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지속가능성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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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다 듣고 나니 ‘짐살라빔’을 괴롭게 반복하던 두 달 전이 떠올랐다. 묵혀둔 타이틀 곡과 교과서적 답습의 <’The ReVe Festival’ Day 1>을 혹평한지라 큰 기대 없이 신보를 꺼내 들었는데, 발랄하고도 세련된 여름 노래 「음파음파」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주한 것이다. SM은 기존 걸그룹 제작 공정대로 만든 곡들을 ‘첫날’ 재고 정리하고 ‘둘째 날’ 레드 벨벳의 진짜 시즌을 공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음파음파」는 좋은 곡이다. 짧은 도입 이후 곧바로 전개되는 멜로디라인이 선명하고, 찰랑거리는 기타와 베이스로 주조한 디스코 리듬은 소녀시대의 「Holiday」를 연상케 한다. 「빨간 맛 (Red Flavor) 」의 상큼한 순간을 재현하듯 후렴을 유니즌 형태로 진행하되 풍성한 코러스를 덧붙여 지루함을 피하고, 히트곡을 열거하는 랩 파트는 「Dumb dumb」 이후로 가장 재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함에도 과한 지점 없이 유기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이런 타이틀 곡의 레트로 성향이 앨범 전체 흐름으로 이어짐을 주목하자. 앨범은 곧바로 이어지는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의 「카풀(Carpool)」로 상큼한 여름 소녀들을 그려냄과 동시에, 시계바늘을 더 과거로 돌려 1950~60년대 고전 걸 그룹의 두왑(Doo-wop) 사운드를 가져온 「Love is the way」로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추대관이 작곡에 참여한 「Ladies night」는 그 핵심의 트랙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동명 곡으로부터 얻은 펑크(Funk) 아이디어를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와 닮은 멜로디라인, 흥겨운 브라스 세션으로 버무려 기분 좋은 ‘소녀들의 밤’을 선사한다. 

 

레드 벨벳에게 복고는 「Dumb dumb」과 「러시안 룰렛」에서 출발해 「Power up」과 「짐살라빔」으로 박탈된 인간미를 되찾는 방법이다. 「Rookie」와 기본 형태를 공유하는 「Jumpin’」을 비교해보자. 원곡에서 BPM을 낮추고 베이스 리듬을 죽인 다음 보컬을 부드럽게 다듬어 기타 사운드를 강조하는데, 이 결과로 곡은 하이 텐션 랩과 고음의 보컬 없이도 인공적인 면모를 덜어낸다. 「Love is the way」처럼 평이한 가창으로 일관하는 곡도 있지만, 「카풀(Carpool)」과 「Ladies night」처럼 멤버들의 고유 음색을 최대한 표현하며 수려한 합창을 끌어내는 기획 역시 오랜만이라 반갑다. 

 

첫 미니 앨범 의 「Automatic」과 「Somethin kinda crazy」, 「Take it slow」를 기억한다면 수민(SUMIN)의 「눈 맞추고, 입 맞대고」 역시 훌륭한 마무리다. 1990년대 알앤비와 원작자의 강한 장르색을 적재적소의 보컬 배분으로 중화하는데, 그중에서도 곡을 이끄는 조이와 웬디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레드 벨벳은 실험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 큰 성공을 안긴 「러시안 룰렛」의 레트로 신스팝이 그랬고 「빨간 맛 (Red Flavor) 」은 지금까지 그룹의 정점으로 기억된다. 가장 최근의 정규 앨범 에 쏟아졌던 호평 역시 알앤비 기조 위 세련된 일렉트로 팝으로 고혹을 강화한 결과였다. 

 

「음파음파」와 <’The ReVe Festival’ Day 2>를 좋은 앨범이라 평하는 것도 대단히 독창적이라서가 아니다. 레드 벨벳은 이 작품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레드벨벳 - The ReVe Festival Day 2 레드벨벳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SM Entertainment
레드벨벳(Red Velvet,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새 미니앨범 ‘‘The ReVe Festival’ Day 2’로 컴백, 또 한번 여름 점령에 나선다. 다채로운 매력의 총 6곡이 수록되어 있어 음악 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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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The ReVe Festival’ Day 2 #빨간 맛 #Ice Cream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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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2019.09.04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같은걸 만들어내도 충분한 수요를 낼수 있다는것을 돌려서 말한것인데, 이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레드벨벳을 비롯한 아이돌은 전문 음악인의 범주에 들어갈 자격을 아직 갖추지 못한, 음악적 고민을 남에게 위탁한 보컬리스트겸 안무가입니다.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지 못하거나,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기때문에 하고싶은 활동을 맘껏 진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음악시장에 수도없이 있습니다. 그런 범주에서 벗어난 방탄소년단같은 멋진 사례가 많이 발생하기를 바라지만, 적어도 지금 이순간 그들은 시장의 논리를 가장 많이 눈치를 보고, 트렌드에 집착하며, 궁극적으로 최소의 활동으로 최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마저도 그들의 활동을 위탁받은 사람들의 기준에 썩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지 못하거나 만족스럽다 해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그런 기조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속에 레드벨벳은 진정한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졌습니다. 사람들이 보고싶은것을 그대로 표면화시키는 능력이 상업적으로 뛰어난 능력일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음악인이 궁극적으로 가져야할 태도이자 추구해야할 방향인가요? 레드벨벳은 뛰어난 능력으로 이전에 좋은 앨범을 냈었고 많은 견고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은 레드벨벳의 모험적인 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고있습니다. 여기서 물음을 던져야할건, 음악적인 존재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야할정도로 SM이 돈독이 오른 상태인가, 입니다. 전 아니라고 믿고있습니다. 그리고 SM이 제시하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의미는 지속적으로 수요를 추구하는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존재가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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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