전 연재를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책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하기까지 부모님과도 상관이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결혼식을 안 하고 명절 때 잘 찾아뵙지 않는 게 잘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쁜 일을 한 건 아니죠.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크게 부끄럽지는않습니다. 예전에 가수 신해철 씨가 살아계실때, 그분의 말에 동조한 적은 많지 않지만, 용감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했어요. 사회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사실 제가 결혼식을 안 한 게, 한국 사회에서는 튀어 보이지만 외국에서는 또 그렇지도 않죠.

 

결혼제도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여러 가지로 보수적인 사람인데요. 결혼제도, 일부일처제를 강하게 옹호합니다. 결혼제도의 숭고한 그 어떤 정신을 옹호하죠. 동성결혼이 결혼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약을 맺고 서약 지키는 일은 훌륭합니다. 다만 싫어하는 건 결혼식인데, 결혼제도를 너무 옹호해서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결혼이라는 정신을 갉아먹는 게 결혼식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고 신성한 서약인데, 지금 우리 결혼식은 세일즈잖아요.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결혼식에 대한거부감이 있어요. 본질에서 벗어난 아무 짝에 쓸모없는 것들이 사람을 짓누르고 있는 게아닐까 싶어요. 또 자기가 당한 만큼의 본전을 뽑으려고 내리 물림을 하고 있고요.

 

아내 분이 초고를 보고, “너무 돈 얘기가 많아”라고 하셨다고요. “좀 줄일까?” 하는 의견에는 “아니, 우리가 실제로 그러고 사는 걸 뭐, 괜찮아”라고 답하셨고요. “소설가의 아내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웃음) 평소에 워낙 배포가 커서요. 바다와 같은 마음이라서 갖다 쓰라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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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꼭 청탁을 받아야 하나요


책을 자주 낸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거의 다 제가 보낸 거예요. 『5년 만에 신혼여행』도 제가 출판사에 보낸 거예요. 한겨레 출판에서 2012년에 나온 연작소설집 『뤼미에르 피플』에서 맨 마지막 단편을 좋아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어떤 책 이야기가 계속 나와요. 그 책과 쌍을 이루는 책을 써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소설 기획안을 드리면서 이 에세이도 함께 드렸죠.

 

문학상을 많이 받으셔서 일까요? 책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게 흔치 않은 행보인가요? 저는 공모전에 작품을 많이 내기도 했지만, 투고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투고를 하다 보면, 대부분 형식적인 답들이 와요. 반은 답이 없고, 어쩌다 돌아오는 회신은 “검토해보고 연락드리겠다”죠. 이런 상황에서 투고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돼요. 출판사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그래요. 너무 떨어지는 원고가 투고로 오기도 하고, 검토할 시간 자체가 없는 상황도 있으니까요. 공모전이 마치 블랙홀처럼 돼버렸는데요, 한쪽에서는 지면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다른 쪽에서는 작가가 없다고 말해요. 등단만 간신히 한 등단 미아도 많고요.

 

민음사에서 지난달 창간한 격월 문학잡지 <릿터>에 ‘문학공모전’을 소재로 한 논픽션을 연재 중이시죠?

 

이것도 제가 기획서를 민음사에 보냈어요. 민음사가 공모제를 폐지하고 출간 단행본 중에서 ‘오늘의 작가상’을 뽑고 있잖아요. 제가 생각한 것과 취지가 맞지 않을까,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안을 보냈어요. 작가가 기획안을 보내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2015년에 나온 김보영 작가의 『이웃집 슈퍼 히어로』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도 황금가지에 기획안을 보내서 나오게 된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작가가 직접 기획안을 보내오면, 출판사들이 좀 놀라는 것 같아요. 저는 꼭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마션』도 앤디 위어가 본인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해서 나온 작품이잖아요. 출판계가 어렵다는 이 상황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꿈틀대보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행나무 출판사와의 첫 인연도 투고였어요. 『호모도미난스』 원고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여준 곳이었죠.

 

이제는 원고 청탁이 더 많이 올 것 같은데요.

