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나 유영철 같은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를 사이코패스라고 말합니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만약 어느 날, 스스로가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괴물의 심연』의 저자인 뇌 과학자 제임스 팰런은 여느 때와 같이 연구를 하던 중, ‘이 사진의 주인은 완전히 사이코패스네?’라고 생각하며 사진 하나를 집어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진에는 자기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있는 사람),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 차이
(출처: 『괴물의 심연』)
놀란 제임스 팰런은 곧 자기 자신의 ‘조상’들을 살펴봅니다.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는 대를 이어 유전됩니다. 본인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다면 조상이나 후손도 같은 뇌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역사책과 가계도를 살펴보니, 조상들 중에는 악명 높은 살인자가 즐비했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아들, 아내를 살해한 남편, 유대인 300명을 이유 없이 처형한 왕, 수녀원의 여자들을 부하들과 함께 강간한 파렴치한…. 가문의 이런 내역을 알게 된 제임스 팰런은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갖고 태어났음을, 뇌 사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과학자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제임스 팰런에게는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왜 다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존경받는 과학자로 살 수 있었던 것일까요? 왜 똑같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는데, 어떤 사람은 잔혹한 살인마로 크고 다른 사람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걸까요?
『괴물의 심연』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입니다(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연재물 5화에서 풀어 놓겠습니다^^).
여기에서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져 보겠습니다. 혹시 이런 사람들을 본 적 없으신가요?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은 직장 상사, 항상 못된 짓만 골라 하지만 용케도 빠져나가는 친구, 텔레비전에서는 항상 미소를 짓지만 알고 보면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유명 정치인….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말입니다.
제임스 팰런은 모든 문화권에서 ‘2%의 사람들’은 무조건 사이코패스라고 말합니다. 설령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지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선 지금도 사이코패스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괴물의 심연』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특징을 한 번 살펴볼까요?
사이코패스의 24가지 특징(출처: 『괴물의 심연』)
1) 법과 사회규범을 우습게 생각합니다.
2)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거짓말을 자주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4) 다른 사람의 처지에 무관심하며 ‘책임감’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5)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습니다.
6) 어떤 일을 벌이고 나서 그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7) 사람들을(특히 약자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능수능란하게 조종하고, 이를 즐깁니다.
8) 사회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9) 의외로 종교에 깊게 몰입하기도 합니다.
10)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아도 웃지 않고, 슬픈 영화를 보아도 울지 않습니다.
11)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다 비슷한 성향을 보입니다.
12) ‘나는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13)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자기만의 기준이 뚜렷한데, 이를 어기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14) ‘정말 친한 친구’는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 끊임없이 지루해해서,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을 계속해서 벌입니다.
21) 자아도취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22) 일이 잘못되면 항상 남 탓을 하고, 자기합리화에 능합니다.
23) 누가 자기를 화나게 하면 아주 ‘교묘하게’ 복수를 합니다.
24) 바람둥이인 경우가 많은데, 정작 상대방은 그를 감쌉니다
여러분이 생각했던 그(그녀)는 과연 얼마나 이런 특징을 갖고 있나요? 언뜻 사이코패스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가요? 그럼 관점을 바꿔, 이 모든 항목을 관통하는 ‘사이코패스’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의 부재’입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그럴 거야’라고 추측할 뿐이죠.
제임스 팰런은 어느 날, 시체 안치소에 눕혀져 있는 소녀를 봅니다. 불쌍하게도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죠. 그런데 그는 무심코 “소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가 참 예쁘네요”라고 말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제임스 팰런은 그 말이 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오랜 시간이 흘러 자신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비로소 그는 그 말이 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 알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제임스 팰런은 주변 사람들의 ‘충격’이나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아, 사람들이 내 말 때문에 놀랐겠군’이라고 머리로 알 뿐입니다.
잠시 들여다본 사이코패스의 세계. 어떠세요? 흥미진진한가요? 저는 앞으로 『괴물의 심연』과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괴물의 사고방식: ‘나’밖에 모르는 사람들>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생각’을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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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 더퀘스트(길벗)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제임스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양육이 그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왜 모두 그가 사이코패스란 사실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며, 왜 대자연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이 태어나도록 내버려두는가?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자기 탐구기이며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질문과 성찰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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