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지키는 연애, “연애는 자립 명사”
『자립명사 : 연애』 현정 저자 인터뷰 사랑하다 다친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
나를 먼저 사랑해야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그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요.
여자가 행복하기 위해 연애가 굳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연애가 불행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자존감을 잃는 연애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망가진 연애를 이어가고, 또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실용 에세이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자립명사 : 연애』라는 이름으로 <채널예스>에도 칼럼을 기고하는 현정 작가를 만났다.
지금의 현정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애와 사랑과 섹스, 그 사이에 있는 관계에 대해 실용적인 글을 쓰거나 저의 내밀한 욕망을 표현하는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쓰면서 사는 삶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매체에 칼럼을 실었을 때보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도 뚜렷해졌지만 글을 쓰는 일은 조심스럽고 늘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자립명사 : 연애』 라는 독특한 제목을 설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목에 담고 싶었던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로빈 노우드가 쓴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이라는 책 속의 다양한 사례에 나오는 사랑중독에 빠진 여자들이 사실 다름아닌 저였어요.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하고 사랑에 기대하는 것도 크고 인정욕구도 강했고 반복강박으로 비슷한 패턴의 연애를 계속했죠. 연애를 하면 내 삶이 충만해진다는 착각 속에서 사랑에 꽤나 의존적이기도 했죠. 그런 상태로 연애를 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죠. 상대를 탓하기도 하고 사랑에 절망하기도 했지만 결국에 그것은 제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물론 모든 연애의 문제를 한 개인의 과거, 성장 과정의 애착 형성 방식 탓만 해선 안 될 정도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크지만 시작은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죠.
저는 연애를 할 때 훨씬 더 많은 외로움을 느꼈고 상대와 합일된 느낌을 받지 못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껴야 했어요. 연애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고 서로 각자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나가면서 일정 부분을 공유하며 친절하고 상냥한 관계를 맺을 때, 무엇보다 관계에 의존적이지 않고 자립할 때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목 자체는 피커북의 에디터가 영어문법의 의존명사, 자립명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립명사라는 표현을 내주셨는데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답니다.
전자책으로 출간을 하셨는데요. 전자책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전자책으로 출간한 책들은 연애와 섹스에 대한 실용서였어요. 첫 책이었던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을 쓰면서 종종 종이지옥에 떨어지는 악몽을 꿨거든요. 나무를 베어 낭비한 만큼 종이에 온몸을 베이는 고통을 끊임없이 겪는 지옥이었어요. 저도 책을 좋아하고 그래서 제 책을 갖고 싶었던 만큼 종이책에 대한 로망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두고두고 꺼내 읽을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하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부분의 솔루션을 찾아 보는 그런 책이라면 꼭 종이책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책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이고, 제 책의 주요 독자들도 전자책에 익숙한 세대이므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로서 전자책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자책이라고 책의 내용이 허술한 것도 아니고 가성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사랑과 연애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텐데요, 특별히 어떤 독자들을 설정하고 쓴 에세이인지 궁금합니다.
『자립명사 : 연애』는 몇 번의 연애를 해 본 여성을 독자로 설정했습니다. 연애를 하다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경험이나 상대의 배려 없는 행동 때문에 자존감을 다치고 그래서 더더욱 의존적이고 집착적인 연애를 하게 되는 여성을 위한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같은 책이죠. 나를 먼저 사랑해야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그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요. 저는 어떤 식으로 자존감을 지키고 어떻게 관계 안에서 튼튼해질 수 있었는지를 소소하게 풀어냈습니다.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도 함께 실었죠. 상처 받는 일까지 막아낼 순 없지만 상처를 입더라도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 에세이와 함께 보거나 듣기를 추천하고 싶은 영화나 음악을 소개해주세요.
<더 랍스터>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뜨끔해지더라고요. 사랑이라는 환상에 많은 부분을 기댄 채 무기력하고 이기적인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특히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수월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거라고, 아무 문제없이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될 수 있어도 그것이 사랑의 지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죠. 사랑에 대한 강박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하고 실제로는 사랑 불능의 존재인 게 아닐까 싶었어요. 좀 더 자립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도 하게 되죠,
연애라는 것은 현정에게 무엇인가요?
지금 저에게 연애는 함께 묵을 호텔의 침대를 더블이 아닌 트윈으로 예약하는 일 같아요. 서로의 합이 모두 교집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일정 부분을 서로가 공유하더라도 독립적으로 나만의, 그만의 시간이나 관계를 인정하고 그것들이 서로에게 기만적이지 않은 사이. 그게 요즘 제 연애입니다.
다음 에세이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의 20대 연애를 정리해서 담은 책이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이라면 30대가 되면서 연애관이 바뀌고, 사랑이 아닌 관계에서도 섹스가 가능해지면 예전에는 몰랐던 혹은 상상도하지 못했던 형태의 관계를 맺게 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 안에 공허해지기도 하고, 사랑을 갈구하기도 하고, 건조해지기도 하고,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뜨거워지곤 했던 감정들을 풀어낼 생각입니다.
자립명사 : 연애현정 저 | 피커북
사랑과 연애를 하면서도 아프고 상처받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을 유지시키기 위해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며 깊게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나다움을 잃지 않고 연애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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