 

『한국이 싫어서』는 청탁을 받은 작품이에요. 그 후에 제가 논픽션을 제안드렸고요. 10월 쯤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새 장편이 나오는데, 위즈덤하우스에서 편집자로 일하셨던 유희경 시인과의 인연으로 시작됐어요. 저는 이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알았죠. 작가들이 출판사에서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반기진 않는다는 걸요. 출판사 몇 곳만 바라보는 작가들이 있다고 하는데, 전 별로라고 생각해요.

 

먼저 청탁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어요. “장 작가님은 출판사에 원고를 막 보낸다면서요?”(웃음) 그 때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흔한 사례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았죠. 그 결과 여러 출판사와 일을 하게 됐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5년 만에 신혼여행』의 담당 편집자와도 호흡이 잘 맞았는데, 책마다 다를 수도 있겠죠. 제가 딱 한 색깔의 책을 쓰지 않으니까요. 원고에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듯이 출판사도 그럴 수 있죠. 아마 전 한 명의 에디터와 죽마고우처럼 수십 년을 같이할 순 없을 텐데, 지금으로써는 별로 불만이 없어요.

 

직장생활을 꽤 오래 하셨잖아요. 신문사 기자를 10년간 하셨고요. 이런 이력이 작가 생활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세랑, 정아은, 임성순, 심재천, 이혁진 작가와 한 묶음으로 불려도 좋겠다고요. 이 작가분들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비교적 장편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30, 40대 작가군이에요. 쓰는 글도 현실적이고 에티튜드도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이름을 붙인다면 ‘월급사실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직장생활을 하신 작가들이시죠?


다 월급을 받아 생활했던 작가들이고, 꼭 ‘문학 덕후’를 지향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부러 이런 작가들을 뽑아놓은 게 아니라 어떤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지보다는 서사를 중시하고 장르소설적인 기법을 아무 거부감 없이 쓰는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후장사실주의자’라는 표현을 듣고 참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월급사실주의자’도 그렇게 묶여서 불리면 재밌지 않을까요?

 

작년부터신가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일독 권유 지수’ 책 리뷰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계세요. 5줄 정도 매우 간명한 리뷰인데요. 독자분들의 호응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제 작품을 홍보하는 채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SNS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워낙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고, 딱히 올릴 내용도 없어서 읽은 책에 대해 한두 줄씩 올리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이 일도 의의가 있는 것 같았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사람들한테 ‘이런 책이 있구나’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의 글이라고 할까요? SNS에서 책 리뷰를 볼 때,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글들이 있는데, 그것도 좋지만 저는 책 자체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 “HJ나 나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용주의자”라고 하셨어요. 언제나 가격 대비 가성비를 따지신다고요.

 

따지죠. 하지만 동시에 맹렬하게 가치를 찾는 사람이에요. 경제적 효용성을 추구하지만, 목적이 돈이 아닐 때도 있죠. 가치를 찾지못하면 공허합니다. 가격 대비 성능비의 ‘성능’은 수치로 환산되는 경제적 효용을 포함한, 어떤 가치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실용주의자가 보기에 가장 한심스러운 유형의 사람은 어떤 경우인가요?

 

실용주의자가 되려면 자기가 원하는 걸 알아야 하잖아요. 그걸 알려면 성숙해야 하고요. 저도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아는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너무 심하게 모르면, 문제가 생기죠. 남들이 원하는 걸 원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게 기괴한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어요. 남들이 때릴 때 같이 가서 때리는 조리돌림 같은 게, 지금 사회에서는 넘쳐나잖아요. 냉정히 말해서, 왜 때리는가? 그 사람을 때려서 손톱만큼의 카타르시스는 있을 수 있지만, 그래서 얻는 쾌감이 별건가요? 그럴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죠. 어떤 선의의 탈을 쓰고 하는 행동들을 볼 때, 특히 싫어요. 사실, 당신들이 사회를 바꾸고 싶은 게 아니지? 그렇게 묻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친절한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허세만 잔뜩 부렸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기자로 살았을 때의 이야기인가요?

