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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사름한 초콜릿』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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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애무, 음악,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몸 안에 성냥갑


왜 사랑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 온 몸이 활활 타오르는 게 되는 걸까요? 사랑의 설레임이 도파민 같은 호르몬을 흘러넘치게 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도 사랑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우리의 몸속에 깊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라우라 에스키벨은『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우리는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불꽃을 지펴줄 것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타오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성냥갑이 혼자 타오를 수 없듯이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냥개비 같은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입김이 있어야 합니다.


라 가르다 가문에 막내딸로 태어난 티타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부엌에 큰 애착을 느꼈습니다. 가문의 전통에 의하면 막내딸은 부모가 죽는 날까지 돌봐야하기 때문에 결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부엌은 미지의 위험으로 가득 찬 두려운 세상이었지만 그녀는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비록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했지만 부엌에 관한 모든 것은 완벽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음식에 특별히 뛰어난 감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사랑 없는 결혼


이제까지 가문의 관습에 거부를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결정에 그녀는 슬픈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과 불만으로 가득 찼습니다. 완벽한 전통이라고 만든 사람에게 자그마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다면 속이 다 후련할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커다란 의문은 결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랑이 뭔지는 알게 내버려 둬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운명의 방향을 조금도 바꿀 수 없었던 그녀는 청혼을 포기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페드로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예측할 수 없는 운명, 그가 청혼하기 위해 왔습니다.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걸까요?


하지만 그녀의 엄마 엘레나는 티타가 왜 결혼할 수 없는지를 말해주었습니다. 만약 그가 결혼해야 한다면 자신의 둘째딸 로사우라와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엘레나가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사랑 없는 결혼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난감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로사우라와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즉 사랑하는 여자와 절대 결혼할 수 없더라도 그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사랑을 기다려도 좋을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대답 대신에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느낌으로 오는 거지요. 
 
강렬한 불길


그녀의 성냥갑을 타오르게 할 산소는 페드로였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요리였습니다. 페드로 부부와 한 집에 살면서 그녀가 만든 음식의 맛과 향기, 느낌은 그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음식으로 그와 교감하면서 자신의 몸을 통해 사랑이라는 느낌을 깨달았습니다. 즉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불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만든 최고의 요리가 이 기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의 비법이라는 폭발적인 요리 때문에 신들이나 먹을 수 있는 황홀한 음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엘레나의 차가운 입김 때문에 제대로 타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강렬한 불길이 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관습이 없는 곳으로, 어머니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녀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미치지 않고는 절대로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화가 난 엘레나는 존 브라운 박사에게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존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치료했습니다. 그녀는 존의 집에 머무르면서 어머니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 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콜릿을 끓일 물처럼


사랑의 화학반응이 일으키는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느낌을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존이 말한 불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정열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고민했습니다. 사랑을 확신하게 하는 강렬한 사람만이 동반자가 될 수 있는데 그 사람이 존일까요? 페드로일까? 그녀는 무조건적으로 자기를 위해 헌신하는 존이 진정한 사람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존은 그녀에게 자유의 길을 열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엘레나의 장례식 날 돌아오는 페드로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었습니다. 그녀를 남겨둔 채 떠나가 버린 나약함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페드로에게 다음에 또 사랑에 빠지게 되거든 절대 그렇게 겁쟁이가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겁쟁이라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요? 삶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비록 그가 로사우라와 결혼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진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강렬한 시선을 느끼며 ‘초콜릿을 끓일 물’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련은 진실을 외면하기 위한 대가였는지 모릅니다. 이제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아내가 되어달라고 청혼하면서 오랜 세월 억눌러 있던 불같은 사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한꺼번에 타올라 그는 영혼 없는 육체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두 번 다시 불꽃을 볼 수 없다는 슬픔으로 성냥에 불을 붙였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그들의 몸에서 환한 불꽃이 치솟았습니다.


사랑은 열병


세상에는 많은 요리법들이 있습니다. 요리법에 나오는 대로 한다면 요리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요리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탕탈은『연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은 열병과 같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고진다. 이것이 바로 취미로 하는 사랑과 열정적인 사랑의 차이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름답거나 누구나 탐낼만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다 주어지는 행운일 뿐, 그저 주어진 대로 감사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열정적인 사랑이란 상대의 조건을 골라가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면 티타의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걷잡을 수 없이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녀가 ‘사랑을 듬뿍 담아’ 만든 덕분입니다. 이렇듯 최고의 사랑은 몸속의 성냥갑을 타오르게 하는 따뜻한 입김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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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저/권미선 역 | 민음사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원작소설. 사랑과 성을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멕시코 요리의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냄새가 시종일관 독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인간의 욕망을 잘 차려진 요리에 비유한, 밝고, 생동감 넘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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