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경제 악화라는 철조망이 존재하지만,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은 이 장벽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글ㆍ사진 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7.01.05
작게
크게

 

지난 12월 27일 홍대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7』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김난도 교수를 필두로 한 5人의 공동저자 중 전미영 저자가 이날의 강연을 맡았다. 전 저자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학과의 연구 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의 구성은 크게 2016년 소비트렌드 회고와 2017년 소비트렌드 전망, 이 두 가지로 나뉜다. 전미영 저자의 강연회는 2017년 트렌드를 예측해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160여 명의 인원이 행사장을 찾았다.

 

01.jpg

 

 

‘CHICKEN RUN’으로 내다본 2017년

 

닭의 해를 맞이해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정유년 트렌드로 선정한 키워드는 ‘CHICKEN RUN’이다. 각 이니셜을 딴 10개의 키워드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전 저자는 먼저 CHICKEN RUN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CHICKEN RUN은 유명한 영화 애니메이션이에요. 간략한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양계장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경기가 어려워지자 닭을 잡아서 치킨 파이로 만드는 것으로 업종을 변경합니다. 이때 닭들은 난리가 나요. 알만 낳으면 됐는데 목숨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니까요. 비상대책회의를 열어서 결국 닭장을 탈출하자는 의견을 모았죠. 닭들은 날지 못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탈출해서 유토피아로 갑니다. 마찬가지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경제 악화라는 철조망이 존재하지만,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은 이 장벽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다음은 전미영 저자가 설명한 10가지의 키워드. 첫 번째 키워드인 ‘C'mon, YOLO’를 시작으로 ‘No One Back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에 대한 설명까지 살펴보겠다.

 

1. C'mon, YOLO!

 

YOLO(you only live once)는 직역하자면 ‘너 한 번밖에 못살아’라는 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는 의미로 카르페디엠의 트렌디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요즘 인사말로 YOLO를 외친다. 전미영 저자는 “YOLO는 대한민국이 저성장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 매우 적합한 키워드”라고 말했다.

 

지극히 현재 지향적인 표현이에요. 40대 중반을 기준으로 위아래를 나눠볼 때 위에 속한 분들은 마음의 시계가 미래를 향합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단적인 예로, 저축해서 넣어둬도 낮은 이자율 때문에 10년 후에 그대로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행복한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게 YOLO의 특성이죠. 이때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치 않습니다. 현재를 중시하고, 자기 지향적인 모습은 일명 ‘덕후질’을 직업으로 삶는 ‘덕업일치’나 ‘타임커머스’ 소비행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 Heading to ‘B Premium’

 

사장의 제품은 크게 ‘럭셔리’와 ‘매스’로 나뉜다. 럭셔리란 왕족이나 귀족적 전통을 뿌리에 둔 제품이다. 매스는 그 반대 개념으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로 할증, 즉 ‘ α’의 개념을 가진 ‘프리미엄’은 럭셔리나 매스 양측에 다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이때 매스에 붙는 프리미엄을 B Premium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대중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업그레이드한 것을 일컫는다. 전 저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시대에 주목하며 B Premium을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B Premium, 이것만은 꼭 기억하시길 바라요. 지난해에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라고 외쳤는데 이번엔 프리미엄을 말하고 싶어요. 가성비 전략의 업그레이드이자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죠. 대한민국이 한창 성장할 때는 럭셔리가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 제품을 사용하면 지위와 상징이 본인에게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최근 사람들은 럭셔리의 가치에 물음표를 붙여요. 비싼 만큼 그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죠. 예를 들어 천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흠집이 안 날까요? 아니에요. 흠집이 안 나고 튼튼해서 천만 원이 아니라 그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가치인 거예요. 이제 그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제는 비싼 이유가 그 브랜드 자체여서가 아닌, 실용성을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는 B Premium이 중요해질 겁니다.

