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추천한 2014년 ‘내 마음을 뺏은 책’
<채널예스> 필진이 뽑은 2014년 상반기 최고의 책
독서는 양보다 질이다. 수백 권의 책보다 나에게 특별한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이 훨씬 값지다. <채널예스> 필자들은 2014년 상반기, 어떤 책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을까?
예스24 문화웹진 채널예스(ch.yes24.com)에는 수십 명의 필자들이 있다. 책,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채널예스>가 2014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필자들에게 ‘올해 상반기에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책’을 물었다. 최근에 출간된 도서를 비롯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책들을 추천 받았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다소 왜곡된 국내 도서 환경에서 작가들이 추천한 책에 눈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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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는 2000년대에 서서히 몰락하고 있고 기꺼이 몰락하고 있는, 모든 문학하는 사람들의 ‘배수진’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어쩌면 세상 모든 희망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초가’라고 말해두고 싶다. 이보다 더 얕게 페소아를 이해하고 있다면 부디, 다시 제대로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많은 산문집 중의 한 권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이다. 유일무이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욕망하는 바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유일무이한 글이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내향적 삶을 옹호함 //ch.yes24.com/Article/View/2508)
정신과의사 하지현
『공부논쟁』 김두식, 김대식
삐딱하고 까칠한, 그리고 보수를 자처하는 형 김대식 교수와 부드럽고 온유하지만 강단 있는, 그리고 진보적인 동생 김두식 교수가 한국사회의 '공부' 문제를 건드렸다. 두 사람 모두 공부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라 이미 자기 자리를 차지한 성공담으로 보이고 공감이 가기 어려울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SKY를 추구하는 한국사회에서 상위권 대학에 목을 매달고 한 줄로 세우는 공부환경이 그걸 잘한다고 해도 썩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무척이나 생생하게 얘기해준다는 면에서 진보적 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교육 개혁의 논지와는 사뭇 다른 색깔을 갖지만, 신기하게도 무척이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방향에서 보든지 한국교육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 //ch.yes24.com/Article/List/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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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상반기의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올해 나온 신간을 추천해보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설을 제대로 권할 기회가 언제 오겠나 싶어 진짜 재미있게 읽은 책을 책장에서 찾기로 했다. 나는 여러 기회를 통해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을 추천해 왔다. 이제는 비카스 스와루프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추천하고자 한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추천을 받아서 읽었는데, 내게 추천을 한 사람은 선배 소설가인 박현욱 작가였다. 나는 그의 추천에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고 책을 펼쳤으며, 읽는 내내 굉장히 즐겁게 감탄했다. 단문이 전하는 속도감, 이야기의 몰입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도의 계급문제와 생의 굴곡의 관한 이야기는 아무리 박하게 점수를 주려 해도 최고점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최민석의 영사기//ch.yes24.com/Article/List/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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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시절을 시로 위로 받아 살아낸 세월을 되짚으면서 자신의 시가 하루를 덤덤히 받아들여, 살아낼 힘이 되어주리란 걸 알고 있다. 안현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 날 수리된다』는 “우리 모두 미래의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들”(「이별수리센터」)이란 표현처럼 그렇게 영혼을 수리한다. “일인용이고 일회용인 한 개도 재미없는 삶”(「그도 그렇겠다」)을 감내하는, “매일매일 출근해 바닥을 견디는, 자신을 견디는” (「투명고양이」) 노동자의 삶의 한 켠은 푸념이 아닌 위로의 속살거림으로 다가온다.
(최재훈 특집 //ch.yes24.com/Article/List/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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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었다. 한 밤중에 『내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누군가 만날 때마다 이 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권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에야 우연히 다음 권을 발견했다. 그 동안의 기다림을 한 번에 만회할 생각이었는지 3권과 4권도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함경도 어느 마을에 살고 있던 한 여자의 이야기. 그게 바로 작가의 어머니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팔순이 넘은 어머니의 기억이 어떻게 한반도의 현대사를 관통하는지를 보여준다. 외진 시골 마을이 식민지와 내란으로 와해되고 그 와중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웃긴다. 정말로 웃긴다. 그렇게 웃다가 뜬금없이 눈물이 터지고 만다. 왜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뭔가 깊은 곳을 건드리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추천한다. 이 책은 숨어 있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차우진의 사운드 & 노이즈 //ch.yes24.com/Article/List/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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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언제나 흥미롭다. 문제는 음모론을 맹신하는 측과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측, 양극으로만 나뉜다는 것. NSA에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내부고발을 하면서 밝혀진 NSA의 개인정보 수집은 테러 예방이나 용의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부 수집한다’가 목표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편리한 세계가 어떻게 <1984>의 전체주의적인 디스토피아로 근접해가고 있는지를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보여준다. 어디에나 음모는 있다. 음모론은 허황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일말의 진실이 숨어 있다. 그 진실을 외면하는 한 음모는 언제나 계속된다. 그러니까 이런 책을 읽자.
(김봉석의 장르 키워드 사전 //ch.yes24.com/Article/List/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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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작가 특유의 캐릭터와 서사는 독자의 시간을 흡혈하듯 빨아간다. 한번 페이지를 펼치면 마지막까지 궁금해서 시간을 빼돌려야 하는 촉매가 가득한 소설. 그의 애독자들은 항상 최민석산 이야기의 DNA에 나자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뻔뻔하면서 눈물이 찍 흘러내리는, 통속 깐풍기 같은 소설. 나는 그의 애독자로서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김경주의 극장뎐 //ch.yes24.com/Article/List/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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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의 감정적인 부분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 생물학 분야에 가까운 질문을 받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내 몸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누군가에게 쉽게 물어보지 못해서 속을 끓였던 질문에 답해준 책이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바라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여자의 몸에 대해 민망하거나 부끄러워서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것들이 쾌활 발랄 명쾌하게 제시되어 있다. 뻔뻔하고 솔직한 답변을 보고 있노라면 좀 더 주체적이고 당당하고 안전하게 섹스를 즐기고 싶어진다. 섹스를 탐닉하면서도 제 몸을 제대로 돌볼 줄 모르는 어린 친구들에게 필요한 가이드북이 아닐까 싶다.
(현정이의 무엇이든 두근두근 //ch.yes24.com/Article/List/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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