 

기자 초년생 때도 포함되지만, 대학생, 고등학생 때도 착한 아이들을 되게 우습게 봤던 것 같아요. 착하면 만만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저는 소설가로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전생에 뭘 잘했나 싶은 생각도 하고요. 흐름을 잘 탔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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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이’ 소리 좀 들으면 어떤가요


현재 카카오에서 ‘하트 펀딩’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소설 쓰기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나요?


결국 ‘전업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요?’로 묶이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질문들이 있지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닐까 싶어요. 하트 펀딩이 여러 질문 중 투표를 해서 가장 많이 하트를 획득한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인데요. 얼마나 버는 지를 궁금해한다면, 어느 정도 밝힐 생각입니다. 창피할 것도 없는 일이고요. 정말 전업작가를 하고 싶은데 정보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통장에 매달 인세가 찍힐 텐데요. 인세가 좀 더 찍혔으면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예상으로『호모도미난스』 가 아닐까 싶은데요.


네, 좀 더 찍히면 좋을 것 같아요. 작년에 제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꽤 화제가 됐잖아요. 그런데 작년에 팔린 부수는 3만 부가 안 됩니다. 이 소설이 이 정도면, 다른 작품은 어떨까 싶어요. 저는 책을 좀 빨리 쓰는 편이에요. 보통 작가들이 1년에 1편 정도를 쓴다고 할 때, 그 책이 초판 1쇄가 안 팔린다면 이 시장이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 ‘출판은 강연을 거들 뿐’이라는 말까지 하던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팔리는 책만 팔리고 안 팔리는 책은 정말 안 팔리죠.


1만 부와 10만 부 사이의 작품이 없어요. 중간 역할을 하는 작품들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분명 과대 평가되고 있는 책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평 문화가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평론가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텍스트를 만드는 거잖아요. 신문은 어쩔 수 없이 신간을 위주로 다룰 수밖에 없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서평을 많은 지면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월간 채널예스>,  <월간 책> 같은 잡지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묻히기엔 아까운 책들이 많은데, 꼭 신간이 아니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목표 중에 첫 번째가 ‘행복한 결혼생활’, 두 번째가 ‘소설가로서의 성공’이라고 하셨는데요. 세 번째가 있다면요?


글쎄요. 제가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고, 행동의 많은 부분에서 세속적 성공을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의미 있게 살고 가치 있게 살려면, 자기가 사는 공동체에 어느 정도는 헌신하고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 봤자, 제가 저 자신을 알기 때문에 많이 열심히 할 것 같진 않지만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항상 관심을 놓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몰랐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위선자 같아서 더 위악적으로 ‘이 사회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위악을 좀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단하게 뭔가를 하겠다는 게 아니고요. 나에게도 어떤 작은 선량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착하게 사는 일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그런 기회가 있을 때 굳이 위악을 부리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이에요.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나요?


신혼여행 갔을 때에 비하면 훨씬 안 하죠. 성공까진 아니지만, 계속 소설가로 살 수 있겠다, 이 정도의 생각을 합니다. 수림문학상을 받기 전, 그러니까 신혼여행 석 달 전이겠죠?그때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불쑥 많이 깼어요. 내가 인생에 헛발질한 게 아닐까 싶었죠. 상을 탄 후로도 불안감이 크게 가시진 않았어요. 다만 ‘올해는 넘기겠네,  내년까진 글을 써도 되겠네’ 정도였죠. 변한 게 있다면, ‘소설가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잠 못 이루진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저자로서 기대하는 의외의 독자가 있을까요?


돌아이 소리를 듣는 게 마음속에서 늘 겁이 나는 분들이 보면 좋겠어요. 남들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고 할까 봐, 머뭇거려지는 분들에게 “이 정도까지는 이상하다는 소리 안 들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한 사람이 좌충우돌한 이야기”입니다. 딱히 교훈 같은 건 없고요. 설렁설렁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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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저 | 한겨레출판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작가 장강명의 첫 에세이다. 결혼 후 아내 HJ와 뒤늦게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가는 작가의 이야기로, 3박 5일간의 여행을 담았다. 그런데 소설가 장강명은 왜 5년 만에야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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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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