 

 

3. I am the ‘Pick-me’ Generation
 
20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택받아야 하는 세대인 동시에 미래의 영향력을 발휘할 잠재적 소비자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이번에 20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20대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줄임말을 참 잘 쓴다는 것이었어요. 또, 디지털 엄지족이라고 불릴 만큼 손가락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고요. 허례허식보다는 실속 차리는 것을 선호해요. 곰 인형을 받는 것보다 핸드폰 데이터 받는 걸 좋아하죠.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해외여행을 가고 캠핑을 가고 싶은데 장비가 없으면 집에 텐트를 설치한다거나, 스킨스쿠버 장비가 없다면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하루 동안 경험을 해요. 맛만 보는 금붕어 소비자로서 자신의 호기심 억누르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하려는 세대가 20대죠. 지금은 비록 돈도 부족하고 취직을 위해 ‘픽미픽미’하고 다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10년 후엔 엄연한 사회구성원으로서 하나의 유행을 이끌 거예요..

 

02.jpg

 

 

4. ‘Calm-Tech’ Felt but not seen

 

Calm-Tech는 Calm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일상 생활환경에서 각종 기술을 보이지 않게 내장하고, 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조용하게 이용자의 일상에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기기가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은근히 기술 다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기술이 나를 편리하게 해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죠. 그래서 Calm-Tech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기를 시키려고 문을 열었을 때 자동으로 공기청정기가 ON/OFF 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요.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미국의 보험회사 ‘존 핸콕’이 스마트밴드 핏빗과 연계해 만든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핏빗을 찼을 때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주는 서비스인데요. 운동량 증가와 보험료 감면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미래의 Calm-Tech는 생활가전, 농업, 어업, 임업, 운송업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용될 거예요.

 

 

5. Key to Success: Sales

 

이제는 영업의 시대가 온다. 앞으로 기업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때 영업사원의 역량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발현하는 진실의 순간, 영업사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바뀐다..

 

최근에 나오는 기술 관련 서적들의 공통점은 꼭 영업의 종말을 예측하는 설명을 내놓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연구소에서는 그럴수록 영업을 잘하는 회사가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방문 판매 방식은 약간 촌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다단계 같고요. 하지만 최근 방문 판매를 이어나가고 있는 사업들의 매출량은 증가 추세예요. 사람들은 오히려 1:1 판매를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요구르트 아주머니들께서 요즘은 카트를 타고 다니시는데요. 전용 앱을 이용한 주문 서비스와 더불어, 프리미엄 커피 ‘콜드브루’와 스낵 ‘끼리 크림치즈’ 등을 이용한 차별화된 영업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6. Era of ‘Aloners’: 1코노미

 

가족이란 단어는 더 이상 아빠, 엄마,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1인 가족이 떠오르는 시대다. 1인 가구는 현재 가구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기업의 신제품 기획도 1인가구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혼밥, 혼술, 혼자 세대의 용어들은 이미 식상해서 빼려고 했다가 넣는 대신 세련된 표현을 만들었어요. 그것이 1인과 이코노미를 합한 ‘1코노미’죠. 단순한 1인 소비 확산을 넘어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투게더’는 이름이 무색하게 1인용으로 출시되고 있어요. 그만큼 절박한 거죠. 이제는 1인용을 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예요. 메가박스에서는 혼자 온 관람객을 배려한 1인석을 설치했어요. 한편으론, 주거 관련 분석을 해보니 거실의 죽음이 특성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아내는 거실을 갤러리로 만들어 남편을 안방이나 서재로 몰아넣고, 자녀들은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4인 가구라도 1인의 특성이 충분히 나타나고 있어요. 가전 회사에서도 1인용 가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03.jpg

 


7. No Give Up, No Live Up: 바이바이 센세이션

 

