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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 김형철, 철학과 심리학으로 본 행복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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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 회관에서는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의 출간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이 책의 번역자 박근재의 사회로 정신과전문의 이나미와 철학과 교수 김형철의 대담으로 이루어졌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다양한 저자들은 행복의 개념부터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상적 지침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다. 심리학자와 철학자인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의 두 저자는 오랜 역사 가운데 정의된 행복론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바라본 행복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책에서 제시한 행복에 대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와 철학과 교수 김형철의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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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심리학자가 정의하는 행복이란?

 

박근재: 두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에 대해서 듣고 싶다.

 

김형철: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에서도 결론을 단정짓지 않는다. 행복해지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지에 대한 비결을 알려드릴 수 없지만, 불행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야기해줄 수 있다.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 질투하면 급속히 불행해진다.

 

이나미: 타인하고 비교하면 불행해진다는 연구는 정말 많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독일은 “타인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미국은 “옆 집 잔디가 더 푸르다”라는 말이 전해져 오듯이 타인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연구를 해보면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이 불행에 빠진 순간 행복 중추가 활발해진다.

 

김형철: 권력, 명예, 부를 한 손에 쥔 사람이 있었다. 모든 걸 한 손에 잡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도사를 찾아갔다. 도사는 “한평생 배운 것 가지고 갑니다.”라는 대답을 남기고 떠났다. 삶을 견디는 방법은 배우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옛 어른들은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운다고 말한다.

 

이나미: 배운다는 것이 지적인 활동으로 오해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집에서 밥하고, 이불 빨래하는 것도 학습이다. 불행과 행복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도 없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노력이 들어간 것이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해진다. 일상의 노력이 진짜 노력이다.

 

김형철: 매일 아침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 하루 목표를 세운다.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은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두 가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첫째,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해야한다. 둘째, 내가 하는 일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야한다. 사실 돈은 분명히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렇지만 돈이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인 지표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춰야한다.

 

박근재: 행복해지기 위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때가 많다.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가?

 

김형철: 스스로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투쟁은 계속된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타인에게 너그러워진다. 긍정적인 선순환이다. 스스로가 ‘나는 참 특별한 존재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인식해야 한다. 행복은 논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철저하게 심리적인 요소가 들어있기에 자기의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감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놔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요리법을 찾기보다는, 번영에 필요한 삶의 재료들을 모으고 섞는 일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철학자 김형철은 “행복은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행복의 영역은 누군가의 권위와 잣대로 판단될 수 없기에 타인의 지표에 짓눌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행복해지기 위한 질문들

 

이날 모인 독자들은 대담 중 묻고 싶은 질문을 쪽지에 쓴 후 사회자에게 전달했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에 담긴 삶과 행복에 대한 물음이 가득했다.

 

박근재: 독자 분들이 적어주신 질문 중 첫 번째는 자존감에 대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가?

 

이나미: 자존감의 문제는 한 마디로 이야기될 수 없는 영역이고 상담하면서 깊이 다뤄야 하는 문제이다. 그 전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에 잘한 것을 자꾸 생각하고 못한 것을 복기하지 말자. 자신에게 듬뿍 칭찬해주자. 깎아내리는 사람을 멀리하라.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위해서 물질적인 보상을 하지 말자. 이를테면 자신의 자존감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명품가방을 구입하지 말자. 나중에는 더 허무해진다.

 

박근재: 타인과 비교했을 때 본인이 조금 더 낫다고 위안을 받는 순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나미: 자신이 조금 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추운 길에서 궂은 일하시는 분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운이 좋아서 갖고 있는 게 많구나, 나는 저 사람에게 빚을 진 사람이구나.’라고 여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저 사람은 나의 스승이구나. 아 저 사람의 강인한 정신을 배워야겠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하면 상대를 섬기게 된다. 하지만 타인이 힘들어 보이면 방관해서는 안 되고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나 타인을 자기 행복의 도구로 삼지 않아야 한다.

 

박근재: 경쟁이 심하고 무언가 성공하기 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무언가 성취하기 전까지의 고통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

 

이나미: 우리는 성공을 정상에 올라가는 거라고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성공 우울증을 겪는다. 하지만 성공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어느 산을 갈지 검색하고 하고 짐을 싸는 것 자체가 성취이자 성공이다. 무언가를 위해 한 걸음을 떼는 것부터 성취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선불교, 기독교, 심리학, 철학 모두에서 이야기되는 것이다. 결과물이 있어야 가치 있는 거라고 믿어온 이 사회의 신념체계가 문제이다.

 

김형철: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을 작은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작은 성공들이 중요하다. 큰 레벨의 성공이 아니라 작은 것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한다.

 

인생이 반드시 경주일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해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성공은 단지 행복의 재료 중 하나일 뿐이다. 성공을 얻기 위해 다른 모든 재료들이 희생되었다면 너무 비싼 값을 주고 성공을 산 것이다.” 성공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보면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박근재: 행복이 사치처럼 느껴지고 삶의 의미 조차 찾지 못할 때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을까?

 

이나미: 자신이 보듬는 대상이 있으면 자살하지 않는다. 자신이 섬기고 보듬고 사랑해줄 대상을 생각해라. 없다면 기꺼이 만들어라. 사랑을 베풀 대상을 갖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행복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성취, 성공을 넘어서는 진국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건 궁극적으로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함이다.

 

김형철: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무엇을 하느냐 보다 무엇을 안 할지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택한 울타리 바깥도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를 위해 백 가지를 포기할 때 비로소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그 전에 ‘나는 무엇을 안 할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이나미: 또 하나 가장 확실하게 추천드릴 수 있는 건 선행이다. 작은 선행을 베풀면 행복이 몇 배로 증폭이 된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명의 변화가 가장 크다.

 

대담은 삶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을 다룬다. 두 저자는 낙관과 비관의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지 않는다. 그 대신 삶이 계속 흘러가는 가운데 취해야할 현실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날 모인 독자들도 행복에 대한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철학과 심리학의 시선으로 천천히 사유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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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공저/박근재 역 | 아날로그
삶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해 저자들은 이 책에서 과감하게 철학과 심리학의 융합을 시도한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를 비롯하여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직관에 의지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도 될까?’ 등 삶을 꿰뚫는 질문을 엄선하여 같은 질문에 각각의 시각으로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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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권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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