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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99, 시공간을 소리로 기록하는 일

레인보우99 <동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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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역사의 어둠과 폐허가 된 수용소에서 한 줄기 희망과 꿈을 그린, 아티스트의 진솔한 관찰이자 염원이다. (2019.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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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EOUL>로 서울의 다양한 풍경을 그린 인디 뮤지션 레인보우99(류승현). 이듬해부터 그는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현장의 느낌과 체험을 그 장소에서 소리로 담아왔다. 국내의 여러 장소는 물론 유럽까지 발걸음을 넓힌 그는 올해 24곡의 <Come Back Home>을 발표하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풀어내야 할 장소가 있다. 

 

<동두천>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도 동두천시를 오가며 녹음한 기록이다. 휴전선과 맞닿은 경기도 북부의 군사 도시, 전체 면적의 42.5%를 미군 부대에 양도했던 도시, 국가가 묵인하고 암암리에 활성화한 기지촌과 그 여성들에게 ‘몽키 하우스’라는 이름의 낙검자 수용소를 강요한 도시, 보산역 일대 난민들이 열악한 삶을 이어가는 도시... 현대사의 상흔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섹스 동맹 기지촌 정화운동’ 유튜브 영상으로 접한 아티스트는 그 공간으로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이방의 여행자는 이 모두를 차근차근 열거하고 해설하지 않는다. 낯선 공간에서의 느낌과 체험, 발길이 닿았던 고유한 시공간의 공기와 향기, 느낌을 소리로 기록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기지촌 여성들의 무연고 묘지가 위치한 「상패동」에서 황망한 분노의 노이즈를 뿜어내고, 난민촌이 형성된 「보산역」에선 격렬한 혼란과 무질서 속 차분히 이어지는 삶을 풀어내는 식이다. 도도히 흐르면서도 수시로 범람하였던 「신천」의 굽이침을 지나면, 비릿한 밤공기가 고요한 「동두천」이 짙은 「밤연기」 속 모습을 드러낸다.

 

일관된 자욱함이 작품을 덮고 있다. 매캐하고 흐릿한 공단의 매연이 분지 지형의 동두천시를 「밤연기」처럼 덮으면, 그 어둠 가운데서 아티스트는 날카로운 소리로 시대의 상처를 상기하면서도 비관을 멀리하려 하나 복잡한 감정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밤연기 2」가 차분히 아픔을 어루만지며 내일을 꿈꾸게 하다가도 미군 공여지 반환 투쟁을 통해 얻어낸 「턱거리 아파트」와 「턱거리 사격장」은 너무도 낙후되어있다. 도시에 우뚝 솟은 「초소」처럼, 쉽사리 이 땅을 둘러싼 긴장이 가시지 않는다.

 

아직 우리들을 굳게 만드는 이 막막한 어둠 말고 

무엇을 우리들이 욕할 수 있을까

어둠조차 우리들이 벌 줄 수 있었던가

- 김명인, 동두천3

 

레인보우99의 기록은 관조와 조사가 아닌 직접 체험이라는 데서 소중하다. 함께 느끼고, 함께 바라보며, 함께 걸어간다. 그렇기에 강렬한 「두드림」으로 앨범을 마무리할 수 있다. 동두천시의 시정 표어(Do Dream) 아래 아티스트는 가장 선명한 형태의 의지와 리듬을 깔고 일관된 신스 리프를 전개한다. 그럼에도 어제를 돌아보고,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며, 그럼에도 내일을 꿈꾸는 삶이다. 동두천의 기록은 이렇게 보편의 기록이 된다. 

 

이렇게 우리는 왜 이 여행가가 동두천의 기록을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표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은폐되어온 금기를 부수는 일일지라도, 역사의 흔적을 당당히 마주하고 나서야 우리는 더 큰 내일을 향할 수 있다. <동두천>은 막막한 역사의 어둠과 폐허가 된 수용소에서 한 줄기 희망과 꿈을 그린, 아티스트의 진솔한 관찰이자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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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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