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이제 조금씩 변화하는 것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입덧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두 가지가 입에 맞지 않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커피와 육류. 가장 좋아하던 것이 실질적인 입덧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한몸의시간.jpg


7주와 8주, 세상은 봄이었다. 


라디오에서는 봄바람, 봄옷에 대한 얘기와 봄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와 봄이다, 아 입을 옷이 없네, 의 세계에 속해 있었는데 갑자기 국외자가 된 기분이었다. 옷은 사면 뭐 하겠노, 살쪄서 못 입겠지. 나는 예쁜 옷이나 신발을 볼 때마다 개그맨의 말투를 따라했다.


누군가 임신기간은 합법적으로 살찔 수 있는 기간이니 맘껏 먹으라고 했고 누군가는 나중에 살 빼기 힘드니(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임신했을 때 체중을 조절하라고 했다. 그런 충고에 대해 고민할 겨를도 없이 입덧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두 가지가 입에 맞지 않고 먹고 싶지도 않았다. 커피와 육류. 


커피는 원래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말랑해지고 한 모금에 영혼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는데 마셔도 별 감흥이 없었다. 몇 잔을 마셔도 잠이 안 온다거나 속이 쓰린 적이 없었는데 반 잔 마시고 밤을 꼬박 새운 뒤 멀리하게 되었다. 각종 육류는 좋아하면서도 즐겨먹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고깃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숨을 참아야 할 정도로 냄새가 역했다. 


가장 좋아하던 것이 실질적인 입덧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