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탄탄하게 만드는 마음공부
우리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서로 많이 연관되어 있을 때가 있어요. ‘애착’이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이 안전한가?’, ‘여기가 안전한가?’를 많이 고민하시는 분들이 ‘애착’에 매여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애착이 안 되면 자기분화도 어렵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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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의 부제는 부제는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겪는 마음의 문제 중 양대 산맥이 바로 ‘관계’와 ‘감정’이다. 하지만 이 둘을 통해 사람들이 궁국적으로 원하는 것은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나를 읽는 마음도구' 4가지와 ‘나를 바꾸는 마음도구’ 3가지, 모두 7가지의 '마음도구'를 권한다. 어설픈 위로나 응원을 넘어서, 정말 마음 읽기 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심리학’ 도구들을 엄선해서, 최신의 심리학 연구와 전 세계 심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 개념들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저자 변지영은 공부와 생활이 하나되는 삶을 지향하는 ‘공생연’ 소장이다.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에서 ‘자기자비self-compass- ion와 부부관계 질’에 관한 연구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건강심리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누구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게 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자기자비가 생리ㆍ심리ㆍ사회적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등 심리, 철학 에세이를 내다가 본격적인 심리학 책을 내셨어요. 상담심리학을 공부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어떤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되셨나요?

 

10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산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흔히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일은 일어나고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잖아요. 그런데 대다수가 정작 자기 자신을 매우 불리하게 만드는 행동들을 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것도 저마다 매우 고유한 패턴을 반복하면서 말이죠! ‘나를 가장 방해하고 괴롭히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문제의식은, 첫 책을 내고 대학원 진학을 하고 강의와 상담이 이어지면서, ‘그렇다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려 그 패턴을 깨도록 촉진할 수 있을까?’ 또는 ‘내가 나를 근본적으로 돕게 하는 마음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심하게 관계중심적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요. 자신을 보는 훈련이 거의 안 되어 있죠. 자기 욕구인데 부모나 가족의 욕구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문제를 가지고 자기 것처럼 굴기도 하죠. 내가 이 집단 내에서 어느 수준인지, 얼마나 잘하는지 혹은 못하는지, 얼마나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적은지,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이 책은 그간 상담과 강의를 통해 만난 분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무엇이 그 분들을 변화시켰는지 관찰하면서 요즘 한국인이 자신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방법들을 모아놓은 도구상자라 할 수 있습니다.
 
30대 후반이 되어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저자 분도 비슷한 나이의 여성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마음의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흔히 자존감이 낮다고 털어놓는 분들을 많이 만나요. 그래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면 타인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피드백에 '휘둘리는 것이 싫다’고 해요.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많은 여자분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타인의 요구나 집단의 질서에 웬만하면 맞추도록 훈련 받아왔습니다. 부모가 힘들면 딸들은 으레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일단 뒤로 하고 가족의 일을 함께 걱정하고 해결하려 들지요. 그러다 보니 성장해서도 남의 욕구, 남의 감정은 잘 살피면서 자신의 마음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관계가 어렵습니다. 작은 신호를 매우 커다랗게 받아들여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상대가 별 뜻 없이 한 소리를 비난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내 감정의 문제이고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대방과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잘 알아야, 내 감정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진정 좋은 관계를 가꿀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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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감정은 가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다가와서, 과연 이걸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엄두가 안 나기도 합니다. 일단은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심리학'을 권하시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요, 기도나 명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될 때도 많습니다. 혼자서 스스로 점검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뭔가 자신을 한번 깊이 들여다보려는 분들께 책 한 권에 담아 드릴 수 있는 도구 같은 것은 없을까? 저는 그런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철학’이 이 영역을 담당해왔는데, 고대 철학이 담당하던 주제들 중 삶의 고난, 역경, 시련에 대한 영역들은 이제 심리학으로 많이 옮겨졌지요. 다른 사람들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어떻게 그들은 이러한 일들을 겪고도 잘 회복할 수 있었을까? 심리학은 이런 것들에 직접적으로 답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궁금한 건데요, 내 마음을 '알면'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알아차리는 순간 욕망은 사라진다.”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저서 첫 페이지에 인용한 우파니샤드의 한 구절입니다. 내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다는 것은, 감정이나 생각과 같은 그 내용들에 파묻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회사 옆자리의 “김차장,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마음에 내가 파묻혀 있으면, 무조건 싫으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고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불필요하게 민감하게 대응하게 됩니다. 회사도 싫어지고 일도 더 꼬이겠죠. 하지만 내가 김차장을 싫어하는 것이 그의 권위적인 말투 때문이고, 내가 권위적인 말투를 유독 싫어하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적 태도 때문이었으며, 아버지 때문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김차장이라는 사람과 그의 말투가 분리되고, 그의 말투와 내 반응이 분리되어 보입니다. 내 혐오는 김차장이나 그의 말투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에서 나오는 것이죠. 마음을 알아차리는 작업이 잘 진행될 경우 결국 나는 과거에 아버지 때문에 포기했던 진로를 용기 내어 다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김차장은 ‘매우 싫은 사람’에서 ‘귀인’이 될 수도 있죠. 내 마음을 보는 작업이 잘 되면, 관계의 문제가 많이 줄어듭니다. 삶의 목적도 명확해질 수 있고요.

