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식탁 위에서 누리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따뜻한 봄이 되면 베란다에 스티로폼 박스로라도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직접 키운 루꼴라와 방울토마토로 피자를 한 판 구워 보면 어떨까.
글ㆍ사진 연나래 도서 MD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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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태양 아래 탱글탱글 수분을 가득 머금은 빠알간 방울 토마토, 모양은 삐뚤빼뚤 제멋대로지만 튼실하게 자라나는 가지, 담장에 기다란 줄 하나를 늘어뜨려 놓으면 맹렬하게 감고 올라가는 강낭콩 덩굴들까지. 어릴 적 살던 집의 작은 마당은 할머니가 기르는 채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직접 수확한 재료로 반찬을 하며 무농약임을 강조하셨지만 '난 햄이 더 좋은데' 하고 투덜댔다. 이 책을 보니 할머니 생각이 났다.

 

서울 한가운데에 있는 한옥, 그리고 한 평 남짓한 옥상 정원에서 토마토, 블루베리, 무화과 등 각종 채소를 가꾸는 도시생활자. 여기에서 수확한 재료는 멋진 요리로 탄생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는 대가의 복잡하고 어려운 음식도, 따라하기 힘든 셰프의 레시피도 아니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맛과 멋이 담긴 스토리가 있는 그런 음식이다. 저자의 짧은 에세이를 읽고 생생한 사진과 함께 레시피를 따라가며 머릿속에 그려보니 새우 아보카도 브루스케타, 래디시 피클, 루꼴라 피자, 방울토마토 매실 절임 등 주말에 해먹고 싶은 요리 리스트가 점점 쌓여간다.

 

맛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의도치 않게 내밀한 기억을 타인과 공유하게 됩니다. 너무도 당연한 듯 눈앞에 밀려든 일상의 소중함을 미처 돌아보지 못한 채 기억 속 희미해진 추억을 회상해 봅니다. (p.171)

 

3분이면 땡! 하고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 냄비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 조리된 국, 찌개 등으로 쉽게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옥상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반찬 한 가지에 담긴 기쁨과 정성을 따라올 순 없다. 따뜻한 봄이 되면 베란다에 스티로폼 박스로라도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직접 키운 루꼴라와 방울토마토로 피자를 한 판 구워 보면 어떨까.

 


 

 

도시생활자의 식탁장보현, 김진호 저 | 한스미디어
따뜻하고 감각적인 사진, 자세한 레시피와 과정에 대한 글이 담긴 요리들, 그리고 그 요리 과정이나 일상을 풀어낸 글 솜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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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자의 식탁 #식탁 #확실한 행복 #루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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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나래 도서 MD

입사한 후,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내가 등록한 책을 들고 있으면 가서 말을 걸고 싶을 만큼 신기했다. 지금은 끝이 없어 보이는 책의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는 듯한 기분. 언젠가는 벽 한 면을 가득 서재로 꾸미고 포근한 러그 위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주말을 보내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