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2025년 상반기 기대되는 전시
흥미로운 전시들이 동시다발로 열리는 2025년 상반기,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조합.
글ㆍ사진 안동선 (미술 전문기자)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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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와 론 뮤익 


2025년 상반기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시는 리움미술관에서 2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리는 피에르 위그의 국내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피에르 위그는 대형 영상 작품과 사운드·조각 작품 등을 통해 자신에게 오랜 화두인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는 특별한 환경을 제시한다. 이 전시는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인 프랑수아 피노의 ‘피노 컬렉션’과 리움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하였으며,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열려 큰 호평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4월부터 7월까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린다. 호주 현대미술가 론 뮤익은 모공과 솜털까지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왜곡된 비율의 조각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론 뮤익'(가제)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주최로 진행되며, 「Mass」(2017) 등 대표 조각 작품과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에르 위그, 「카마타」, 2024,  머신 러닝으로 구동되는 로봇, 자기 주도적 촬영 영상, 실시간 인공지능 편집, 사운드, 센서, 영상 스틸.  © 피에르 위그. 제공 : 피노 컬렉션, 작가 및 샹탈크루셀 갤러리, 마리안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타로 나수, 에스더 쉬퍼, 안나 레나 필름, 파리

론뮤익, 「In Bed」, 2005, 혼합재료, 162×650×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Gautier Deblonde © Ron Mueck


소장품 전과 상설 전 


미술관의 소장품은 각 시대와 문화의 중요한 역사적,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에게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 전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국내 최고 소장품을 보유한 리움미술관에서는 3월 11부터 4월 6일까지 회화와 사진 등 평면 작품에 비해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조각 소장품을 다수 포함한 ‘현대미술 소장품 전’을 개최한다. 특히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9년 만에 등장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대적인 상설전시를 서울과 과천에 마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년간 지역 순회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고 이건희컬렉션이 대거 선보일 상설 전은 시기에 따라 구분된 총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전통미술의 변화와 서양화의 도입, 해방과 전후 시기의 미술을 중심으로 주요 소장품을 조망하는 ‘한국미술 1900-1960’(5월부터 과천에서), 여러 양상으로 분화한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피는 ‘한국미술 1960-1990’(6월부터 과천에서), 대표 소장품 80여 점을 선별해 여러 소주제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현대미술’(5월부터 서울에서)이 그것이다. 


오귀스트 로댕, 「칼레의 시민」, 1884-95, 청동, 252 x 283 x 223cm

문경원&전준호, 「뉴스프럼노웨어」, 2011-2012, 2채널 비디오, 오브젝트, 도큐멘트,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겸재 정선과 조선 민화 

 

호암미술관은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겸재 정선(1676-1759)의 회화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한다.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진경산수화의 대가로서 정선이 그린 산수화 및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장르의 12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미술 컬렉션의 양대 산맥이자 외부 반출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간송미술관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정선의 자화상으로 추측되는 「독서여가」(1740-1741) 또한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장대한 금강산을 위에서 내려다본 듯이 그린 국보 「금강전도」(1734)도 함께 선보인다. 

 

조선 시대에는 겸재 정선과 같은 사대부 화가가 있었으나, 무명의 화가들이 그린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민화도 성행했다. 현대 미술뿐 아니라 고미술 전시도 종종 선보였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3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조선민화대전’(가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화법으로 표현된 조선시대 민화의 독특한 미감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전시이며 ‘색채’ ‘상징’ 등의 테마로 구성한 12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정선, 「금강전도」, 조선 18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담채, 130.7 x 94.1cm, 개인소장, 국보

정선, 「독서여가」, 『경교명승첩』 中, 조선 1740-1741년, 24.1 x 16.9cm, 간송미술관, 보물(위) 문자도8폭병풍, 19세기 말 - 20세기 초, 종이에 수묵 채색. (아래) 책거리8폭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제공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하종현과 하종현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하종현의 개인전이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먼저 아트선재센터는 2월 14일부터 4월 20일까지 하종현의 초기 작품(1959-1975)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하종현 5975’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59년 하종현이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그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접합」 연작을 시작한 1975년까지의 기간을 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당시 하종현 작가는 한국전쟁과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에 응답하며 다양한 재료와 물질성에 대한 실험을 확장했다.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경험을 재구성하고 회화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작업의 초기 흐름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제갤러리에서는 하종현의 최근작들을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을 3월 20일부터 5월 초까지 선보인다. 이 전시에서는 작가가 최근에 탐구하고 있는 주제와 기법을 통해 하종현의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종현, 무제 B, 1965, 캔버스에 유채, 콜라주, 145.5 x 112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하종현, 「Conjunction 24-27」, 2024, Oil on hemp cloth, 130 x 9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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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선 (미술 전문기자)

15년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미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미술 에세이 『내 곁에 미술』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