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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쪼개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목표는 쪼개고 쪼개져야 한다 더는 쪼개질 수 없는 원자단위까지 쪼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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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와 정교화 과정을 통해서라면 일일 계획수립부터 은퇴 후 인생 설계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월요일 업무에서부터 10년 후 목표까지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김애리

 

A.J. 제이콥스. 이 괴짜 실험자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라는 책을 통해서다. 제목만 들으면 브리태니커의 역사나 가이드를 담은 책으로 착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 책은 총 32권, 3만 3천여 쪽에 달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002년 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어떤 ‘미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이 인생에서 이룬 것이라고는 결혼을 제외하고 냅킨으로 토끼나 모자를 접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남자.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사투’라 부를 만한 그의 실험들이 삶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자아’를 상대로 강도 높은 실험들을 강행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1년간 살아보기
- 760일간 죽기 살기로 몸 개조해서 지구 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이 되기
- 모든 것을, 심지어 아내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기
- 일상의 모든 편견과 오류 몰아내기
- 떠오르는 생각을 숨기지 말기, 한 마디로 획기적으로 정직하게 살아보기
- 아내가 하는 요구를 군말 없이 전부 들어주기 혹은 한 달간 아내로 살아보기

 

이 기발한 남자의 실험은 이외에도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이쯤 소개하기로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획기적인 실험정신과 끝내 완성하고야 마는 의지력이었다. 프로젝트를 가지고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완성해가기. 이는 우리의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할 것 같다.

 

끝까지 완성하는 힘


지금껏 계획해온 수많은 공부미션들-이를테면 영어, 일본어, 회계, 독서, 피아노, 우쿨렐레 등-이 실패하고만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히 이 모든 것들을 시작했거나 적어도 시작하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집 앞 영어 학원 아침반 수업을 석 달쯤 수강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매 연초에 같은 공부계획을 반복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마무리의 미흡’과 ‘목표의 거대함’ 때문이다.

 

마무리의 미흡은 작심삼일과는 좀 다른 얘기다. 시작했다 얼마 안 가 포기하는 개념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성도를 낮게 잡았거나 제대로 배우지 않은 거다. 그리고 볼일 보고 뒤를 안 닦듯 마무리 매듭을 짓지 않고 다른 공부를 시작하는 식이다. 사실 공부를 하다 보면 간혹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는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가 어느 순간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내가 설렁설렁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위하거나 할당량을 끝냈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것이다.

 

자신을 속이는 공부를 하려거든 그 시간에 미드를 몰아보는 편이 낫다. 이런 식의 공부는 1년을 유지해도 실력을 키우기 힘들다. 그렇게 어느 순간 목표한 ‘실력’이 아닌 목표한 시간과 공부량을 다 채우고 그걸로 완성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실력을 보며 그 분야는 나랑 맞지 않거나 소질이 없다고 판단해 버린다. 이는 공부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목표의 거대함’은 예로 들자면 이렇다. 10년 뒤 목표를 ‘영어 잘하기’나 ‘부자 되기’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여러모로 오류다. 먼저,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다. 마치 어릴 적 꿈인 ‘공주님이 되어 왕자님과 결혼하기’처럼 말이다. 또한, 그 목표에 닿기 위한 구체적인 지도가 없다. 즉 내비게이션 없이 낯선 나라에서 유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언젠간’ 닿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먼 길을 돌다 지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A.J.제이콥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매번 완벽히 실행에 옮긴다. 그는 자신의 삶과 목표의 탁월한 운영자다. 그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을 유지하지만, 사실은 치밀하고 논리적인 전략가다. 그렇지 않고서야 프로젝트를 세우고 그것을 완성한 뒤 그 비법을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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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제이콥스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삶을 뒤바꿀 ‘기적의 혁신 프로젝트’를 계획하라.


도피성 결혼이나 로또 말고, 진짜 우리 삶에 기적을 가져다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개발하라. 매년 혹은 3년에 하나씩 주제를 가지고 계획성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건 도전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신종 마약’이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젝트’에는 추상적인 공부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내 삶을 바꿔줄 거라 기대되는 인물 100명의 목록을 추린 다음 3년간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해보는 것,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가지씩 처음 해보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 6개월간 출근 한 시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 등등. 물론 구체적인 공부도 포함된다.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해 유아교육학을 공부하는 것, 한겨레문화센터의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듣는 것, 해리포터 전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해보는 것 등등.


나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은 절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들을 진행해왔다. 20대 중반 내 삶의 ‘기적의 혁신 프로젝트’는 책 쓰기였다. 이에 따라 매일 읽고 쓰는 훈련을 3년 정도 집중적으로 했다. 20대 후반에는 번역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외국어 에디터로 일하며 부족함을 절감한 이유가 컸다. 당시 회사에 다니며 한국문학번역원에 입학하여 나라에서 학비를 지원받고 최고의 교수진에 1년간 번역수업을 들었다. 30대에 접어들며 심리상담 분야에 관심이 쏟아졌다. 책을 쓰는 사람이니 이왕이면 독서치유 분야가 더 적합할 듯했다. 올해 초 3개월간 온라인에서 수업을 들으며 시험을 치러 독서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앞으로 2~3년간 아동 심리상담사 자격증, 미술치료자격증, 노인 심리상담사 자격증 등 심리학 비전공자도 취득 가능한 다양한 자격증에 차례로 도전해볼 계획이다.

