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MD 리뷰 대전] 당신의 죽음을 생각하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들의 사랑과 의지가 나의 삶에 어떤 감동을 주는지 고민할 때 우리는 죽음과 적당한 거리를 가질 수 있다. (2018. 02. 06)

적당한거리의죽음.jpg

 

 

인간에게 가장 필연적인 미래는 죽음이 아닐까. 어둠이 빛의 그리듯, 생과 사는 서로의 바탕이 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과 죽음을 고민하게 되고 순간의 파편들이 엮여 다채로운 색상을 입는다.

 

건축을 다루는 저자는 죽음과 삶의 공간으로 대표되는 묘지와 도시 사이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서울과 파리를 비교하여 과거와 현재 무덤의 공간적 의미와 죽음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그는 주로 도시의 성장을 따라 죽음과 삶의 관계 변화를 짚어간다. 과거 사람들은 죽은 자들과 더불어 살았다. 무덤이 삶의 터전과 공존하여 사람들은 망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들의 공간에서 삶을 이어나갔다. 망자들은 언제나 현실에 영향을 미쳐왔다. 다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묘지를 위한 공간은 부족해졌고 죽음은 계속해서 도시 밖으로 몰려나게 되었다.

 

현대 도시는 전문적으로 구획을 나누어 단편적 역할에만 충실하고, 공간에 대한 경험은 교통의 발달로 인해 파편화 되었다. 저자는 철도와 기차의 발명이 세계를 산산조각 낸 다음, 다시 직선으로 이어 붙인다고 지적한다. 죽음의 공간, 묘지도 마찬가지다. 개인과 공간의 긴밀한 관계가 상실될 때에 죽음도 일상에서 멀어지며 삶과 점차 분리된다. 삶에서 죽음을 배척하는 태도는 망자들의 역사를 부정하고 스스로의 삶에서 도망치는 것과 같다. 인간은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진 존재가 아니다. 공간에 켜켜이 쌓여온 시간과 개인의 경험, 감정이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삶은 작동한다. 한번쯤은 곁에 머물렀던 수많은 죽음을 되새겨보길 권한다. 그들의 사랑과 의지가 나의 삶에 어떤 감동을 주는지 고민할 때 우리는 죽음과 적당한 거리를 가질 수 있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기세호 저 | 스리체어스(threechairs)
화려함과 생기로 가득 찬 서울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파리의 묘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습, 바로 삶에 대한 성찰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송재은(도서MD)

활발한데 차분하고, 열정적이고 시큰둥하며, 이기적이며 연민하는 애매한 인간.

적당한 거리의 죽음

<기세호> 저10,800원(10% + 5%)

현대 서울에는 유사 죽음이 넘쳐난다. 막장 드라마 속 인물이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갑작스레 죽는가 하면, 영화 속 주인공은 전개에 필요 없어진 인물을 손쉽게 처리한다. 체력이 소진된 게임 캐릭터는 곧 ‘리셋’되어 부활하고, 좀비는 좀처럼 죽지 않는 판타지를 반복한다. 도시인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죽음을 감..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