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나 정전 시 비상용품의 하나처럼 여겨지거나 냄새 제거용으로만 쓰이던 양초가 최근 향과 결합하면서 힐링 열풍의 대세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향초를 태우면서 퍼져나가는 향과 아늑함이 주는 느낌이 고단한 현대인의 심신을 달래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향초를 구입하여 즐기는 것을 넘어서, 천연 재료로 직접 향초를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 쉬운 천연양초 만들기』의 저자 김미나를 만나 천연 양초 DIY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대학에서 가구조형을 전공했던 저자는 가구와 어울리는 소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양초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해외 사이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천연 양초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2008년부터 ‘소이트리(www.soytree.com)’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열게 되었다.

『참 쉬운 천연양초 만들기』 김미나 저자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파라핀 양초는 여러 가지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진한 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천연 양초는 소이 왁스나 비즈 왁스 등의 천연 재료와 에센셜 오일을 조합하여 은은하고도 자연스러운 향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피부에 닿는 아로마 오일을 꺼려하셨던 분들도 라벤더나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선택하여 향초를 통해 즐긴다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꾸준히 양초 제작과 DIY 클래스를 운영해왔던 저자는 작년 겨울부터 향초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이나 30~40대 주부들이 취미나 창업을 염두에 두고 향초 클래스에 참여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으며, 개인이 쓰려고 사는 사람들부터 선물용으로 구입하거나 만드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처럼 힐링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천연양초를 좀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미나 저자는 양초의 불을 끄고 난 후 녹은 왁스에 좋아하는 향의 에센셜 오일을 한 두 방을 떨어뜨리면 더욱 깊고 진한 향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라벤더 향의 향초에는 버가못이나 시트러스 계열의 에센셜 오일이 잘 어울리고, 허브 향의 초에 플로럴 향의 에센셜 오일을 조합하는 것보다는 허브 향끼리, 플로럴 향끼리 조합하여 즐기는 것이 좋다고.

김미나 저자와 함께 양초 만들기의 가장 기본인 컨테이너 소이 캔들을 만들어 봤다. 캔들의 왁스를 감싸는 용기가 있는 형태의 양초를 컨테이너 캔들이라고 한다. 용기는 유리컵부터 작은 티라이트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소이 왁스는 다른 천연 왁스에 비했을 때 녹는 점이 낮고 향을 조합하기가 용이해 초심자들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천연양초

“천연 양초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온도가 중요해요. 온도를 잘 맞춰야만 완성도 높은 양초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왁스를 녹일 때는 가급적 자리를 비우지 말고 지켜보도록 하세요. 천연 에센셜 오일은 온도에 따라 향의 변화가 심하고, 왁스를 적절한 온도에서 녹여야 표면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향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양초 만들기를 하실 분들은 온도계를 필수적으로 구비하시는 게 좋아요. 다른 도구들은 대체품이 있지만 온도계만큼은 대체가 어려우니까요.”

향을 위해 에센셜 오일을 넣을 경우, 오일의 양은 왁스 양의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량을 넣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왁스가 굳지 않을 수 있다고. 완성된 양초는 되도록 실온에서 천천히 굳혀야만 태울 때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온도 변화나 오일의 비율 등 기초적인 이론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양초 만들기. 나만의 향을 갖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제 향수나 방향제 대신 빛과 향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천연 양초 만들기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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