 

둘째, 계획한 일은 천지개벽해도 완성해낸다.


‘당근과 채찍’은 직장 상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당근과 채찍 요법’을 쓸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은 자극과 활력이 된다. 예를 들어 하루 암기해야 할 영어단어가 20개라면 한 달간 빠짐없이 달성했을 때 ‘천송이 립스틱’을 자신에게 선물한다거나, 6개월간 해냈다면 좀 더 큰 보상을, 애초 목표에 완벽히 닿았다면 ‘여행 상품권 쏘기’ 같은 핫한 경품을 내거는 거다. 유치하다고? 여자이니까 할 수 있는 깜찍한 발상이라고 해두자. 반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땐 벌을 준다. 온라인 수업을 하루 빼먹었다면 저녁 식사를 굶거나 생식만 먹는 것이다. 오늘 암기해야 할 분량을 안 했다면 다음 날 세 배로 암기한다. 애인이나 친구에게 선전포고를 해두는 것도 괜찮다. 한 달간 10번 이상 어겼다면 친구가 갖고 싶어 하는 선물 사주기, 애인 말에 3일간 복종하기.


중요한 건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발생해도 계획한 일은 끝까지 완성하는 의지다. 성공의 루트는 한 번 찾아가보면 다음엔 더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성공의 지름길은 일단 성공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알 수 있다.

 

셋째, 목표에 닿는 길을 아주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언젠가 친구 한 명이 ‘성경 읽기’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고백했다. 몇 페이지인지도 모를 방대한 분량의 성경을 통독한다니 너무 막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뒤따른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아, 얘는 반드시 해내겠구나!’라는 확신을 했다. 친구의 계획에는 빈틈이 없었던 것이다. 친구는 구약과 신약으로 이루어진 성경의 총 장(章)수를 헤아린 뒤 2년이라는 기한을 정해두고 읽을 경우 한 달에 읽어야 하는 분량을 계산했다. 한 달을 계산하자 일주일 분량이 나왔고 일주일을 계산하자 하루에 읽어야 하는 분량이 산출됐다. 성경통독이라는 산은 거대하지만, 하루 분량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였다. 부담 없는 작은 목표를 2년간 지속하면 거대한 목표에 닿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나도 성경 읽기에 도전했고 2년을 조금 넘겨 성경을 완독했다.

 

목표는 쪼개고 쪼개져야 한다. 더는 쪼개질 수 없는 원자단위까지 쪼개져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거대한 목표도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꿈이 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달인 되기’라는 목표는 안개처럼 모호하지만, 세분화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내 것이 되게 할 수 있다. 먼저 그리스,로마신화와 관련한 훌륭한 교재를 선택한다. 읽어야 할 책이 5권이라면 어디 가서 명함 좀 내밀려면 최소 5번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300페이지 5권, 총 1,500페이지를 5번, 즉 7,500페이지를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밥 먹고 화장할 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7,500쪽을 읽느냐고? 1년을 목표로 한다면 하루에 20페이지만 읽으면 7,500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하루 20페이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분량이다. 이렇듯 거대한 목표를 쪼개 하루 할당량을 산출하고 하루 중 남는 시간에 숙제하듯 그만큼만 해내면 된다.


세밀화와 정교화 과정을 통해서라면 일일 계획수립부터 은퇴 후 인생 설계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월요일 업무에서부터 10년 후 목표까지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 김애리 작가의 칼럼이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책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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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A.J.제이콥스 저/표정훈,김명남 공역 | 김영사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는 32권, 3만 3천여쪽에 달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002년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카푸치노에서 데카르트까지 브리태니카에 소개된 단어들을 소개하며 그에 관련된 자신의 일상과 지식들을 편안한 글쓰기로 적어내려가고 있다. 그의 글에는 뉴욕,유대인, 트렌드 잡지, 그리고 아이비리그가 이루는 교집합이 포함되어 있다. 각 단어에 대한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지식이 다가오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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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애리

천 권의 책에 인생의 길을 물었던 김애리. 그녀는 거창한 결심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견디기 위해 책을 읽었다.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예민하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쫓던 그녀에게,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이놈의 ‘삶’을 견디는 일은 다 커서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는 일마냥 멋쩍고 창피했다. 이토록 소심한 여자가 청춘을 견디고, 서른을 견디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독서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며불며 책을 읽었고, 사랑 역시 책으로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른이 되기 전에 천 권의 책을 읽었다. 청춘이라는 악몽 같은 시간을 오직 책으로 버텨낸 그녀의 열정은 2009년 겨울 서정문학상에 단편소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며 이후 『책에 미친 청춘』, 『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 『아까운 책 2012』(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언론진흥재단, 김영사 웹진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독서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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