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무리와 조심 사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가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너무 무리하거나 지나치게 몸을 사리지 않는 선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은 예비 엄마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인지도 몰랐다

한몸.jpg

 

 


봄이 지나면서 책 출간 소식이 이어졌다. 책을 받을 때마다 궁금하고 얼른 읽고 싶어 설레면서도, 나는 언제 다시 책을 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 마음 한 구석이 납작하게 구겨졌다.


올핸 정말 많이 써야지, 다짐하면서 비싼 만년필과 색색의 펜도 사고 노트도 여러 권 준비해뒀는데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둔 상태였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 원고 청탁도 잠잠하고 시작한 장편소설의 진도도 더디기만 했다.


나보다 몇 달 먼저 임신한 소설가 후배는 통화할 때마다 “언니, 우리 애 낳기 전에 많이 써두자고요” 하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아이를 낳은 선배들의 조언도 대체로 비슷했다.


아무리 몸이 무거워도 애를 낳은 후보다는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니까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펜을 놓지 마.


그 말을 듣고 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쓰고 싶은 열망, 소설에 대한 갈망으로 차올랐다.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에 막 무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조언을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애 낳고 나면 아무래도 시선이나 세계관이 변해서 쓰고 싶은 것도 달라지더라고. 그때 써도 괜찮아.


역시 수긍이 가는 얘기라 그런 말에 꽂히는 날에는 한껏 느긋한 마음으로 낮잠을 즐기거나 산책을 했다. 평소에는 귀가 얇은 편이 아닌데 미지의 세계 앞에서 나는 팔랑거렸다. 가족들은 나이가 있으니 매사에 조심하라고 했고, 아이를 위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라고 했다. 내 안의 조바심은 배가 더 나오기 전에 많이 써두어야 한다고 속삭였고, 세상은 이런 것을 듣고 보고 만들어야 제대로 된 임산부라고 선전했다.  


너무 무리하거나 지나치게 몸을 사리지 않는 선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은 예비 엄마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인지도 몰랐다.

 

 

 

 

[관련 기사]

- 이름이 뭐예요?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2)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