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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본명은 개츠비가 아니라 그저 개츠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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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Great’라는 위대한 형용사를 이름 앞에 새기고 다니는 그 남자의 본명은 개츠비가 아니라 그저 개츠다. 사는 동안 내내 그는 ‘위대한 개츠비’ 되기를 꿈꾸었으나, 죽어서도 ‘위대하지 못한 개츠’로 남겨졌다. 위대할 수 없어 외로웠던 그는 데이지 집 쪽 선창 끄트머리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을 찾아내고 마치 희망인 듯 경이감을 느꼈다.

소설가가 된 건 어쩌면 사회면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열 살 무렵부터 오랫동안 내 취미는 일간지의 사회면 탐독하기였다. 강도, 강간, 사기, 폭행치사 같은 죄목은 그 안에서 몹시 흔했다. 무엇보다 나를 몰두하게 한 건 각종 살인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제삼자의 눈에는 어이없기만 한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이곤 했다. 어이없는 이유로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흔했다.

십대 초반의 1월 아침, 두 개의 풍경이 떠오른다.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신문을 펼쳐놓고 엎드려 있는 내 모습. 나는 애인의 변심에 분노하여 그녀의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목 졸라 죽인 한 남자에 대하여 읽는 중이었다. 나는 그 한 줄로 단순하게 요약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수 만 개의 유리 조각에 대하여 상상해보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람은 너무나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는 것만이 분명했다.

또 하나는 흰 도화지에 커다랗게 원을 그리고, 그 안을 여러 개의 칸칸으로 나누는 내 모습이다. 방학 숙제의 하나로, 새해맞이 생활 계획표를 그리는 것이다. 독서, 공부, 텔레비전 시청 같은 문구를 칸칸마다 다른 색연필로 써 넣었다. 중간 중간 한숨이 나왔다. 내가 결코 이 계획표대로 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계획표를 만드는 동안에조차 속일 수 없었으므로. 훗날, 그때의 계획표를 우연히 발견하곤 얼른 덮어버렸다. 그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 당시의 욕망이 생경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다.


개츠비를 떠올리면 이상스럽게 이 두 개의 상이한 장면이 오버랩 된다.

소년 시절 개츠비는 꼼꼼히 계획표를 짜는 아이였다. 어린 개츠비의 계획은 이랬다. 오전 6시 기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담배를 끊을 것, 이틀에 한 번 목욕할 것, 매주 5달러씩 저축할 것. 소년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고, 현재를 희생하여 미래에는 지금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던 소년이 이십 년 후 ‘한 남자가 옛 애인의 남편의 정부의 남편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통속적인 신문 기사 한 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년이 계획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스스로가 만든 계획표를 지켜 살아감으로써,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코 닿을 수 없을 거라고 모두가 믿는 ‘저편의 세상’을 거머쥐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때 폭력 조직과의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부를 거머쥐었지만, 제 안의 가난한 어린아이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내면적 목표가 뚜렷했으므로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었을 것이다.


개츠비는 흔히 첫사랑이자, 조건을 찾아 무정히 떠난 여자 데이지에게 인생을 다 거는 비련의 남성으로 상징화된다. 젊은 시절 부와 명성을 찾아 떠난 여자를 못 잊어, 그녀의 집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저택을 마련하고 고독과 절망 속에 스스로를 은둔시킨 남자.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저지른 치정사건에 연루되어 살해된 남자보다 더 가혹한 운명의 사내는 없을 것이며 동시에 그보다 더한 행운의 사내도 없을 것이다. 낭만적 비극성의 한 가운데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음으로써 그의 사랑은 영원불멸의 것으로 완성되었다. 후대인들은 그에게서 헌신적인 열정의 이미지라는 환영을 본다.

그러나 그건 여자들의 로망인 동시에, 이런 남자들에겐 어떤 명분의 서사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그가 손에 묻혔던 더러운 피는 묵과된다. ‘그 재물 자체를 욕망한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꿈의 실현을 욕망했으므로 그는 위대한 사람이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는 데이지가 거기 있었기에 그 기슭으로 간 게 아닐지도 모른다. 데이지보다 기슭이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지점에 깃발처럼 그 여자를 세워 둔 건 아닐까. 그것이 마침내 욕망을 이룬 그 성(城) 안에서, 개츠비가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으로 진저리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옛 애인의 남편의 정부의 남편이 쏜 총알에 맞아 비명횡사하지 않고, 그토록 소망하던 옛 애인을 빼앗아와 같이 살게 되었다 해도 그의 갈망과 허기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 더 괴팍한 방법으로 발현되었을 것 같다.


언제나 ‘Great’라는 위대한 형용사를 이름 앞에 새기고 다니는 그 남자의 본명은 개츠비가 아니라 그저 개츠다. 사는 동안 내내 그는 ‘위대한 개츠비’ 되기를 꿈꾸었으나, 죽어서도 ‘위대하지 못한 개츠’로 남겨졌다. 위대할 수 없어 외로웠던 그는 데이지 집 쪽 선창 끄트머리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을 찾아내고 마치 희망인 듯 경이감을 느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를 찾아 먼 길을 달려왔다.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보여 그것을 붙잡지 못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그의 뒤편에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도시 너머 저 어둡고 광막한 곳 깊숙이 어딘가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하늘 아래 굽이치고 있는 그곳에.’
이 남자의 실수는 그 신기루를 진짜로 믿었다는 것뿐이다. 어리석은 우리가 오늘도 자주 그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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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이현(소설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 등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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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2013)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타일리시한 로맨스 영화 - 로맨스 영화와 원작인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여성, 패션 피플, 팝 음악팬, 영상미를 중시하는 분에게 적격인 작품 -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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