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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밴드

나씽 벗 띠브스 'Broken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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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은 메인 디쉬를 바꾼 메뉴판이나 다름없다. 강조하던 팔세토 창법은 한 발 뒤로 물러섰고 대신 강렬한 기타 리프가 두 발짝 앞으로 나왔다.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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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가 자국인 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2016년 펜타포트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를 맡았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보컬이 통했기 때문이다. 전작 <Nothing But Thieves>의 가성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If i get high」나 일렉트릭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뤄진 발라드곡 「Lover, please stay」가 특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 거기에 있다. 이를 두고 볼 때 이번 음반은 메인 디쉬를 바꾼 메뉴판이나 다름없다. 강조하던 팔세토 창법은 한 발 뒤로 물러섰고 대신 강렬한 기타 리프가 두 발짝 앞으로 나왔다.

 

예를 들면 수록곡 「I was just a kid」의 가성보다는 「Amsterdam」의 절규가, 「Live like animals」의 총탄 같은 기타 소리가 더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보컬의 호흡으로 완급을 이루고 대부분의 분위기를 꾸리던 전과는 다르다. 물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의 「Soda」가 지난 작품의 「Temptation」을, 「I’m not made by design」이 「If I get high」의 영양분을 받아 태어났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중심은 육중한 기타 리프다. 말하자면 이펙터를 걷어내고 기타 중심의 리듬감을 살린 포올스(Foals)요,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의 악틱 몽키스인 것이다.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힘이 넘쳐난다. 고혹적인 목소리와 멜로디가 인상 깊은 「Broken machine」, 흐름을 매끈하게 가지고 놀며 랩을 선보이는 「Live like animals」와 같이 매력적인 곡들이 놓여있음에도 연속된 강펀치가 결국 감상의 여유를 담보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구조의 강세가 계속되어 그 곡과 이 곡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더하여 약간의 변주, 기타 톤의 변화로만 구성을 다져 한정된 사운드 스케이프 역시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퇴폐적인 보컬의 맛을 기억하던 이들에게는 다소 부족할 앨범이다. 라디오헤드, 유투의 뒤를 이을 신예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재생 버튼을 누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주 골격을 이루던 목소리에서 사운드 쪽으로 조타를 돌렸지만 아직은 밴드만의 깊이감과 음반 단위의 호흡이 부족하다. 몸을 들썩일 리듬감과 파워풀한 기타 리프가 처음의 시선을 빼앗지만 반복 청취를 재촉하진 않는다. 거장의 타이틀을 물려받기에는 시기상조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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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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