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정치마의 핵심은 사랑

검정치마 'Team Baby'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질감 없는 대중적 사운드가 듣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와 이를 융화하나 검정치마만의 독특함을 저해하지는 않는다. (2017.09.27)

image1.jpeg

 

6년은 꽤 긴 산통(産痛)이었다. 현란한 전자음과 제어불가의 가사로 잔뜩 채운 데뷔작 <201>과, 반대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막막함과 고독을 녹여냈던 <Don’t You Worry Baby>로 검정치마는 파격과 감성의 아이콘으로 인디 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그 뒤 혁오와 같은 하이그라운드로 둥지를 옮겼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오던 중 <TEAM BABY>가 발매됐다.

 

신보에서 그가 그리는 세계는 사랑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사랑엔 설렘이나 들뜬 열기 대신 미온과 쓸쓸함이 있다. 달콤한 사랑노래들과 달리 세상에서 벗어나 오직 단 둘만이 남는 공허하고 고립된 공간을 담는다. 대다수의 노래를 흔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채웠음에도 부담이 되거나 물리지 않는 이유는 특유의 건조한 질감에 있다.

 

첫 곡 「난 아니에요」는 술 취해 늘어놓는 자기 독백에 가깝지만 다음 곡 「Big love」는 상대를 향한 열띤 사랑고백이다. 이 두 곡은 음악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분명 다른 색채를 가진다. 이 차이를 특정한 노이즈 소리가 잇는다. 앞 곡의 중심에서 휘몰아치듯 몽환을 더하는 요소로 사용됐던 소리를 「Big love」의 인트로까지 끌어오면서 넘김은 매끄럽고, 소리와 감정의 비약을 어느 정도의 공통점으로 희석한다. 드림 팝에서 밝은 분위기로 전환 후 이를 「Diamond」와 「Love is all」까지 끌고 간다.

 

또렷했던 소리들이 「나랑 아니면」부터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며 신스 팝의 골조를 세운다. 앞서 중심에 있던 기타 소리들은 후면에 놓이고, 그 자리에 현악기와 보컬 코러스가 고루 깔리며 포근한 소리로 뒤바뀐다. 말랑한 사운드와 달리 꾸밈없는 가사가 노래의 매력을 배가한다. 「나랑 아니면」에서 처음 등장하는 ‘야 나랑 놀자’, 「혜야」의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같은 가사들이 그렇다.

 

앞으로의 3부작 프로젝트를 알리는 첫 발인 이 앨범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래서 여기엔 오로지 사랑을 하는 나와 너만 있다. 조휴일은 ‘나를 기다린 줄 알았던 사람들은 떠나가고 다시 우리 둘만 남았네’(「Love is all」), ‘내 노래가 멈춘 뒤엔 모두 떠나가고 또 너와 나 둘만 남겠지’(「폭죽과 풍선들」)라는 가사들로 이 사실을 끊임없이 재확인한다. 그렇게 둘만의 울타리는 견고해지고 말 그대로 ‘사랑이 전부’가 된다. 이질감 없는 대중적 사운드가 듣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와 이를 융화하나 그만의 독특함을 저해하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한 발 비켜 선 이들이 만드는 사랑은 이토록 외롭고 애틋하며, 그래서 더 로맨틱하다.

 

강민정(jao1457@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3집 - Part.1 [Team Baby]

<검정치마>16,000원(19% + 1%)

Love is all , all is love 검정치마 'Team Baby' 인류가 이야기를 멜로디에 실어 부르기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노래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호르몬은 요동치고 일상은 흔들린다. 어떤 형태로든 그 활화산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진다. 그저 그..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