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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대디 열> 100%의 사람을 만나는 일

tvN <슈퍼대디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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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여름 아니면 겨울. 어중간함 없이 그래서 사람도 100% 아니면 제로라는 생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강박적인 성격 탓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100% 완성형을 바라기에 그래서 터무니없이 사랑을 망가뜨리는 건 아닐까 싶다

결말은 정해진 이야기


독단적인 성격을 가진 한열(이동건 분)은 과거 프로야구 투수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부상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전 마무리 투수를 하다 현재 프로야구 신우피닉스 재활군 코치를 맡고 있다. 10년 전 사랑하던 여자에게 차이고 사랑하던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이후 현재까지 독수공방하며 싱글남으로 살고 있다.


대학병원 신경외과 최초 여성과장이자 최연소 암센터장 후보에 올라있는 차미래(이유리 분)는 한열과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그와의 사랑이 100%가 아니라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하고 매몰차게 그를 차버렸다. 아홉 살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으로 당당하게 살아왔지만 1년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이 죽고 없더라도 딸을 돌봐줄 아빠를 마련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한열은 신우피닉스의 에이스 투수의 부상 재발로 구단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파면 위기에 몰리게 된다. 딸 아이 사랑이의 아빠 후보로 한열을 점 찍은 미래는 구단 사장과의 연줄을 이용해서 조건부로 파면을 유예 받도록 힘을 쓴다. 그리고 한열에게 징계 기간 동안 결혼해서 살자는 제안을 한다.


현재 2화까지 방영한 <슈퍼대디 열>은 매회 오프닝 마다 삽입되어 있는 남자주인공의 나레이션을 통해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을 뻔하게 드러낸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만난다. 드라마에선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고 스포츠에선 그것을 숙명이라고 부르지만 난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 82%, 하지만 다시 만나 성공할 확률은 단 3%, 평생 부부로 해로할 확률은 0.1%. 그럼에도 어떤 이는 끝까지 도전한다. 사랑은 확률이 아니라 기적이니까.”


두 남녀가 어떠한 이유로 헤어졌고 운명적으로 재회할 것이다.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한 뒤 끝내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완벽하게 딱 맞는 상대임을 알게 되는 것. 대부분의 사랑이야기가 그러하듯 그 완벽한 내 짝을 온갖 우여곡절 끝에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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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100% 사랑은 가능한가?


차미래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홀로 자랐기에 자신만의 생존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걸 택했다. 그로 인해 완전무결 100%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 크다. 백프로 아니면 제로. 사랑도 그녀에게 그러했다. 그녀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제멋대로의 한열, 재활 의사인 자신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는 그를 칼 같이 잘라버리는 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


평소 직설적이고 독한 성격도 꾹 눌러가며 성희롱에도 불사하고 술자리에 참석해 이사장의 비위를 맞춰 줄 정도로 살아남기 위해, 특히 싱글맘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더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표독스러울 정도로 냉정한 캐릭터는 <왔다 장보리>에서 보여준 이유리의 이미지를 한껏 이용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오열하며 우는 장면도 예쁨보다 처절함을 드러내며 연기를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독신을 고수하는 한열은 “나는 혼자가 좋다. 누구 구속하기도 책임지기도 싫다. 복지도 개판, 안전도 개판인 이 땅에서 애 따위 안 낳고 결혼 같은 거 안 하고 혼자 심플하게 살거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집안 가득 맥주와 인스턴트를 쌓아놓고 살고 있다. 그간 자유분방하면서도 댄디하고 부유한 역할을 맡았던 이동건이 한없이 평범하다 못해 초라해 보일 정도의 대타 인생을 연기하는데 역시 그 비주얼과 길이감 때문에 결코 비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흠이랄까.


연애를 하자고 덤벼드는 재색을 겸비한 황지예(서예지 분)을 밀어내면서까지 한열이 지난 십 년간 피로하게 홀로 버티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사랑이다. 그렇다면 세월을 버틴 한열의 마음은 100% 완벽한 사랑으로만 채워져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데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가 떠올랐다. 스무 살에 그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100퍼센트의 여자라는 표현이 무척이나 로맨틱하고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발견하지 못해서 스쳐 지나가고 마는 그 슬픈 순간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십여 년이 흐른 뒤 다시 읽게 되었을 때는 실체를 알 수 없기에 100퍼센트의 여자라고 단언할 수 있는, 낯선 여자를 환상적 존재로 두고 욕망하는 남자의 어리석음이 읽어졌다. 75퍼센트의 연애나,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이 마치 완벽하지 않았다는 듯 100퍼센트를 찾지만 그건 허상일 뿐이라는 것. 100퍼센트 여자와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하라주쿠 뒷 길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서로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슬픈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세상에 없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슬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는 파면 유예의 조건으로 그의 재활을 담당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그를 100%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하지만 한열이 그녀에게 딱 맞는 완벽한 상대이기 때문에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열이라는 결핍 많고 손 봐야 할 것 투성이인 남자이기 때문에 사랑하게 된다는 걸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서 연애 상담을 받다 보면 자신의 결핍과 부족함을 인지하기에 오히려 상대의 무결성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연애가 구원이 되길. 완벽하게 갖춰진 사람과 사랑에 빠지길. 상대의 부족함이 자신을 상처 내고 연애를 엉망으로 만들 거라고 겁을 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기다리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혼자 늙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연애를 해야 하고 커플이 맺어져야 하고 독신이 문제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상처 때문에 혹은 불완전함을 핑계로 사랑할 대상을 마주하고도 회피해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차미래와 한열이 어긋났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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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슈퍼대디 열 1

<이상훈> 글/<진효미> 그림9,9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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