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주택가에 이사를 오고 난 후부터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문 옆 신발장 한 켠에 나른하게 앉아있는 뚱한 표정의 노오란 고양이 한 마리. 한 겨울 막 시동이 꺼진 따끈한 자동차 보닛 위에 옹기종기 올라있는 어린 삼색이들. 우리에게는 밖이고 그저 길가인 그곳이 이들에게는 집이고 터전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이들은 이토록 자연스럽게 내 삶에, 그리고 우리의 삶에 등장하게 된 걸까.
전국의 길고양이 숫자는 약 100만마리, 서울시 한 곳에 사는 길고양이 숫자만 약 25만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매년 2만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버려진다고 하니, 이들이 이미 인간과 더불어 도심 생태계의 일원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리고 이 함께하는 삶의 시작에서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는 아직 이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들에게 길고양이의 특징, 성장 과정, 고양이 용어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하는 기본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그 공존의 방법으로 ‘TNR’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TNR, 즉 Trap(포획)-Neuter(중성화:불임수술)-Return(방사)를 통해 현재 민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발정소리와 영역 싸움으로 인한 소음 등의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길고양이 개체 수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그 포인트다.
이런 이유로 길고양이가 보기 싫고, 저런 이유로 저 밖의 고양이들이 꺼려졌다고? 이제는 한 번 그 편견과 오해를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일원으로 받아들여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 평화로운 ‘공존’으로의 길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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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이용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저 | 북폴리오
고양이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길고양이는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도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은영(도서MD)
혼자가 두려웠던 20대를 지나, 이제는 혼자여서 행복한 미운 30대의 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