 

중간중간 체크리스트나 일러스트, 간단히 따라해볼 수 있는 마음공부 연습 등이 있어서 은근히 집중하게 되네요. 요새는 심리상담을 받고 싶어하거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런 도구나 방법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좀 권해주세요.

 

심리상담을 하면서 자신에게 가혹한 분들, 자신의 마음에 너무 무지한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상담은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떤 이론이나 지식을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의 이론과 지식으로 자기이해 수준을 좀 높여보자.’ 혹은 ‘심리상담을 받더라도 이 책을 한번 읽고 시작하면 시간을 단축하거나 좀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집필을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스스로 마음을 보는 출발점으로 삼으시면 좋겠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심리적 외상으로 인해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거나 대인관계가 너무 힘든 분들이라면 심리상담을 권해드립니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단기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주 1회, 총 10회 정도의 상담만 경험하셔도 꽤 도움을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최근 명상수련도 시작했는데요. 어려움을 누구에게 얘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비교적 내향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이나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명상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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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일상 사례들이 많아서 쉽게 잘 읽히는 한편, 참신한 심리학 이야기들도 나옵니다. 흥미로운 뇌과학 실험 얘기도 있고, 많이 들어본 '마음챙김'이나 '자기자비' 이런 것들요. 독자들에게 꼭 '이것만은 알아두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은 최신의 마음공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서로 많이 연관되어 있을 때가 있어요. ‘애착’이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이 안전한가?’, ‘여기가 안전한가?’를 많이 고민하시는 분들이 ‘애착’에 매여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애착이 안 되면 자기분화도 어렵습니다. 타인과 나 사이에 경계가 혼란하면 대인관계 문제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타인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관계의 문제를 풀려면 내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것이 이 책 1부의 내용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좀더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탄탄하게 꾸리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렌즈를 끼우는 작업이라고 할까요? 세상을 달리 보는 태도라고 할까요? 그런 도구들이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입니다. 1부는 문제를 직접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면, 2부는 문제를 아예 뛰어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꼭 함께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심리학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앞으로 기대하고 싶습니다.


심리학 연구는 ‘뇌와 몸’으로 확장해가고 있어요. 장 미생물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똑 같은 외상을 겪더라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발전하는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가 하면, 일부 우울증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뇌가 감염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으로 생리적/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심리학 연구들은 빠르게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간 심리학이 편의상 배제했던 몸과 마음의 링크를 좀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단서들을 찾고 있어요. 동시에 몸에 대한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기반으로 하는 명상 수련을 받고 있죠. 몸과 마음 돌보기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할까요. 비단 마음만이 아닌, 몸에 근간을 두는 마음 돌보기의 길로 가보려고 합니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변지영 저 | 더퀘스트(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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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