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안정적인 ‘주목 후 대처’
학교와 청춘의 끝에서 빌보드의 영예까지 확보한 이들의 새로운 서사는 불안 대신 희망, 비장미 대신 섬세함과 여유를 탑재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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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방탄소년단이 이을 승(承)뿐 아니라 오를 승(昇) 임도 증명한다. 청량한 휘파람과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로부터 일곱 멤버들이 차례대로 등장하고, 이들은 구름 위를 걷는 듯 산뜻한 베이스와 킥을 타고 존재감을 과시하다 드랍 부에서 나선 구조의 DNA를 형상화하며 하나가 된다. 케이팝의 치밀한 구성과 팝 시장의 메인 트렌드에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활력까지 더해져 빚어낸 「정점의 순간」을 멋지게 포착했다.

 

학교와 청춘의 끝에서 빌보드의 영예까지 확보한 이들의 새로운 서사는 불안 대신 희망, 비장미 대신 섬세함과 여유를 탑재한다. 최초의 보컬 인트로 「Intro : Serendipity」가 인도하는 몽환으로부터 「보조개」까지의 네 트랙은 유기적으로 사랑의 환희와 확신, 아련함과 호기심을 풀어내며 다양한 양상임에도 고유의 섬세한 색채를 잃지 않는다. 체인스모커스와의 콜라보 「Best of me」는 살짝 지난 감은 있지만 트렌드에 발맞추어 그룹의 세계적 면모와 감성을 유지하고, 현대적 트랩 비트 위의 「보조개「에서는 여리고 수줍은 소년의 사랑을 그린다. 무난 무난한 트랙들이지만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된 그들의 단단한 세계관 구축에 이질감 없는 새 페이지를 잘 펼치고 있다.

 

타 보이 그룹과 이들을 구분 짓는 「젊은 세대의 대변자」로서도 앞서간다. 진보(Jinbo)의 멜로디 라인과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의 「Pied piper」는 과감히 ‘그만해 뮤비는 나중에 해석하고 / 어차피 내 사진 니 방에도 많잖아「로 굳건한 팬덤 아미(A.R.M.Y)의 노고를 치하하며 종국엔 ‘이 노랜 내가 네게 주는 상’ 임을 공식화한다. 드레이크의 「Portland」를 연상케 하는 「고민보다 go」는 사회 현상 욜로(YOLO)와 신조어 ‘탕진 잼’으로 미래를 당겨 쓸 수밖에 없는 20대의 현실을 정확히 관통한다. 이미 「쩔어」의 ‘육포 세대’, 「뱁새」의 ‘노력 타령’ 등 세계는 둘째치고 국내 팬들은 물론 아이돌에 무관심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시대의 메시지가 발전한 사례다. 그러고 보니 공격적인 기타 리프로 출발하는 「Mic drop」은 최근 콜라보한 서태지의 아이들 시절이 잠깐 스치기도 한다.

 

안정적인 ‘주목 후 대처’다. 히든 스킷 「망설임과 두려움」처럼 순식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위치와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법했는데, 무게를 줄이고 잘하던 것을 풀어내되 성숙한 위치를 적절히 활용하여 앞으로 이어질 3막과 장기적 기획의 틀을 다졌다. 오히려 그 불안을 숨기지 않고 마지막 트랙 「바다」에서 털어놓으며 서사의 길을 더욱 넓히기도 한다.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시선 내에서 「DNA」같은 멋진 새 모델도 만들어냈고, 타이틀에 비해 개별적 매력은 덜하지만 각 수록곡들은 메인 싱글로도 손색이 없다.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까지는 몰라도,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우연이 아닌 건 확실하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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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