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 헬로우즈(The Oh Hellos)는 텍사스에 거점을 둔 타일러, 그리고 매기 히스(Heath) 남매로 이루어진 포크-록(Folk-rock) 듀오다. 이들은 기존 포크에 부족한 차가운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프로그레시브와 사이키델릭을 결합했고 이는 신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밴드는 자립적 홈 레코딩으로 그들의 세 번째 앨범을 제작했지만 결과물은 결코 남루하지 않다.
들어가기 전 궁금해지는 앨범 제목 < Dear Wormwood >와 커버에 붙어있는 악마의 형상으로 채워진 우표의 의미를 살펴볼까. 이는 밴드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악마가 풋내기 후배에게 인간을 타락시키는 방법을 담아 쓴 편지가 내용인 C.S 루이스의 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바치는 오마주다. 그들은 가족 갈등, 남녀 차이, 사랑, 쾌락, 욕망 등 일상생활을 관통하는 정서를 가사에 담아 삶에 투영해내기 위해 일종의 컨셉 앨범을 제작해냈다.
포문을 알리는 전형적인 블루그래스(Bluegrass) 풍 「Prelude」는 악기들이 끼어들며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를 잔잔한 보컬로 중화해낸다. 활기찬 반조 연주가 일품인 로커빌리 「Bitter water」와 블루지한 연주가 사이키델릭 누-포크(Nu-Folk)로 선회하며 아름다운 공간감을 창출하는 「In the blue hours of morning」으로의 전개도 말끔하다. 무거운 리듬에 굴하지 않고 아름다운 남매의 하모니를 뽐내는 「Exeunt」, 핑거스타일 통기타 연주가 콜드플레이 「Viva la vida」 전반부 성가 분위기를 내는 「Caesar」도 훌륭한 분위기를 주조한다.
후반부는 보다 실험적이다. 반조, 만돌린 그리고 킥드럼 3가지 전형적인 포크 악기 반주에 속삭이듯 하모니를 얹는 「This will end」, 멈포드 앤 손즈(Mumford and Sons)처럼 생동감 넘치는 「Pale White horse」로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이질적 분위기의 집시 리듬 연주곡 「Danse macabre」, 앨범의 문을 닫는 중세 유럽풍 「Thus always to tyrants」까지 밴드는 빛바랜 색감의 캔버스 위에 수채화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시적으로까지 들리는 가사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를 떠올리게 하고 오래간 갈고닦은 하모니는 비치 보이스의 그것과 비슷하다.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지친 맘을 어루만지긴 모자람이 없다.
2015/11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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