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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무살>, 서른여덟 살 뒤늦은 성장통의 짜릿함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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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아이도 어른도 아닌 시기. 어른들의 보호와 감독 속에서 살아왔던 삶을 끝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 직접 결정하는 때다. 지난 19년, 노라의 시간은 미처 스물이 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어느 날,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한 사람으로, 여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가정에 충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말이 안 통해서 함께 살기 싫다는 잔인한 선고 뿐이다. 홀로 산 시간보다 남편의 아내로, 아들의 엄마로 산 세월이 더 긴데 도저히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말이 안 통해서 함께 살 수 없다면 말이 통하면 되리라. 천진한 사고로 아내는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이 독특하고 명랑한 드라마는 이렇게 첫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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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tvN


꿈 많고 재기발랄했던 열여덟 하노라. 언제나 밝고 명랑한 노라의 삶에 불현듯 열병 같은 첫사랑이 찾아온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련한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다면 좋으련만 노라는 덜컥 남자 김우철(최원영)의 아이를 임신한다. 하늘 같은 남편의 말이기에 할머니를 혼자 두고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 땅으로 가면서도, 꿈도 미래도 접고 남편과 아이를 위해 살면서도 노라는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과 아이가 있기에 자신이 있는 거라, 그들을 돌보고 받들며 순종적으로 살아왔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의 공을 알아줄거라 믿으며.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오는 것은 보답은커녕 공증까지 받은 이혼 각서다. 뿐이랴. 남편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했던 아내의 노력을 본질도 모르는 유아기적 세계관으로 치부하고, 아들은 자기를 부끄럽게 하려고 낳았느냐며 펄펄 뛴다. 슬픈 일이다. 노라를 가정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 가둔 것은 남편과 아들이지만, 그들은 그 세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과 아들이 너른 세계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는 동안, 노라는 언제나 그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는 20년의 희생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시점에 발생한다. 언제나처럼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려 노력하던 노라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떨어진다. 췌장암 말기 진단이다. 작은 해프닝으로 인해 자신이 말기 암 환자라고 착각한 노라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타인의 뜻과 관계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진학을 결정한 이유가 오해 때문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스스로 행복한 가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할 때는 얻지 못했던 자유를 여명(餘命) 6개월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나서야 찾은 셈이다. 가족은 가끔 누군가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이 정도의 무게여야만 가능했다는 점에서 그간 그녀가 얼마나 억세고 무거운 족쇄에 묶여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한 6개월이라는 폭탄을 안은 노라는 할머니가 제 대학 등록금을 위해 베개 속에 꽁꽁 숨겨뒀던 쌈지돈으로 짧지만 화려한 새 삶을 시작한다.

 

학교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눈도 피해야 하고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 학생들은 만학도라고 무시하고 속이기 일쑤고, 설상가상 교수가 되어 재회한 고등학교 동창 차현석(이상윤)은 시종일관 삐딱하게 군다. 수업이라도 수월하게 들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수강 신청이며 도서 대여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학교 생활은 배우면 된다지만 물어 학습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나이는 불혹에 가까워졌는데 마땅히 그 나이에 겪었어야 할 모든 시간을 허공으로 날려버린 탓에 노라는 스물도 마흔도 아닌 기이한 날에 머물러 있다. 남편은 자신을 어리숙하고 덜 자란 사람처럼 취급하고 스무 살의 아이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지금, 어디도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노라는 힘들기만 하다.

 

물론 노라는 변할 터다. 캠퍼스에서 웃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추억 속 노래가 흘러나오는 캠퍼스에서 자신도 잊었던 춤을 추는 장면, 노라는 얼핏 열여덟의 꿈을 떠올린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나이, 그땐 꿈을 위해서라면 똥밭에 구르는 것도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도, 해야 하는 일도 하지 못하고 20년을 흘려 보냈다. 자신이 품었던 꿈과 희망은 이미 희미하고 맨몸으로 현실에 부딪치기엔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 노라도 아이들도, 자신을 찾아가는 길 어딘가에 서 있는 사람들인 셈이다. 어쩌면 스무 살의 청춘들은 오랜 기간 함께한 가족들보다 노라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잃어버린 스무 살의 세월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하노라의 혼돈은 대학생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과 답답함, 커다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도. 그녀의 모습이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이며, 그녀의 또 다른 스무살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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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tvN


<두번째 스무살>이라는 제목은 상징적이다. 스무 살, 아이도 어른도 아닌 시기. 어른들의 보호와 감독 속에서 살아왔던 삶을 끝내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 직접 결정하는 때다. 지난 19년, 노라의 시간은 미처 스물이 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비록 해프닝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대학 생활을 꾸려 나가며 노라는 잊었던 자신을 되찾아 갈 것이다. 이름조차 아름답지 않은가. 외칠 만한 이름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하노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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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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