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들』, 인생은 거대한 삼각형
그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가 바로 이런 생각에 달려 있으며 그의 의지가 부조리라는 뿌리 깊은 강렬한 감정에서 비롯됨을 나는 잘 안다. 만일 세상이 부조리하지 않다면 그의 인생 전체는 인생의 근본적인 덧없음 때문이 아니라 그 어떤 희망도 찾을 길이 없다는 허망함 때문에 산산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정복자들』중
글ㆍ사진 임재청(서평가)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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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단 한 번뿐이 아니라면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일은 매우 의미가 남다르다. 어쩌면 자기 인생을 망가트리거나 혹은 망가지는 것은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인지 모른다. 사회 질서가 올바르지 못해서 자기 인생을 잃어버려야만 제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럴 때 부조리한 세상에서 걸려 넘어지지 않을 최선의 방법은 뭘까? 차라리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바에는 앙드레 말로의 『정복자들』에 나오는 가린처럼 정복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정복자는 무력을 불사하며 투쟁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때문이다.


정복자 나폴레옹! 그 이름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충분하다. 나폴레옹은 정복을 위해 온 인생을 걸었다. 이렇듯 정복을 계속 갈망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흔히 야심은 자신의 삶을 새로이 만드는 연금술에 있어 꼭 필요한 현자의 돌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야심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이 없을 때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야심보다는 정복을 갈망하는 것이 자기 삶을 얻은 데 있어 좀 더 끈질기고 흔들리지 않는 욕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정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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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할 수 있는 유형


『정복자들』은 중국의 무정부시대 반제국주의에 맞서 혁명적인 삶을 살았던 정복자들이야기다. 무정부라는 말은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힘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무정부시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국가를 위해 일하면서도 정작 그들은 국가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증오심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정복자들에게 혁명이 꼭 필요합니다. 혁명은 증오심을 폭발하게 한다. 정복자들 중에는 직업적 혁명가처럼 ‘행동하는 유형’은 현실적으로 혁명으로 잔뼈가 굵어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의식을 깨닫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모험가처럼 ‘행동할 수 있는 유형’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는 각자의 삶을 믿게 해준다.


가린은 모험가였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당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 깊숙이 동정심을 느꼈다. 다소 정치적인 의식은 모호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혁명이라는 강력한 힘을 나눠주고 싶었다. 만약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이 없다고 한다면 쓰라린 과거 그들의 인생에 침을 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순간, 고통이 삶을 단단하게 한다는 것에 어떤 동질감을 발견하게 되는 줄 알았다. 적어도 비슷한 양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고통이 삶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히려 고통은 삶을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걸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결국에는 삶은 고통으로 더욱더 부조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도박꾼처럼


고통 없이 사는 게 행복이더라도 단순히 고통이 있거나 없는 것으로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내야 한다. 그는 삶의 부조리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하게 되는데 반제국주의에 맞서는 혁명이었다. 이러한 혁명은 대의라는 가치에 대한 약간은 환상이었지만 숙명이었다. 무엇보다도 혁명이라는 게 결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늘 변하무쌍하기 때문에 그는 도박꾼 같은 마음으로 투신했다. 고집스레 온 힘을 다해서 놀음만 생각하는 도박꾼처럼 말이다. 혁명이 다른 놀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판이 큰 놀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노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공산주의자 혹은 현실주의자라고 불릴 만한 노선이 없었다. 노선이 없다는 것은 결국 쿠데타나 항명 선언에 불과하다. 정복자들에게 부르주아지가 상징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증오심은 선명했다. 증오심은 보통 광적인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개인주의자로 냉대를 받았다. 이런 냉대를 오래 받다보면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반면에 비참한 세상에서 오직 현재만을 집착하는 달콤한 악마에 빠지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마치 희망이 전혀 없는 폐병 환자 같은 현실주의자들을 보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익숙하지 않아서야. 비참함도 적당해야 인간적으로 되지. 마치 죽음에 대한 생각처럼 말이야.

 

대부분의 정복자들은 피 한 방울을 흘리지 않고 과연 어떻게 세상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인가를 의심한다. 그러니 투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도 전투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그것은 정치를 넘어서 인간 영혼을 울리는 것이다.

 

인생은 거대한 삼각형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삶은 분명해지고 자기 삶을 더욱 냉철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는 혁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 삶의 부조리에 맞서 투쟁했고 마침내 혁명에서 승리했으나 이제는 권력이라는 부조리한 힘에 끌려 다녀 다시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마틴 루터킹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에서 마틴 루터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은 거대한 삼각형입니다. 한쪽 각에는 개인 자신이 서 있고 다른 한쪽 각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으며 맨 위쪽에서 위치한 각에는 신이 서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연결되고 조화되지 못한 인생은 불완전한 인생입니다.

 

인생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정복자들은 단순히 사람들을 감동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사람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럴 때 꿈은 인간적이 될 것이다. 신을 향한 진실한 마음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인생은 거대한 삼각형이라는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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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들 앙드레 말로 저 | 민음사
인간의 실존을 강렬하고도 간결한 문체로 규명한 앙드레 말로의 소설. 현대적 글쓰기의 모범! 강렬하며 간결한 문체로 사건의 긴장감을 더한 르포르타주 문학의 수작 20세기를 빛낸 프랑스 문학계의 지성이자 실존적 행동주의 작가 앙드레 말로의 대표작 『정복자들 』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인간의 조건』, 『왕도』와 함께 말로 3부작을 이루는 『정복자들』은 1928년 발표된 장편 소설로, 혁명의 본질과 인간 존엄이라는 심원한 주제를 긴박감 넘치는 간결한 문체에 담아냄으로써 전 세계 문단과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충격을 안겨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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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정복자들 #앙드레 말로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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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따라

2015.03.07

인생은 거대한 삼각형...서로 연결된 삼각형의 조화를 인생사와 관련해서 다시 생각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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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3.06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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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청(서평가)

책만 보는 바보. 그래서 내가 나의 벗이 되어 오우아(吾友我)을 마주하게 되지만 읽은 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만큼은 진짜 외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