일본인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행복을 위해 구매한 물건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했고, 이것은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이어졌다. 정리하고, 버리고, 사지 않는’ Bye-Buy 열풍은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SNS에는 버리기 인증이 앞다투어 벌어지고 사람들은 버릴 것에 대해 타인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해요. 또한, 프로젝트 앤이란 서비스를 주목해볼 만한데요. 한 달에 8만 원을 내면 최신 옷 4벌을 스트리밍하게 되죠. ‘유행하는 옷을 돌려 입고 치우는 것’을 모토로해요. 요즘 너무 인기가 많아서 가입해도 옷이 없을 정도예요. 앞으로는 판매한 제품을 소비자가 쓰고 난 뒤,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새로운 사이클이 이뤄질 것이라고 봐요.

 

 

8.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수요 중심 시장은 4차산업 혁명을 이끌 것이다. 이전과 가장 큰 차이는 공급이 수요를 만드냐, 수요가 공급을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요구에 따라 기업이 제공하는 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원할 때 택시가 찾아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죠. 제조업도 마찬가집니다. 아디다스 운동화를 생산하는 공장은 중국과 베트남에 있어요.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경공업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런 공장들이 본국인 독일로 되돌아가고 있어요. 기존에는 운동화 생산에 600명이 필요했다면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단 10명이면 돼요. 또, 10일 만에 디자인에서 제품출시까지 가능하죠. 앞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걸 조금씩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변화가 나타날 거예요..

 

 

9.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호주의 재플슈츠는 7층에 샌드위치 가게를 차려 성공한 브랜드예요. 성공 요인은 간단했어요. 비닐봉지로 낙하산을 만들어 7층에서 샌드위치를 떨어뜨려 준 거죠. 하늘에서 떨어지는 샌드위치를 받아 든 손님들에게는 재플슈츠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생깁니다. 이로써 7층이라는 위치적 불리함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다음으로, 현대백화점에서는 뉴욕 컵케익을 입점했을 때 ‘이미 드셔보셨지만, 다시 드셔보세요’라는 식의 권유를 했죠. 이처럼 소비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을 관측해서 그것을 재활용, 혹은 재가공해서 브랜드에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러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 No One Back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영국은 브렉시트를 감행했고 트럼프는 보호주의 무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요즘은 국가들도 다 각자 살아나기 힘든 시기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우리를 백업해주지 않는다. 마지막 보루였던 가족의 도움도 녹록지 않다.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건배사할 때 말하는 유행어가 ‘다 쓰고 죽자’예요. 100세 인생에서 노후를 지내고 보험 갱신도 하다 보면 자녀를 챙길 여력은 많지 않아요. 각자도생의 시대에 불안감은 커지고 분노나 혐오의 키워드들이 한편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앞으론, 가족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공동체적인 가치에 입각한 솔루션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여요. 혼밥을 가족의 느낌이 나게 구성하는 방안과 같이 말이죠.

 

CHICKEN RUN이라는영화 애니메이션으로 강의를 시작했는데요. 이제 마무리 짓겠습니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진짜 문제는 철조망은 여러분 머릿속에 있다는 거예요. 조금만 그 철조망 걷어내고 보시면 기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성장기는 물건이 팔리지 않는 시대가 아니라 사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좋은 물건이나 좋은 서비스가 없는 시대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7김난도,전미영,이향은,이준영,김서영,최지혜 공저 | 미래의창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다. ‘치킨런’은 우리에게 애니메이션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영화 [치킨런]의 주인공들처럼 정체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2017년에는 새롭게 비상하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트렌드 코리아 2017 #전미영 #소비트렌드 #CHICKEN RUN
2의 댓글
User Avatar

봄봄봄

2017.01.06

재미있어요 고개가 끄덕여 지는 ..알고 있으면 더 좋은 내용들이라 좋았습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동글

2017.01.05

가고 싶었던 강연이었는데, 기사가 올라와 있어서 반가웠네용! 감사합니다 : )
답글
0
0
Writer Avatar

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성심성의껏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